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가톨릭 교리

본당신부의 지상 교리: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삼중 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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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2-15 ㅣ No.700

[본당신부의 지상 교리]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삼중 직무


초대교회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라틴어로 ‘라이쿠스’라 불리는 평신도는 수직적 교회구조의 최하위 구성원으로서 다스림의 대상이었다. 교회 안에서 그저 ‘기도하고 봉헌하며 순종하는(pray-pay-obey)’ 부류였다. 다행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를 계기로 교회는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크게 쇄신하여, 교회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신도의 위상을 높이고, 인간과 세상을 향한 구원의 성사인 교회 사목의 협력자로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평신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경과 성전을 하느님의 계시와 신앙의 원천으로 선포하고, 성경 읽기와 연구를 확대하여 성경이 구체적인 신앙생활의 규범이 됨을 밝히고, 지금까지 부정되었던 ‘교의 발전론’을 인정하였다. 이는 전통적인 교의가 정의될 당시의 상황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적 변화와 상황에 따라 다시 해석, 표현, 발전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공의회는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를 교회 가르침의 기본노선으로 확립하고, 신자들에게 폭넓은 자유를 보장하고 비신자들에게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였다. 이는 교회 내 ‘평신도의 위상 확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나아가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교회가 바로 이 사회에 봉사할 사명을 가졌다고 천명하였다. 이 또한 교회 구성원의 대부분인 평신도가 세상의 영역 안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이다.

공의회는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루는 교회헌장에서 직분상의 교계제도를 언급하기에 앞서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표제를 채택하여 세례와 견진성사에 따른 모든 그리스도인의 ‘보편 사제직’이 ‘특수 사제직’에 우선함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평신도’ 장을 따로 할애하여 모든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자신의 고유한 방법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실제로 그러한 삼중 직무를 가진다고 밝혔다. 나아가 평신도에 관한 교령을 발표하여 구체적인 사도직 수행방법을 제시하였다.


2. 평신도의 소명 - 평신도 사도직

평신도는 성품과 교회에서 인정한 수도 신분에 속하는 이들 이외의 모든 그리스도 신자를 말한다. 곧 세례성사로써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백성 가운데 들고, 견진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에 참여하며, 교회와 세계 안에서 자기의 사명을 수행하는 신도들이다.

평신도가 현세적 일을 하느님의 뜻대로 관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찾도록 불린 이들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평신도의 독자적인 소명’이다. 이러한 본질과 기초를 바탕으로 공의회는 처음으로 교회와 세상을 향한 평신도의 사명을 ‘평신도 사도직’이라 천명하였다.

평신도의 사제직

사제직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부여한 성화의 사명이다. 평신도는 교회와 세상의 성화와 성삼 하느님에 대한 영광을 바탕으로 한 교회의 사제직에 참여한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직분상의 사제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보편 사제직을 누리는 것이다. 평신도는 하느님 백성의 산 지체로서 창조주에게서 받은 선물과 구세주에게서 받은 은총으로 교회의 발전과 그 끊임없는 성화를 위하여 자신의 힘을 다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그리스도께서 평신도들을 당신 생명과 사명에 밀접히 결합시키시며 당신 사제직의 일부를 맡기시어, 그들이 하느님의 영광과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영신적 예배를 드리도록 하셨다. 그들의 모든 일, 기도, 사도직 활동, 결혼생활, 가정생활, 일상 노동, 심신의 휴식 등을 성령 안에서 이루며, 더구나 생활의 번민을 인내로이 참아 받는다면, 이 모든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뜻에 드는 영적 제물이 될 것이며, 성찬례를 통하여 주님의 몸과 함께 정성되이 성부께 봉헌될 것이다.

이와 같이 평신도들도 자신의 거룩한 삶을 통하여 이 세상을 하느님께 봉헌한다. 그러므로 평신도의 현세적인 삶은 그 자체가 하느님께 바치는 영적 예배이며 제사이다.

평신도의 예언자직

예언자직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부여한 가르치는 사명으로서 복음 선포와 증거의 삶(순교)을 말한다. 이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지는 권리요 임무다. 생활의 증거와 말씀의 힘으로 성부의 나라를 선포하신 위대한 예언자 그리스도께서는 영광을 완전히 드러내실 때까지 당신의 예언자직을 수행하시되,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권한으로 가르치는 성직자뿐 아니라 평신도들을 통해서도 성취하신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을 증인으로 삼아 그들에게 신앙의 마음과 말씀의 은총을 주시어 그들 가정과 사회의 일상생활 가운데서 복음의 힘이 빛나도록 배려하셨다.

교회는 평신도가 예언자직에 참여하는 수단을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증거의 삶’과 ‘말씀의 힘’으로 이해하며, 하느님께서 이를 신앙의 마음과 말씀의 은총으로 굳세게 해 주실 것을 믿고 있다.

아울러 교회는 평신도의 예언자 직분의 두 가지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첫째는 평신도가 그리스도교적 결혼과 가정의 숭고한 가치를 깨달아 그들의 현세적 삶이 세상의 빛과 땅의 소금이 되기를 권고하며, 둘째는 교회의 특수상황이나 위기상황에서 자신의 예언자직을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 이로써 평신도는 실로 이 세상 안에 살아있는 진리의 증거자요 예언자다.

평신도의 왕직

왕직은 교회의 다스리는 사명으로서 엄밀한 의미에서 교회와 인간, 그리고 세상의 구원에 대한 봉사를 말한다. 사람을 섬기러 오신 그리스도께서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죽기까지 순명하심으로써 성부에게서 받은 권한을 당신 제자들에게 주시어, 그들도 왕다운 자유를 누리며 극기와 거룩한 생활로써 죄가 자신들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고, 나아가 그리스도께 봉사하는 겸손과 인내로써 자기 형제들을 그리스도 왕께 인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는 당신 왕국을 또한 평신도들을 통하여 확장시키고자 하신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왕직에 평신도가 참여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참다운 가치로 이끌며, 세상을 하느님의 질서 아래 두게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천상의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으며, 이것이 역으로 세속성에 존재 이유를 부여한다.

평신도는 자신의 사도직 수행의 권리와 임무를 교회 신비체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의 일치에서 받으며, 사도직의 효과 또한 그리스도와의 생생한 일치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교회에 맡겨진 사도직의 원천은 성부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이시므로, 그분과 함께하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분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요한 15,5 참조).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와 밀접하게 결합된 이러한 생활은 다름 아닌 모든 신자에게 공통된 영적 생활이다. 평신도는 교회 안에 살아있는 다양한 영적 수단으로 양육되고 믿음, 희망, 사랑의 삼덕으로 무장함으로써 현세 임무를 올바로 수행할 힘을 얻게 된다. 따라서 평신도의 영적 생활과 현세 생활은 서로 일치되어야 한다. 모범적인 삶은 곧 신앙의 가시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경향잡지, 2012년 12월호, 박상대 마르코(부산교구 신부, 몰운대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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