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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아카데미: 에파타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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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13 ㅣ No.1659

[사회교리 아카데미] 에파타와 언론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언론의 침묵'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또 다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이 시작되었습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보장 및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을 촉구하기 위하여, 특조위원들과 세월호 가족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단식농성에 함께 하고 있는 준형이 아빠,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지난 8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보도 외압 및 왜곡편파보도 증언대회’에서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지금 광화문에서 유가족들이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누구도 우리가 단식을 해가면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 거짓말하거나 절반의 진실만 말하거나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보다 세월호 유가족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바로 언론의 침묵입니다.” 

 

애써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언론과 이들이 진실의 전달자라 믿는 순진한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휘황찬란한 대도심 속 외로운 섬이 되어버린 세월호 광장에서 생사를 건 단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파타!”(마르코 7,31-37)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옵니다. 귀먹고 말 더듬는 이! 바깥의 소식을 들을 수 없고,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자신에게 갇힐 수밖에 없는 고립된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하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립니다. 

 

귀가 열리기 전에, 그는 이미 “에파타” 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귀머거리가 들을 수 있다니 말이지요. “에파타”, 그에게 가장 절실했던 생명과 같은 한 마디의 말, 그러나 어느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러기에 “에파타”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에게 건네는 희망의 말씀일 뿐만 아니라, 그의 입과 귀를 막은 이들을 향한 준엄한 질책의 말씀이지 않을까요.

 

 

언론의 역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지 벌써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러갑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 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힘겨운 몸짓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을 완전히 침몰시키려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침묵하는 언론이 있습니다. 

 

감히 “에파타”를 상실한 시대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교회는 “대중 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고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494항)고 언론의 역할과 의무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들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 미디어 현상”(간추린 사회 교리, 414항)에 대해서 우려하는 교회는 “대중 매체의 세계에서는 흔히 이데올로기, 이익 추구, 정치적 통제, 집단 간의 경쟁과 알력, 기타 사회악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분야 고유의 어려움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음”(간추린 사회 교리, 416항)을 지적함으로써, “에파타”를 거슬러 침묵하는 언론과 이러한 언론을 조종하거나 이에 조종당하는 사람들을 질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꾸짖음으로부터 교회언론은 자유로울 수 있는지요. 우리 그리스도인은 자유로울 수 있는지요.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9월 11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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