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강론자료

2011-0626.....성체를 모시는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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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1-06-26 ㅣ No.1050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해)
신명기 8,2-3.14-16ㄱ          코린토110,16-17       요한 6,51-58
2011. 6. 26. 등촌3
주제 : 성체를 모시는 사람으로서..........
오늘은 우리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도록, 하느님께서 당신의 힘을 담아 우리에게 주시는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성체와 성혈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만, 성체와 성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세상의 우리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체와 성혈이라는 색다른 표현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세상에서 우리가 나누고 구분할 수 있는 물리적인 현상만 다룬다면, 밀로 만든 빵과 포도로 만든 술, 그리고 물이 포함돼 있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준비한 물질에 하느님의 힘이 함께 하셨기에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아주 특별한 하느님의 힘을 담은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성체성사에 대한 교리는 말로 설명하려면 아주 복잡합니다. 세상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철학적이고도 신학적인 용어들을 사용해야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낱말들만 말하자면, ‘본질이나 실체라든가, 실체변화 혹은 트란스숩스탄시아’....와 같은 다양한 용어들을 써야 합니다. 또한 복음을 읽고 나서 묵상을 나누는 이 시간에 그러한 신학적인 용어들의 뜻을 설명하는 것으로 사용하는 것도 합당치 않고, 기껏 설명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성체와 성혈을 다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로 성체와 성혈에 대해서 설명하는 일이 복잡하다고 했습니다만, 사람들이 세상에서 땀을 흘려 얻은 곡식과 음료를 하느님께서 당신께 봉헌하는 제물로 받아들이셨고, 그 일에 정성으로 함께 참여하는 세상의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나누어주는 방편으로 삼으셨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일도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오늘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양식과 음료로 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게 하신 기적을 베푸신 다음, 음식을 먹고 놀란 일 그 너머에 숨겨진 다른 의미를 알아듣기를 바라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애석하게도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 예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이 얼마나 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세상에 살면서, 철저하게 세상의 것을 벗어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하느님의 힘을 거부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미사에 오면, 아주 특별한 때가 아니고서는 성혈을 받아 모실 수 있는 기회는 없지만, 우리는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에 따라,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그때 내가 드러내는 자세를 살필 수 있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행동을 달리한 사람들의 태도와 내 모습을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특별히 받아 모신다는 표현을 쓴 것은, 우리가 그저 성체를 입으로 받아먹는다는 것과는 다른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성지순례를 다녀오신 분은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이집트를 떠나 광야를 40년간 헤매면서 가나안 땅에 정착하기까지 그곳 광야에서 먹을 물과 양식을 구해서 먹는다는 것과 그 일로 목숨을 유지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하느님께서 특별한 사랑으로 하늘의 음식, 만나를 내려주지 않으셨다면 목숨을 부지(扶支)한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먹은 만나와 물의 의미보다 하느님의 뜻을 정확하게 담은 것이 바로 성체와 성혈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것입니다.
 
성체와 성혈은 미사에 참여한 사람이 미사시간의 끝부분에 이르러서 그저 받아서 먹고 마시는 데에 그 사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먹고 마시는 일은 누구나 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보다 등급이 낮다거나 못하다고 말할 동물들도 그렇게 합니다. 먹고 마시는 일에는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의 구별도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미사에 참여하여 성체를 모신다고 해서 모두 다 준비된 사람은 아니라는 얘기가 될 것이고, 우리가 더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는 소리도 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드러내는 삶의 중심은 미사입니다. 그리고 미사의 중심은 세상에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일도 무시할 일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할 일은 올바른 준비와 함께 성체를 받아 모시고, 코린토 서간을 통해서 들은 것처럼, 우리의 내 삶으로 제대로 드러내는 일입니다. 입으로 먹고 뒤로 내보내는 일은 누구나 합니다. 살아있다고 하는 존재라면 누구나 할 일입니다. 하지만 올바른 신앙인이라면, 그렇게 음식을 먹고 힘을 얻어서 행동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하시는 말씀이겠습니까? 신앙은 우리 삶의 일거수일투족의 모든 사항을 지시하지 않습니다. 시시콜콜 그 삶의 방법을 규정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유를 우리에게 줍니다. 그만큼 우리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실천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믿는 하느님, 우리가 올바른 길을 선택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믿어주시는 하느님께 실망을 드리는 일 대신에, 기쁨과 행복을 드릴 수 있다면 좀 더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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