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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각 교구의 선교 계획과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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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4 ㅣ No.98

[경향 돋보기] 각 교구의 선교 계획과 활동

 

 

‘바오로의 해’를 맞이하여 선교사명을 되새기고 실천하려는 교회의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선교를 실천하는 주체가 본당이라면, 선교의 큰 밑그림을 구상하고 제시하는 주체는 교구다. 한국 교회 16개 교구의 선교운동 현황과 흐름을 살펴본다.

 

 

선교의 두 얼굴 : 복음선포와 새 신자 초대

 

‘선교’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농어촌과 해외의 본당 또는 공소에 파견되어 설교와 성사를 베푸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선교사가 생각난다. 미담의 주인공으로 언론매체에 소개되는 천주교 신자들이나, 예비신자와 쉬는 신자에게 입교와 회두를 권하는 이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이러한 실천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세상으로 나아가 복음을 선포하는 일과 세상 사람들을 교회로 초대하는 일이다. ‘예비선교’라 일컫는 신자들의 활동은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존재와 복음의 참뜻을 깨닫게 한다. 그런가 하면 ‘직접선교’도 필요하다. 물론 세상에는 교회를 알지 못하면서도 이미 복음과 같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 많으나, 하느님의 아들딸이 되고(세례성사) 말씀을 들으며(말씀전례) 빵을 나누는(성체성사) 공동체는 여전히 복음화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새 신자를 초대하는 ‘직접선교’에 초점을 맞추어 선교와 관련한 한국 교회 16개 교구의 계획과 활동을 살펴보니 교구마다 다른 내용 속에서도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숫자 : 또렷한 목표와 동기부여

 

최근 여러 교구의 사목교서에는 신자 수, 복음화율 등의 양적 목표를 제시하고 지구와 본당의 협력을 요청하는 내용이 많다. 서울대교구의 ‘복음화 2020 운동’은 2020년까지 교구 내 복음화율(지역 총인구 대비 신자 비율) 20% 달성을 목표로 삼는다. 청주교구의 ‘비전 2050’은 2020년까지 교구 신자 20만 명, 미사참례율 50%를 달성하자는 뜻이다. 대전교구는 복음화율 10%를 주창하고, 군종교구는 ‘2010년까지 군복음화 25%를 향해 나아가는 5년’을 선포하였으며, 광주대교구의 ‘2010 복음화운동’은 2010년까지 미사참례율 20% 더 올리기와 쉬는 신자 비율 10% 더 낮추기를 제시했다. 마산교구 ‘비전 1030’의 목표는 2010년까지 복음화율 10%와 미사참례율 30%다.

 

숫자를 이용하여 신앙실천을 권고한 대목도 있다. 안동교구는 교구설정 40주년 준비의 일환으로 ‘매일 15분 성경 읽고 쓰고 묵상하기’, ‘3명에게 전교하고 쉬는 교우 3명 인도하기’, ‘1분의 나눔으로 이웃에게 기쁨 주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광주대교구의 2010 복음화 운동은 ‘매일 20분 성경 읽고 10분 새기기’, ‘미사 10분 전에 성당에 도착하고 미사 후 20분간 묵상하거나 교우들과 친교 나누기’를, 마산교구의 3 ? 6 ? 9 운동은 ‘3위의 이름으로 성호경 긋기, 생명운동을 6명에게 전파하기, 저녁 9시에 가정기도에 동참하기’를 뜻한다.

 

통계가 개인의 신심과 공동체의 실태를 낱낱이 말해주지는 않지만, 숫자가 선교의 현황과 결과를 부분적으로나마 가장 손쉽게 입증하는 지표인 것은 분명하다. 구체적 숫자로써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고 선교운동의 기준을 교구 설정 ○○주년이나 미래의 특정연도에 둔 것은 새로 나는 교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교회, 앞날이 밝은 교회에 대한 열망의 표현인 듯하다.

 

 

거리로 나가느냐 이웃에게 전하느냐

 

지금 한국 교회에서 널리 쓰는 직접선교 방법은 대략 두 가지다. 첫째는 가두선교로 대변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선교로, 천주교 소개 리플릿이나 판촉물을 가지고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에서 천주교를 알리는 방법이다. 본당에서 특정기간에 집중 선교운동을 할 때 이 방법을 자주 활용하며, 선교 준비기간에는 신자들에게 묵주 고리기도, 십자가의 길 기도 등의 신심행위를 권고한다. 가두선교 전문단체로는 ‘한국 천주교 가두선교단’(경향잡지 2003년 10월호 61쪽 참조)과 ‘천주교 예수 노상전교회’가 있다.

 

가두선교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개신교를 따라한다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성가시게 한다거나,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적다거나, 신앙은 선전대상이 아니라고도 한다. 반면 경험자들은 사전교육과 기도운동으로 자신의 신앙을 쇄신할 수 있고, 가두선교가 천주교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캠페인 구실을 하며, 숨어있던 쉬는 신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8월 말 가두선교에 나섰던 서울 서초동성당 신자들은 “아무에게나 접근해서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당장은 관심 없어도 언젠가 종교를 찾을 마음이 생기면 기억해 달라는 뜻으로 다가간다. 가두선교를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실시하면 더 좋겠다.”고 했다.

