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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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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9 ㅣ No.159

[경향 돋보기 - 아시아 교회와 평신도] 아시아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

 

 

아시아의 상황

 

2010년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교황청 평신도평의회가 주최하고, 서울대교구가 주관한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가 명동대성당 일대에서 열렸다. 대회의 주제는 ‘오늘날 아시아에서 예수 그리스도님을 선포하기’였다. 아시아 대륙은 주지하듯이 가톨릭이 소수이다. 특히 중동과 구소련, 중앙아시아 지역은 아랍권으로 이슬람이 강하게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 이라크에서 가톨릭 신자들을 인질로 잡고, 그들을 사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중동에서 그리스도교를 믿고 고백하는 행위는 쉽지 않아 보인다. 평신도대회 중 이슬람이 국교인 파키스탄에서 복음을 전파한 사례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폭탄 테러와 같은 폭력 사태가 빈번한 나라에서 가톨릭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이슬람과 대화하고 그들에게 ‘적’이 아닌 ‘형제’로 인식시키면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 하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은 공산당이 엄격히 종교를 통제한다. 정부의 교회인 중국 가톨릭은 보편교회와 형제적 친교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보편교회는 끊임없이 이들을 도와주고, 선교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음화의 희망과 함께 더욱 가톨릭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것은 아시아의 가난에 대한 배려이다. 아시아에는 신흥 경제 개발 국가로 도약하는 나라들이 많다.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경제 개발을 통해서 가난을 극복하고 있다. 이미 경제 발전 길에 오른 한국과 일본 등도 있지만 이 나라들에도 상대적 빈곤이 상존한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복음을 전파한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아시아에 복음을 선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아시아에서 가톨릭은 근대에 서구에서 들어온 외래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현대 아시아 문화와 종교들 속에서 가톨릭 문화와 신앙을 전파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교회는 ‘토착화’와 ‘종교 간의 대화’라는 선교의 방법을 적용하면서 아시아인들이 가톨릭을 단지 외래 종교로 인식하지 않고, 아시아 종교의 뿌리를 공유하는 종교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소수인 복음 전파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애덕 실천에 앞장서야 하는 교회, 전통 종교들 안에서 복음의 씨앗을 심어야 하는 가톨릭교회가 그 선교 방법을 찾는 데 이번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복음화의 증언들

 

이 대회를 통해 우리는 아시아 평신도들의 감동적인 선교 열정을 듣고, 나눔에 참여할 수 있었다. 특별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 종교의 자유가 없는 곳에서 희망을 안고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신앙인들의 증언을 들었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 곳곳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활동하는 교회 운동 단체들의 활동상을 듣고 공감하였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는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대회가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권고인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핵심을 더욱 깊이 아는 계기가 되었고, 주님의 증거자와 제자로서 평신도의 위상을 높인 대회라 평가했다. 또한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화에 이바지하는 평신도들과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 노력에 몸 바치는 평신도들의 증언이, 모든 아시아 그리스도인에게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필자에게 몇 명의 증언이 눈에 띄었다. 첫째, 투르크메니스탄의 선교사인 폴란드 신부의 증언을 듣고 마음으로부터 찬사를 보냈다. 단 두 명의 신부가 이슬람 국가인 그곳에서 그리스도를 고백하면서 신앙을 실천하여, 마침내 백여 명에 이르는 신자 공동체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는 모든 참가자에게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복음화는 단지 물질적 인적인 풍요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작 그 자체에서부터 주님께 의탁하면 모든 것을 이루어주시는 성령께서 활동하신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었다.

 

둘째, 네오까떼꾸메나또의 기코 아르게요는 자신의 삶 속에 불타오른 주님의 체험을 생생히 전해주었다. 그는 마드리드에서 화가로 살고 있었는데, 세상의 삶에서 주님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주님에 대한 깊은 체험을 하고 싶어서, 집시들과 함께 3년 동안 살았고, 이를 통해‘주님이 이곳에 계시며,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함께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새로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동체를 설립했다. 이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과정을 진지하게 삶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취한 것이었다. 이 과정을 따르면, 주님을 삶 안에서 체험하게 되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확언했다.

 

셋째, 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의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 신부는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교회의 희망이라고 강조하며, 유럽 선교사의 영향에서 탈피하고 고유하고 토착화된 교회의 모습을 상기했다. 특별히 절두산에서 바친 국악 미사를 매우 감동적으로 체험했다고 한다. 순교자에 뿌리를 둔 한국 신앙인들의 토착화 작업과 역동적인 신자들의 봉사정신을 놀라워했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인 스타니스와프 추기경과 사무총장 조세프 클레멘스 주교의 대화 속에서도 한국 교회에 대한 보편교회의 뜨거운 사랑을 감지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회가 끝날 무렵, 교황께 보낸 편지에서 아시아 평신도들은 다음과 같이 복음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을 저희 각자, 가톨릭 평신도로서, 더욱더 열렬히 증언해야 할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단 한 분이신 세상의 구세주로서 선포해야 함도 인식하고 있습니다”(교황님께 보내는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참가자들의 서한 중에서).

 

평신도가 아시아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환경과 정치적인 특수 상황에서 평신도들은 그리스도의 사명을 철저히 실천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로써 주님께서 주신 은사와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평신도의 역할을 한 번 더 강조하는 대회였다(3항 참조).

