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와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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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2 ㅣ No.152

기도와 믿음

 

 

어떤 젊은이가 기도를 매일 바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 나의 기도는 효과가 없구나. 아무리 기도를 해도 하느님은 나의 청을 하나도 들어주시지 않는구나.'하고 탄식했습니다. 그때에 기도를 잘 가르친다는 광야의 은수자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갔습니다. '스승이시여, 나의 기도가 헛되지 않게 가르쳐 주십시오.' 그 은수자는 젊은이에게 문앞에 놓인 더러운 광주리를 가지고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오라고 하였습니다. 젊은이는 이상스럽게 생각하면서도 그 더러운 광주리를 들고 물을 길어 돌아오자 물은 다 빠져버렸습니다. 그 은수자는 또 한 번 가서 그 광주리로 물을 길어오라고 했습니다. 젊은이가 다시 갔다 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도 은수자는 자꾸만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그 젊은이는 '왜 쓸데없는 일을 시키십니까?'하고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그 은수자는 '여보게, 젊은이. 화를 내지 말게. 기도하는 것도 그와 같은 것일세. 자네는 기도하면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불평하였네. 그러나 이 기도를 통해서 자네 자신이 좀 더 깨끗해지고 있지 않는가?'라고 말하였습니다. 기도를 하면 할수록 죄에 빠져있는 우리가 깨끗해지는데 그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역설적인 이야기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늘 깨어 기도하라.' 바울로 사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끊임없이 기도하라.' 예수님은 항구하게 기도하고 또 의심하거나 주저함이 없이 기도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수께서는 무엇보다 믿음을 요구하신다는 것입니다. 청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믿음으로 청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즉 믿음으로 가득 찬 기도를 할 때 하느님께서 반드시 응답을 하신다는 것입니다. 기도의 열쇠는 믿음입니다. 믿음으로 청하라고 예수께서 강조하십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도에 있어 부족한 것은 거의 항상 이 믿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청할 줄 압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청합니다. 그러나 너무도 작은 믿음으로 때로는 믿음이 없이 청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편지를 부칠 때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이는 것에 신경을 씁니다. 만약 주소를 쓰지 않고 우표를 부치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가 오는 지에 대해 우리는 잘 압니다. 주소를 정확하게 쓰는 것과 우표를 붙이는 것은 편지가 수신인에게 송달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기도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조건은 믿음입니다.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듯이 청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믿음으로 청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기도에 있어서의 핵심입니다.

 

예수께서는 복음 전체에서 우리가 지칠 정도로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강조하십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기도에 있어 불행하게도 너무도 빈번히 이 믿음을 등한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으로 간구하기 위해서는 몇분만의 시간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믿음으로 청하기 위해서는 깊은 묵상과 하느님과의 일치를 필요로 합니다. 믿음으로 청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대한 깊은 확신과 우리 자신의 미약함과 무능함에 대한 깨달음을 필요로 합니다. 믿음으로 청하기 위해서는 깊은 겸손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항구히 청해도 그 효과를 얻지 못하는 기도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우리가 청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즉시 응답을 주시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고 또 계속 청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모든 소망이 즉시 성취되는 것보다는 우리가 계속 청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큰 이익을 주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바칠 때 우리 마음은 하느님께로 향하고 우리의 정신은 하느님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하느님께 속해있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과거에 받은 많은 은혜를 생각해내게 되고, 그런 은혜에 대해서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올바른 것을 청하고 하느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성실히 생활한다면 반드시 하느님의 은혜를 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청하는 것에 대해서 그 대답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성급하게 포기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바치면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것은 기도일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청을 들어주실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면 우리의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은혜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랄 것이며, 더욱이 그런 은혜에 대하여 감사드린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더욱 놀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항상 기도하라고 권고하신 바울로 사도는 항상 감사드리라고 권고하였습니다. 기도하고 감사드리며, 감사하고 기도드릴 때에 우리는 더욱 더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고 우리 자신의 죄에서 벗어나 깨끗해질 것이며, 그분의 은혜를 풍성히 받을 것입니다. 아멘.

 

* 수서 성당 게시판에서 박희원 신부님의 글을 보고 좋아서 퍼왔습니다.기도에 대한 보다 쉬운 이해를 도와주는 말씀같아서 소개합니다.

 

[박희원 신부님 / 수서 성당 게시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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