 

둘째는 관계선교, 곧 일가친척과 친구, 동료, 이웃에게 신앙을 권유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안의식이 민감해진 오늘날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주변인을 권유하여 인도하는 방법은 오래 전부터 많은 신자들이 실천해 왔으나, 최근에는 여기에 신앙의 확신과 교리지식을 겸비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 ‘선교훈련 시그마코스’(2007년 10월호 20쪽 참조)가 여러 교구의 선교 관련부서를 통해 보급되고 있다.

 

 

평신도 선교일꾼 양성을 위한 노력

 

요즈음 지역을 막론하고 평신도의 교리교육 수준이 조금씩 높아지고 활동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교리신학원 과정이나 교구청이 주관하는 선교 관련 교육의 기회도 늘어났고, 거의 모든 교구에서 교리교사 양성을 겸한 평신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받은 신자들이 선교단체를 결성하여 직접선교와 예비신자 교육에 나서기도 한다.

 

수원교구에는 복음화국 산하단체인 ‘선교봉사자회’가 10여 년째 활동하고 있다. 모두 교리신학원 출신인 회원들은 예비신자 교리팀, 견진교리와 신자 재교육팀에 소속되어 교재연구와 본당 교리반 강의를 하고 있으며, 2007년까지 같이 운영하던 선교교육팀은 ‘선교교육봉사자회’로 독립되어 본당 선교봉사자 양성을 맡는다. 인천교구에서도 가두선교단원과 교구 선교사학교 이수자들이 ‘선교위원회’를 조직했다. 청주교구에서는 지난 2004년 교구 사도직학교에서 교구 내 공소 실태조사를 했던 신자들이 ‘공소사도회’를 결성하여 공소 재건에 앞장서고 있다(가톨릭신문 2008년 2월 3일자 기사). 군종교구에서도 ‘군선교단’이 군부대 성당의 예비신자 교리나 재교육, 병사 간식봉사 등을 맡는다.

 

평신도 교육과정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전국의 가톨릭 대학교 부설 교리신학원과 각 교구별 교리교사 양성과정이 있으나, ‘바오로의 해’와 관련한 교육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안동교구는 10월부터 교회의 선교사명과 실질적 방법론을 내용으로 ‘바오로 선교학교’를 개최한다. 광주대교구는 지난 3월부터 11월 말 성서주간까지 사도행전과 바오로 서간 필사운동을 펴는 한편, 2009년 사순시기에는 교구 내 권역별로 바오로 영성과 선교 특강을 실시할 계획이다.

 

 

21세기 선교의 주체는 작은 공동체

 

교회를 일종의 조직으로 볼 때, 제삼천년기 한국 교회에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대리구’와 ‘소공동체’의 등장이다. 일찍이 대리구와 소공동체는 조직 대형화에 따른 관리의 어려움, 교구 관할지역 간의 환경 차이, 신자들의 소외현상과 냉담자 증가를 해소할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교구와 본당이 작은 교회를 통해 “친교의 교회, 참여하는 교회, 평신도 교회”(수원교구 2008년 사목교서 참조)를 지향하게 되면서 대리구와 소공동체가 선교사업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주체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리구제로 운영되는 수원교구와 대구대교구의 경우, 단일대리구에서 선교를 공동목표로 설정하고 모든 본당이 선교운동에 참여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수원교구 안양대리구는 지난 2007년 10월에 4개 지구 24개 본당이 ‘새 가족 찾기 합동선교 운동’으로 예비신자 5천여 명을 모집(평화신문 2007년 11월 11일자 기사)하였고, 올해 10월에는 바오로의 해를 기념하여 새 가족과 우리 가족(쉬는 신자) 찾기 집중선교를 한 뒤 돌아온 신자들을 대상으로 견진교리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구대교구는 선교를 비롯한 본당 봉사자 교육을 대리구별로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제4대리구(경주 ? 포항지역)는 올해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모든 본당이 ‘공동선교’ 를 실시하되 구체적인 계획은 각 본당에 맡기고 있다.

 

제주교구에서는 예비신자 초대와 교리, 입교까지의 과정을 소공동체가 맡고 있다. 사목국장 고병수 사도 요한 신부에 따르면, 5-6년 전까지 가두선교나 방문선교를 실시할 때에 비해 예비신자 수는 줄었으나 실제 세례자 수는 줄지 않았다고 한다. 예비신자 교리가 사제와 수도자의 강의 위주였을 때는 탈락자가 50% 이상이었고 세례 후 냉담자도 많았으나, 소공동체를 예비신자 모집과 양성의 주체로 하고 말씀으로 삶을 성찰하는 ‘함께하는 여정’ 교리를 도입한 뒤로는 새 신자들이 대부분 교회에 순조로이 정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촌지역이 있는 교구들은 공소를 선교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광주대교구는 ‘1면 1공소 운동’에 따라 농어촌 공소 신설에 힘쓰면서 교구 내 선교사 양성교육과 공소 지도자 교육을 실시한다. 마산교구는 농촌지역의 2-3개 공소를 묶어 선교본당으로 설정하고 사제를 파견하는 한편, 교구 관할지역의 공소 신축과 보수, 재정유지를 도울 농어촌 선교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안동교구도 풍양공소를 선교본당으로 지정하고 그 밖의 지역에도 농촌지역 특별사목구를 신설할 계획이다.

