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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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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경제위기 시대 가톨릭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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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1-29 ㅣ No.418

[경향 돋보기] 경제위기 시대 가톨릭 사회복지

 

 

우리 사회 위기의 면모와 대응

 

연일 경기침체를 말해주는 지표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올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국개발원은 내년 상반기는 2.1%까지 내려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는 이들도 존재한다. 고용상황은 특히 심각하여 10월에는 전년 대비 취업자가 9만 7천 명에 불과, 2005년 이후 처음 10만 명 이하로 떨어지게 되었으며 신규 진입자 세 명중 한 명만이 취업하는 심각한 상황이라 한다. 내년에는 연간 취업자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10년여 전에 겪은 국가부도사태와 구제금융 및 대량도산 등과 똑같은 정도의 혹독한 시련기를 당장 겪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그간 어느 정도 회복되었던 실물경제 부문의 성과들이 상당히 훼손되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이런 가운데 이미 서민들의 생활이 붕괴되는 조짐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물가는 지난 10월까지 6% 이상 올랐으며, 경유, 휘발유, LPG와 밀가루 등 수입 생필품 값이 크게 오른 터라 생계지출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의료, 주택, 교육, 통신 등 필수적인 가계지출이 압박받으면서 서민들의 생활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나 소자영업자, 비정규직 생활자들에게는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거나 소득의 현격한 축소가 실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고통의 심연으로 빨려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1월 4일 경제난국 극복의 해법이라며 이미 국회에 제출했던 2009년 예산에 10조 원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대다수가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경제 투자 예산이고, 서민대책으로는 1조 원 남짓만을 추가하였다는 점에서 마땅한 해법이 될 수 없다. 특히 서민들의 복지 지원책도 자연적으로 초래될 실직급여 증대나 주택과 교육을 위한 융자금 확대 등 형식적인 내용으로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었다.

 

구제금융기를 돌이켜볼 때, 수많은 실직 노숙자가 양산되고 가족해체 등의 고통을 치를 대로 치르고 3년 뒤에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실시된 점이나, 면밀한 검토 없이 갑자기 수십조 원을 쏟아부은 공공근로사업이 일회적이고 비효율적인 사업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점 등을 생각한다면 이번 경우에는 사전 예방적이며 효과적인 대책들을 세우는 것이 필연적이다.

 

이러한 대책은 크게 세 가지가 될 것인데, 첫째는 취업자에서 실직자로 전락하거나 그 위험성이 농후한 이들을 위한 대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고용보험제도를 고치는 것이 핵심이다. 자발적 사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급여의 수준 인상과 기간 연장이 핵심이 될 것이다. 현재 사회적 기업이라는 자생가능성만을 강조하는 정책에서 정부의 재정지출에 의해 실행되는 사회적 일자리를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공공영역에 적극 확보함으로써 실직 전문인력의 생산적 활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기회에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과의 일자리 공유제도 도입기반을 만드는 것도 절실하다.

 

둘째는 새롭게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계층, 특히 청년을 위한 대책이다. 이들 역시도 고용보험의 대상자가 되어 각종 직업훈련이나 실업급여를 받고 취업시 보험료를 후납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문공공 서비스직을 확대하여 이들을 수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영국에서 행한 새로운 사회계약, 이른바 뉴딜정책도 매우 유용한 정책 중 하나이다.

 

셋째는 전체 서민들의 생활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서, 교육과 의료, 아동양육, 노인부양 등에 대한 지출을 공적 제도를 통해 경감해 주는 정책들을 말한다. 공교육의 강화나 건강보험의 보장성수준 제고, 아동수당제 도입,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급여대상 확대 등 하나하나 이 기회에 획기적인 접근을 행함으로써 복지제도의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정당, 노동자, 사용자,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두 모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기구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정부가 되기 위해 발상의 대전환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결코 피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사회복지란?

 

모든 그리스도인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삶과 행적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이다. 주님께서는 이러한 삶의 기본적 원리로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사랑의 이중 계명을 주셨다(루카 10,25-28; 마태 22.34-40; 마르 12,28-31).