 

 

세계교회의 희망

 

필자는 서울대교구 사제들의 해외 사목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고, 또한 로마에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교회의 특성을 나름 이해하면서 한국 교회의 역할을 찾아볼까 한다. 물론 필자의 체험이 그 교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 외적인 현상을 그곳 사제들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세계교회의 답보된 복음화 상황이다. 남미의 페루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사목자들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지역이다. 생계를 위해 선택한 사제들의 종교교사 역할은 사목 공백을 낳게 한다. 그래서 그곳은 북미에서 온 신흥종교, 예를 들어 여호와의 증인, 몰몬교 등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페루 교회는 이제 70%의 가톨릭 신자에서 60%의 비율로 넘어가고 있다고 한다. 완전히 토착화되지 않은 가톨릭교회의 모습이다. 잉카의 민간 신앙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혼합은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보다는 기복신앙으로 더 기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본 교회는 순교자 신앙이 뿌리 깊은 나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새로운 신자들은 가톨릭교회의 교리, 전례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느낌이었다. 대부분 신도(神道)를 따르는 일본인들은 예수님도 그 신(神) 가운데 하나라는 일반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다. 하느님 체험이라든지, 절실한 신앙, 실천하는 신앙보다는 기복과 내세구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유럽 교회는 그리스도교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로마에서 유래된다. 찬란한 가톨릭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가톨릭의 본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앙의 유산이 식어가면서 여러 가지 추문들이 유럽 교회의 자긍심을 잃게 한다. 이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새복음화위원회를 교황청 기구로 설립하여, 유럽인들과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성숙한 신앙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를 통해서 보여준 한국 교회의 위상은 매우 확실히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먼저 평신도들의 자발적 봉사정신이다. 대회 모든 부분에서 성실하고도 조직적인 평신도의 자발성은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둘째,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은 주님께 대한 강한 신앙심이다. 해마다 많은 성당들이 신축 봉헌되고, 교세가 확장되는 한국 교회의 발전 이면에는 이들의 신앙심을 바탕으로 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평신도와 함께 성직자, 수도자도 한국 사회에 깨끗한 이미지를 던져주고 있다. 자신을 희생하고 아름답게 봉헌하는 그들의 모습은 경쟁에 지친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넷째, 한국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에게 보여준 애덕 실천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사회 윤리적 사명을 던져주는 교회의 예언자상은 한국 사회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물론 교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급격한 발전 이면에 드러나는 교회의 세속화로, 이는 특별히 영적으로 갈증을 느끼게 한다.

 

이번 대회는 한국 교회의 발전의 동력을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 점을 보완하여 아시아와 세계교회에 커다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교회로 한국 교회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는 한국 교회를 아시아와 보편교회의 희망의 징표로 인식하게 되었다. 앞으로 한국 교회가 아시아 교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한국 교회의 역할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아시아와 세계교회에서 역할을 찾기보다는 먼저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자면 첫째, 영성적 측면의 개발이다. 사업과 행사를 통한 사목적 발전보다는 신앙인들이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영성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경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소외를 낳고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지친 한국인을 감싸 안을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신앙인의 모습이고, 하느님과 일치하는 형상이다. 이를 통해서 교회의 세속화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교회에서는 영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사목방향을 잡아주며, 본당에서는 그에 맞는 영성적 훈련과 체험을 강조하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영성의 해”라 하여 신학생에게 영성을 강조한 교황청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사제가 될 사람들뿐 아니라 신자들에게도 영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영성은 교회 전통과 평신도 운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도회 전통에서 유래한 고유한 기도 영성과 함께 운동 단체에서 현대인에 맞게 표현된 영적 수련을 활용하여 한국인에 맞는 영적수련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다.

 

곧 사목은 한국인의 영성을 보듬어 그들이 기도할 수 있는 신앙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아시아 대륙에 모범으로 자리 잡아, 아시아에서도 이러한 한국인의 토착화된 영성수련을 배워, 아시아인에 맞는 영성수련을 개발하여 그리스도를 몸과 마음으로 배울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한국 평신도의 자발성이다. 많은 수의 평신도들이 교회에서 활동 기회를 찾고 있다. 그들을 적합하게 양성하여 사목일선에서 뛰게 하는 것이다. 이때 관건이 되는 것은 이들의 성직자, 수도자와의 긴밀한 협력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로 자신의 카리스마를 실천할 수 있도록 교회에서 배려하는 것이다. 양성과 함께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한국에서 배우고 체험한 사목과 영성을 그들이 아시아 곳곳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요즘 대중문화 흐름에서도 한류는 아시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한 시대에 통신과 문화교류를 통해서 한국의 사목을 전파하는 것이다.

 

셋째, 카리타스 등 가톨릭 국제구호단체에 적극 가입하여 가난하고 비참한 국가들을 도와줄 수 있었으면 한다. 빈곤과 기아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특별히 아동들을 위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방법과 길을 열어주고, 양성하는 것이다. 종교색을 띄면 위험한 지역이 있으므로 외적으로 가톨릭을 표방하지 않더라도 중동, 네팔, 인도네시아, 몽골 등에서 구호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사제들의 해외 선교이다. 일부 사제들이 해외에서 사목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양성과 함께 사제들이 열정적으로 해외에 나가 현지 사목에 이바지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아시아와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선한 목자를 많이 필요로 한다. 가까운 아시아에서 먼 남미, 아프리카까지 사목자가 부족하여 교회가 폐쇄되고, 신자들이 방황하며 윤리적인 문제로 몸살을 앓는 지역이 정말 많다. 진취적인 사제들을 해외에 파견하여 원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며, 이로써 한국 교회도 신앙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교회는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며,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한국 교회는 자신의 특성을 세계에 알리고 적용하면서 세계교회에 새로운 활기를 주어야 한다. 특별히 한국적 영성을 체계화하고 적용하려는 평신도와 사제들을 양성하여 그들이 세계교회에 진출하도록 배려한다면 한국 교회는 분명 아시아와 세계교회의 커다란 희망이 될 것이다. 이 희망을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맡겨드린다.

 

* 양해룡 요한 - 서울대교구 신부. 1995년 수품. 2004년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 선교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를 담당하며,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0년 12월호, 양해룡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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