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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먼저 작은 부탁을 해보라(부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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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37

[레지오와 마음읽기] 먼저 작은 부탁을 해보라(부탁하기)



“우리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보다 자신이 친절을 베푼 사람을 더 좋아한다”라고 톨스토이는 말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내가 친절을 베풀어야만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히려 나의 친절을 받은 사람보다, 나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이 나를 더 좋아하게 된다니 이게 과연 맞는 말일까? 

18세기의 미합중국 공동 창시자이며 정치가이고 발명가인 벤자민 플랭클린은 펜실베이니아 주의회에서 한 의원의 협력을 얻어야 할 일이 생겼다. 그 의원은 아주 냉담하기로 악명 높았는데 플랭클린은 그 의원의 협조를 받기 위하여 보통 사람들처럼 머리를 숙이고 간청하는 것이 아닌 아주 색다른 방법을 썼다.

그것은 그 의원이 소장하고 있는 아주 희귀한 책을 이틀만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 의원은 책을 빌려 주었고 플랭클린은 책을 돌려줄 때 정중하게 감사의 편지를 써 보냈다. 그 이후 의사당에서 플랭클린이 그 의원을 만났을 때 그는 전과는 달리 아주 친절하게 말을 걸어 왔고 뿐만 아니라 무슨 일에나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플랭클린은 “내게 친절을 베푼 사람은 내가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보다도 더 기꺼이 또 다른 친절을 베풀려고 한다”라는 말로 정리하였다. 이를 현대에서는 ‘벤자민 플랭클린 효과’라 한다.


'인지부조화의 원리'

1969년 심리학자인 존제커와 데이비드 랜디는 이런 심리기제가 200년이 지난 지금도 통하는지 알아보려고 실험을 했다. 먼저 퀴즈에 참가하면 돈을 주겠다고 하여 실험참여자들을 모은 뒤 짧은 지식테스트를 하고 돈을 지불하였다.

그리고 이 실험 참여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각 집단에게 다른 상황을 만들어 주고 연구자에 대한 호감도를 평가하게 하였다. 즉 실험을 마친 참여자들이 연구실을 나서자마자, 한 집단에는 연구자가 직접 나타나 이 퀴즈를 주관하느라 사비(私備)를 쓰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되었다고 하면서 돈을 돌려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집단에는 여비서가 나타나 이 퀴즈를 대학연구소에서 투자하였는데 회계과에 갈 시간을 놓쳐 돈이 당장 필요하다며 돈을 돌려 달라고 하였다. 세 번째 집단에게는 아무 정보도 주지 않고 다만 연구자가 퀴즈를 개최했다는 이야기만 하였다. 이 세 집단 중 연구자에 대한 호의를 가장 많이 표현한 집단은 어떤 집단이었을까? 결론은 첫 번째 집단으로, 개인적으로 돈을 요구하여 무례하게 조차 느껴지는 연구자에게 가장 많은 호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상식과 반대되는 이런 원리가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사람들은 생각과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낸다. 행복하기 때문에 미소를 짓거나 웃게 되고,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면 그 사람을 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행동이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미소 짓거나 큰 소리로 웃으면 행복한 기분이 되고 다른 사람의 눈을 응시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친절한 행위를 누군가에게 베풀면, 그가 좋아서 호의를 베푼 것처럼 생각되어, 더욱 호감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인지부조화의 원리’라고 한다.


과도한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일 부탁해야

그런데 굳이 이런 심리학적 결과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도움을 주고 난 뒤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는 흔하다. 그것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주는 행위의 기쁨이 전이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실험의 결과는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부탁 받는 사람이 과도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야 선뜻 기쁘게 해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불평을 하거나 심지어는 거절할 위험도 있다. 또한 그 결과에 무관하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 기억하는가?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께서 잔심부름이나마 나에게 시켰을 때 느꼈던 우쭐함과 사소하지만 집안일을 도와드리고 난 뒤의 가슴 벅참을 말이다. 지금 돌아보면 나의 서툰 도움이 오히려 어른들에게는 불편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 때는 그랬다. 또한 부모가 되어서는 내 아이에게 뽀뽀를 해달라고 했을 때 그 부탁을 들어주는 아이 얼굴의 자랑스러운 표정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를 돕게 하는 소소한 행위는 긍정적 감정변화를 일으켜 또 다른 좋은 감정을 쌓는 기회를 주어 친밀함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실제로 회사의 직원들에게 책임감이 바탕이 된 내적 헌신을 불러일으키는 방법 중 하나로,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중요한 전략과 실행 방안들을 결정하는 과정에 해당 직원들을 참여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친밀함이 필요한 사이라면 먼저 작은 부탁을 해보라. 그에게 나를 돕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와 나 사이에 특별한 감정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외인 권면이나 단원 권면 등 모든 활동 대상자에게 직접적인 권면을 하기 전, 친밀함을 만들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새 단원의 훈련방법인 도제제도를 통해 함께 일을 나누는 것도 새 단원이 Pr.과 기존 단원들에 대하여 친밀함을 갖게 할 수 있다.

나아가 간부 자리에 있다면 더욱 단원들에게 부탁하여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원들의 협조를 얻어낸 결과를 넘어서, 능력을 발휘하여 자부심을 느낀 단원에게 생긴 긍정적 감정이, 간부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레지오 활동의 본질은 친밀한 관계를 이루는 것이다”(교본 434쪽)라는 레지오 정신과 맞닿아 있다.

참고도서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지식 갤러리
59초, 웅진 지식하우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6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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