 

사랑의 이중 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의미한다. 곧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며, 이웃 사랑을 통해서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증언하는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것이 하느님 그리고 다른 모든 이와 일치를 이루어 영원한 생명, 곧 구원에 이르는 길임을 믿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인 교회 또한 공동체적으로 이와 같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소명과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교회는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라고 교회헌장 1항은 말하고 있다. 교회는 모든 인간의 영원한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모든 이에게 선포하고 인간 개개인과 인간 공동체가 복음적으로 변화되어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하여 헌신할 사명을 주님으로부터 받았다. 이러한 사명을 이루어가는 기본 원리로 주님께서는 하느님 사랑, 이웃사랑의 계명을 주셨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웃 사랑 실천을 통하여 가난한 사람과 고통 받는 이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를 함께하며, 그들 속에서 가난하고 고통 받는 교회 창립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들의 결핍을 덜어주고자 노력하며, 그들 안에서 그리스도께 봉사하고자 마음을 쓰는 것이다. 곧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은 교회의 사명인 복음화를 이루어가는 데 빠뜨릴 수 없는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결국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은 교회의 사명을 총체적으로 이루어가는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교회의 사명을 이루어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가톨릭 사회복지의 대응 방안

 

교회 내의 사회복지 활동은 주로 1,000여 개에 가까운 가톨릭 사회복지 시설과 각 본당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회복지 활동에 의해 구성되고 있다. 심각한 위기의 이 시대에 가톨릭 사회복지는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먼저 가톨릭 사회복지 시설은 대내외적으로 막중한 비중을 지니므로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가톨릭 사회복지의 특성을 살려 복지사업 전개의 내적 충실을 기하는 것이다. 현재 사회복지계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주요한 비중과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톨릭계는 사회복지 사업을 전개하는 데 모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운동의 차원에서 교회가 동원할 수 있는 잠재적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지역복지 공동체의 구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마다 지역사회에 그 뿌리를 두지 않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사회 내의 기반을 배타적이고 폐쇄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시설과 단체를 매개로 지역사회 전체의 복지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지역사회 내에서 가톨릭의 구심점 역할은 단순히 복지공동체 형성 자체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신앙 공동체의 형성에도 궁극적으로 기여하게 됨을 인식하여야 한다.

 

셋째, 현재 한국의 복지정책이 중요한 기로에 있다는 사실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것이지만,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복지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올바른 감시자(watchdog)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더군다나 사회복지계의 확충이냐 지체냐, 개혁이냐 퇴보냐의 기로에 서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볼 때 이해집단의 목소리로부터 자유로우며 국민 일반에게 가장 양심적인 세력으로 대변될 수 있는 가톨릭교회의 올바른 상황판단과 시의적절한 입장 천명은 매우 중요한 복지발전의 선도 역할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노력이 그동안 1970, 80년대의 한국 사회에 가톨릭교회가 자임했던 변혁의 에네르기로서의 역할을 2000년대에 되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역 사회복지에서 본당의 역할

 

또한 지역 안에서 본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본당의 사회복지 활동을 통해 해당 지역에 복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국가가 국민들에게 직접 사회복지를 전달하여 발생할 수 있는 관료제의 폐해를 막을 수 있고,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각 본당의 자율성은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욕구를 효과적으로 파악하여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사회복지 활동과 관련된 지역적인 연대에 참여함으로써 가톨릭 교회가 중요한 민간기관의 역할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문 사회복지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지출의 증액이 필요하다. 본당의 사회복지 지출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 사회복지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이전처럼 사회복지 활동을 잔여적인 수준에서 수행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면 전문성을 위한 여타 부문의 투자 못지않게 사회복지를 위한 지출에 더욱 큰 관심과 실질적인 증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본당 전체 지출액의 10%는 사회복지를 위하여 지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수입이 극히 부족한 본당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본당은 교구나 다른 관련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예산을 보충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좀 더 근본적으로는 본당의 사회복지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사제 교육이 필수적이다. 주임 사제의 본당 사목 방침에서 사회복지가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가 본당의 사회복지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본당 주임 사제의 사회복지에 대한 시각이 사회복지에 대한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당 주임 사제가 사회복지에 대한 신념과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서 그 자리매김을 확고히 함으로써 각종 사회적 위기로부터 국민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면, 이러한 교회의 노력부터 강도 높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 이태수 베드로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며, 가톨릭사회복지포럼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연세대 가톨릭학생회 ‘뉴맨’ 출신으로 1980년 전국가톨릭학생협의회 회장을 지낸 바 있다.

 

[경향잡지, 2009년 1월호, 이태수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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