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가톨릭 교리

교리상식: 형식에 따른 기도의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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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15 ㅣ No.701

[알기 쉬운 교리상식] 형식에 따른 기도의 분류


지난 호에서는 기도의 내용에 따른 분류를 알아보았고, 이번 호에서는 기도의 형식에 따른 분류를 알아보자. 교회는 전통적으로 기도생활의 세 가지의 형태, 곧 소리기도와 묵상기도, 그리고 관상기도를 인정해 왔다.(『가톨릭 교회교리서』 2721항)


소리기도(염경기도)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소리 내어 하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 자신도 열정에 차서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신 것을 비롯하여 겟세마니 동산에서 비탄에 젖은 기도를 하셨다. 소리기도는 어떤 기도문의 뜻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외우는 기도를 말한다. 예전에는 염경(念經)기도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였다. 주님의 기도를 비롯하여 성모송, 영광송, 삼종기도, 성무일도 등 기도문 형식으로 나와 있는 모든 기도와 전례에 사용되는 모든 기도들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묵상기도

소리기도가 내적인 마음의 외적 표현이라면, 묵상기도는 기도 내용을 내적으로 더욱 심화시키는 기도이다. 묵상기도는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의 뜻을 나의 삶에 비추어 새겨들으면서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이다. 묵상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영적인 스승들로부터 가르침을 받거나 안내를 받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자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묵상의 자료들이란, 성경을 비롯하여 성화상, 그날이나 그 시기의 전례문, 영성교부들의 저서 등이 있다.(가끔 묵상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고 뉴에이지 계열의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뉴에이지 운동가들의 실체를 안다면 금해야 할 일이다.)


관상기도

관상(觀想)기도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과 내가 온전히 친교를 나누는 기도이다. 데레사 성녀의 관상기도에 대한 답을 들어 보자. “마음으로 하는 관상기도란, 제 생각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하느님과 자주 단둘이 지냄으로써 친밀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기도한다는 표현 보다는 기도의 상태라고 할 수도 있고, 신비적인 기도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자유기도’와 ‘화살기도’ 등이 있다. 요즈음은 좀 나아졌지만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개신교 신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하기 힘들어 하는 기도가 자유기도이다. 자유기도란 마음속의 품은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기도이다. 화살기도는 말 그대로 화살을 쏘듯이 순간순간 떠오르는 짧은 말마디로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화살기도는 운전하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하기 쉬운 기도이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떠오르는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서 짧은 말마디로 바칠 수 있는 기도이다. 화살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그만큼 더 하느님과 가까이 사는 사람이 아닐까?

고해소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신부님, 제가 신앙심이 약해서 주일미사도 빼먹고 기도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문장은 틀린 것 같지 않지만 내용은 좀 이상하다.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다. 신앙심이 약해서 신앙생활을 잘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일을 지키지 않고 기도를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신앙심이 커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 호에서 진정한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어린아이가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엄마 젖이나 우유를 먹다가 이유식을 거쳐서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성장하듯이 신앙심도 마찬가지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다 빠져 나가는 것 같아도 어느 사이에 콩나물이 자라는 것처럼, 우리도 쉬운 기도부터 열심히 하다 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 갈 것이다.

* 연재를 마치면서


그동안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래 전에 오스트리아의 어느 서점에서 구입했던 엽서에 적힌 기도문을 옮겨 봤습니다. 독자 모든 분들과 여러분들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빕니다.

Der Herr 주님

주님께서 너의 앞에 계시기를,
너에게 바른 길을 가리켜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옆에 계시기를,
너를 두 팔로 감싸 주고 너를 지켜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뒤에 계시기를,
악인들의 흉계에서 너를 보호하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밑에 계시기를,
네가 넘어질 때에 잡아주고 너를 덫에서 빼내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안에 계시기를,
네가 슬퍼할 때에 너를 위로해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를 에워 계시기를,
다른 이들이 너를 흉보고 욕할 때에 너를 변호해 주시도록.
주님께서 너의 위에 계시기를,
너에게 강복하시기 위하여.
좋으신 주님께서
이렇게 당신에게 강복하시기를 빕니다. - 고대 축복 기도문 중에서

[월간빛, 2012년 12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매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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