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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건강한 그리스도인: 제가 꿈을 포기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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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5-17 ㅣ No.203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제가 꿈을 포기해야 할까요?

 

 

궁금해요 : 3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저는 검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 시험에서 떨어지니 결혼 생각도 못하고 가정 형편도 어려워지면서 갈등이 생깁니다. 어려서부터 유일한 꿈이었는데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직도 저를 믿고 응원하며 기도해 주시니 더 죄송스럽습니다. 몇 번씩 떨어지고 나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신부님, 제가 꿈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대답입니다 :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현실 가능한 꿈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능력은 건강함을 상징합니다. 왜냐하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꿈을 꾸지도 못하고 꿈을 지녔다 해도 그것이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때로는 꿈을 잃을 때도 있고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수고로움, 고통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 대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의 경우에, “무엇이 되고 싶니?”하고 물으면 대부분이 답변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니?”하고 물으면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상태로 머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형제님의 경우에는 ‘검사’라는 구체적인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공부를 하고 계시니 그런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꿈의 현실화 단계에서 결혼이나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지적인 부분으로 인한 어려움이 따르면서 ‘이대로 계속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꿈을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합니다. 포기했다가는 평생 그 언저리에서 사는 신세가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꿈이 궁극적인 목적을 잃어버린 채,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들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거나 현실적인 상황이나 한계를 고려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형제님, ‘포기’와 ‘체념’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두 단어는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우선 ‘체념’은 ‘자신에 대한 인정으로 자신의 힘을 거두는 것’으로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알고 받아들임을 전제합니다. 반면 ‘포기’는 ‘상대나 환경의 힘에 의해 자신의 힘이 꺾여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체념한 듯 말하지만 거짓 체념을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꿈을 실현하지 못한 원인을 다른 것에서 찾으며 위안을 얻게 됩니다. 저는 형제님께 두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객관적인 자기 평가’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이고 한계가 무엇인지,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말입니다. 

 

둘째, ‘현실적 기대 조정’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지닌 이상과 현실은 늘 적당한 간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상은 현실에 맞게 조정해가고 현실은 이상을 향해 움직여야 합니다. 곧 형제님께서 무엇 때문에 검사가 되고 싶으셨는지에 대한 동기를 찾아가면서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고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도달 가능할 수 있는 꿈을 새롭게 찾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지향과 능력을 지닌 훌륭한 검사가 되셨으면 좋겠지만 그것을 못하게 되시더라도 그것이 포기가 아니라 체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만이 형제님께서 꿈을 향해 나아갔던 시간들이 상처로 남지 않고 다른 것을 하더라도 좋은 능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4년 5월 18일,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 ·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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