 

 

교회의 앞날을 위한 청소년과 가정의 복음화

 

교회가 새로운 신자들을 지속적으로 초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입교자 자신의 구원을 위해, 다른 하나는 교회가 새로운 구성원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여 활력 있는 공동체가 되게 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구성원은 두 부류다. 하나는 신앙생활에서 어린이와 같은 단계에 있는 새 신자, 다른 하나는 실제로 나이어린 청(소)년이다. 현재 선교와 관련한 논의는 주로 성인 신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여러 교구의 최근 사목교서에는 청(소)년, 곧 차세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잘 보살펴야 한다는 내용이 자주 보인다. 신앙의 기초를 탄탄히 닦은 청소년들은 또래 청소년들을 교회로 인도할 수 있고, 장차 교회의 주축이자 선교의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교구 2008년 사목교서는 “교구 사제, 수도자와 성인 신자들이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에 노력한 데 비해 청소년들 자신은 변화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면서,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사목”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또한 신앙의 유산을 자녀에게 보전하고 전달하는 신앙의 학교로서 모든 신자가 가정성화에 힘쓰도록 당부한다. 의정부교구도 “가정교회는 복음화의 출발점”이라면서 “청소년사목의 봉사자들, 특히 가장 중요한 봉사자인 부모”들을 격려한다. 제주교구는 청년과 청소년의 신앙생활에 대한 관심 부족을 지적하며 “청소년에게 신앙의 유산을 전달하기, 청소년 신앙교육을 활성화하기, 청년들이 동세대 청년들을 향한 선교사가 되도록 이끌어주기”를 권고하였다.

 

청년신자 비율이 매우 높은 군종교구는 “많은 군인신자들이 예비신자 교육과 세례 후 재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해 제대한 뒤 교회를 떠나게 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에 교구는 2008년을 ‘전례와 교리교육의 해’로 정하고, 군인신자들이 스스로 신앙을 지키고 가꿀 수 있도록 전례주년 공부하기, 성월 기도문 바치기, 전례시기의 의미 살리기, 미사 후 5분 교리와 신자 재교육 교리반 운영, 다달이 한 권 이상 교회서적 읽기 등을 제안했다.

 

 

복음화의 전제는 자기복음화 : 다양한 실천 권고

 

“교회가 복음화되어야 세상을 복음화할 수 있다.” 선교사목 관련 소임을 맡은 사제와 수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자 개인과 공동체가 성화되어야 복음을 실천할 수 있고 예비신자와 쉬는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교회가 직접선교에 못지않게 강조하는 덕목, 곧 내적 복음화에 대한 권고를 교구 사목교서에서 찾아보자.

 

선교의 뿌리인 신자들의 성화, 곧 자기복음화를 위해 각 교구는 다양한 실천을 제안한다. 그 가운데 첫손에 꼽을 내용은 ‘영성’이다. 의정부교구는 2008년 사목교서 주제를 ‘복음화를 위한 영적 성장’으로 한 데 이어 ‘주교님과 함께하는 영성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광주대교구는 2010년을 향한 3개년 계획의 첫해인 2008년을 ‘영성심화의 해’로 정하여, 그리스도인 생활을 완성하는 것이 ‘사도직 활성화의 해’(2009년), ‘새로운 복음화의 해’(2010년)의 토대임을 천명하였다. 나눔과 자선, 사회정의에 관해 대전교구는 교우촌 공동체와 성체성사의 정신에 입각한 ‘한 끼 100원 운동’을 제안하였다. 안동교구는 가난한 이웃을 위한 자선, 빈민퇴치운동 참여, 병자 방문, 교구와 본당의 사회복지활동 강화 등의 실천사항을 제시하였고, 원주교구는 환경보호를 위한 일회용품 사용 절제, 분리수거와 재활용, 유기농법 실천을 제안하였다. 전주교구는 이주민에 대한 환대와 배려를 사목교서 주제로, 부산교구는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를 사목목표의 하나로 삼았다.

 

요즈음 많은 교구가 선교와 관련하여 수량화된 목표를 내세운다. 학생이 공부할 때도 “시험을 잘 보겠다.”보다는 “점수를 60점에서 80점으로 올리겠다.”고 결심하듯이,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를 세우면 신자들의 의식과 참여를 더욱 북돋울 수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자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자기복음화 없는 선교는 “모래 위에 지은 집”(마태 7,26-27)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유지하려면 벼락공부가 아니라 기본실력이 필요하다. 우리 교회와 신자들도 늘 굳건한 신심과 영성을 간직하며 키워야 한다. 일상에서부터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할 때 더욱 힘 있게 선교할 수 있을 것이며, 교회의 선교사업도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부산교구 2008년 사목교서 인용) 흔들림 없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경향잡지, 2008년 10월호,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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