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길들(구체적 기도 지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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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46

[레지오와 마음읽기]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길들(구체적 기도 지향의 힘)



어느 인디언 추장이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세 아들을 데리고 사냥을 갔다. 한참동안 숲을 헤치고 다니던 중, 언덕 위 나뭇가지에 큰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추장은 독수리를 사냥감으로 정하고 아들들에게 앞에 무엇이 보이냐고 물었다.

큰 아들은 “하늘도 보이고 나무도 보입니다.”라고 했고, 둘째 아들은 “나무가 보이고 나무에 앉아있는 독수리가 보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에 추장은 몹시 실망하는 빛을 보였다. 그러나 막내는 아버지의 질문에 “독수리가 보이는 데, 두 날개가 있고 그 날개가 마주치는 곳에 독수리의 가슴이 보입니다.”라고 하자 이 말을 들은 추장은 몹시 기뻐하며 큰 소리로 “그 곳을 쏴라.” 라고 외쳤다. 이내 막내아들의 화살은 독수리의 가슴을 명중시켜 떨어뜨렸고 막내가 추장자리를 물려받게 되었다.


추장이 막내에게 추장자리를 물려준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목적은 사냥이었다. 하늘이나 나무를 본 것은 목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이고 막연하게 독수리를 본 것 또한 목표를 확실하게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적이 있는 만큼 독수리가 화살에 맞아 떨어질 곳을 확실하게 정하고 활시위를 당겨야 명중시킬 수 있다. 막내는 자신의 목적을 제대로 알고 있었고 목표 또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장이 되었다.


목적과 목표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인식해야

하버드 대학의 에일리아 크럼과 앨런 랭어는 호텔의 룸서비스를 담당하는 80명 이상의 청소직원을 대상으로 재미난 실험을 하였다. 연구자들은 먼저 그들에게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지 물었는데 1/3이상이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방청소하기 위해 왔다 갔다 하거나 짐을 방으로 옮기는 등의 일을 하니, 어쨌든 몸을 구부리고 걷고, 밀어 올리는 행동 등을 하여 열량을 소모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일을 하면서 소모하는 열량은 헬스클럽에서 오랜 시간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의 그것과 맞먹는 것이었다.

이에 연구자들은 청소직원들에게 그들이 일을 하면서 이미 상당량의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청소직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근육을 움직여 열량을 소모하면 그게 운동이라고 알려주면서, 매일 하는 청소의 소비 열량을 구체적으로 말해 주었다. 또 다른 집단에게는 운동의 유익한 점만 알려주고 그들이 소비하는 열량에 관해서는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다.

한 달 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놀랍게도 매일 하는 일의 소비 열량을 알려 준 집단은 몸무게가 크게 줄었고 체질량 지수와 허리둘레도 줄었으며 혈압도 낮게 나왔다. 하지만 다른 집단에서는 그런 현상을 볼 수 없었다. 이 현상에 대하여 연구자들은 청소직원들이 자신의 운동량을 알게 되면서 일이 운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자 몸도 그에 따라 반응해, 그 생각이 현실로 바뀐 것이라 결론지었다.

레지오 단원인 S자매는 사람을 좋아하는데다 사교적이고 언변도 뛰어나 주변에 사람들이 늘 많았다. 하지만 평상시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이 힘든 성격이어서 단원의 의무적 기도도 자주 빼 먹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성모님이 알아서 해주시니 성모님께 맡긴다며 기도지향 또한 뭉뚱그렸고, 구체적 기도 지향은 오히려 믿음의 부족이며, 기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결과라고 비웃곤 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상급평의회에서 배당되는 기도를 완수했음을 보고하는 자리가 불편해졌고, 간부가 되면서 더욱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기도지향을 적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차츰 기도지향에 익숙해져 자신에게 특별히 기도를 부탁한 사람들과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도 기록하게 되었고, 이 모든 것이 모아져 자연스럽게 기도목록이  되었다.

그 후로 그녀는 평소 활동대상자는 많은데 이렇다 할 결과가 없어서 안타까웠던 것과는 달리 눈에 띄게 활동 결과가 좋아지는 변화를 경험했다. 그녀는 이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모든 것이 제 생각에는 기도지향을 구체적으로 의식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도 지향을 구체적으로 하다 보니 늘 기도하는 사람이 생각에 남아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먼저 연락을 하게 되기도 하고... 또 오랜만에 만난 사람도 내가 기도를 하고 있었던 사람은, 그 기도가 필요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그 때의 사건을 이야기하며 관심을 표현하게 되니 그분들이 저의 관심을 사랑으로 느끼고 저를 매우 신뢰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행동단원이 되기도 하고 협조단원이 되어 주기도 하던데... 제 생각 에는요, 활동대상자를 만나는 것이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면, 기도 지향을 쓰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열매를 맺기까지 돌보는 일인 것 같아요....”


한 번쯤 구체적인 지향을 기도 전에 생각해야

실제로 앞에 소개한 실험 결과의 원인을 ‘스위치(웅진 지식하우스)’저자인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실험 연구자들의 결론인 ‘생각의 변화’라기보다는, 청소직원들 자신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행동방식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청소직원들이 사소한 신체 활동도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더 자주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스스로 찾게 되어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니 S자매가 생각하는 활동 성공 이유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기도하기 전에 지향을 생각하는 것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빨리 기도를 끝내고 싶은데 지향을 생각하는 것으로 기도가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고,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 마치 내가 하느님을 기도로 조정하는 잘못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로 느껴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님 또한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라는 기도를 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구체적 지향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심리학적인 실험 결과도 목표를 의식할 때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한 번쯤은 구체적인 지향을 기도 전에 생각해 볼 일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은 그 구체적 기도 끝에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길’ 기도했다는 것이다.

‘레지오는 더욱 영광스러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목표로 일상생활의 크고 작은 길들을 모두 살핀다.’(117쪽)

참고도서
스위치 - 웅진 지식하우스
59초 - 웅진 지식하우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3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 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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