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4일 (금)
(녹)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간음한 것이다.

강론자료

2012-1125...그리스도왕대축일...다해

스크랩 인쇄

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2-11-24 ㅣ No.1329

연중 제 34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

다니엘 7,13-14     묵시록 1,5ㄱㄹ-8      요한 18.33-37

2012. 11. 25. 등촌3

주제 : 하늘의 왕, 세상의 왕

오늘은 연중34주일, 위령성월을 지내는 마지막 주일이면서, 새로운 대림절을 앞둔 전례력 한 해의 마지막 주간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위령성월을 지내면서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면서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물을 때, 그 대답이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도가 간절히 필요한 세상의 삶을 마친 어떤 사람의 영혼이 있었고, 그가 하느님의 영광에 함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도가 정말로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우리가 삶을 대하면서 여유 있는 자세와는 아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령성월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때, 내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 마음 뿌듯한 느낌만 남게 하려면, 내가 할 일을 충실히 했다는 느낌이 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어떤 것이든지 일을 마친 다음에 돌이킬 시간이 남아있다거나 아쉬움을 보충할 수 있다면 우리 삶에 남는 마음의 평안함은 더 클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남은 시간은 어떻습니까?

  교회공동체는 연중34주간을 성서주간으로 기억하도록 권고합니다. 이렇게 권고하는 것은, 한 해 동안 성경을 얼마나 읽었는지 묻는 것도 아니고, 성경에 묻어있을 먼지를 얼마나 털어냈는지 돌아보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한 해 동안 하느님의 말씀을 내가 얼마나 기억하면서 삶에서 얼마나 실천하려고 노력했느냐고 묻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본당에서는 성경을 좀 더 친숙하게 대하게 하고자, 미사의 화답송을 시편으로 함께 읽고 있습니다만, 주일미사 중에서 교중미사에만 오는 사람들에게는 그 의도대로 실천할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성경전체를 하루에 한 장씩 한번을 읽고 나서, 두 번째로 다시 읽는 성경도 주일에는 읽지 않고, 미사 때마다 함께 읽는 화답송도 교중미사 때에는 주보에 나와 있는 것을 읽기 때문에 성경을 더 가까이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제가 질문은 했습니다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성경에 대한 질문을 듣는 이 순간 나는 어떤 자세이냐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오늘 연중34주일, 그리스도왕대축일에 우리는 빌라도 앞에 서신 예수님께서 빌라도의 질문에 대답하는 말씀을 요한복음의 말씀을 다시 들었습니다. 빌라도는 심각한 자세로 예수님에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이 유대인들의 임금이오?’하고 말입니다. 자신이 황제로, 자신이 세상의 임금으로 섬기고 있던 로마의 황제 티베리우스말고, 자기 눈앞에 보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을 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러면 자기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몹시 궁금한 자세로 질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에는 빌라도가 기대했던 표현은 없었습니다. 이 빌라도가 예수님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그가 내린 결정이나 선언이 오늘 요한복음 말씀에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을 반복해서 새기는 이 자리에 함께 한 우리는, 빌라도가 질문한 것과 같은 소리를 듣게 되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하겠습니까? 물론 우리에게 다가올 질문은 유대인들의 임금인지 아닌지를 묻는 소리가 아니라, 신앙인으로 산다고 하면서, 예수님을 과연 그리스도 왕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서 세상에서 살고 있느냐는 내용일 것입니다.

  사람의 삶에 질문은 큰 역할을 합니다. 질문을 들었을 때, 이 질문에 의미가 있으려면, 그에 따르는 대답을 함께 생각해야 효과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빌라도에게 한 말씀에서, 당신은 진리를 위해 태어났고, 진리를 증언하는 왕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십니다. 물론 진리 가운데 사는 사람만이 이런 소리를 알아듣고 올바른 대답을 할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셨던 진리의 왕, 예수그리스도는 우리가 흔히 바라보는 세상의 왕이나 대통령보다도 훨씬 못한 모습으로 세상의 삶을 마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서 실천하려던 사명을 실패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예수님께서 남기셨을 사명은 내가 완성해야 하는 몫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긍정적인 대답이 가능하겠습니까?

 

세상에 사는 신앙인들이 가진 신앙의 권리는 그리스도의 왕직, 예언직, 사제직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가장 앞선 표현인 그리스도의 왕직을 세상에서 통용되는 정치권력자의 최고 위치에 올라선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왕직에 참여할 방법은 무엇이겠습니까? 세상에 살면서 입을 것 다 입고, 먹을 것 다 먹으며 남들에게 큰소리치며 사는 것이겠는지, 아니면 세상에 군림하던 빌라도 앞에서 자신의 뜻을 밝히는 일에도 시간이 부족했던 예수님께서 남기신 사명을 우리가 실천할 사람으로 사는 것인지, 그 의미를 잠시 묵상할 시간입니다. 세상에 진정한 왕, 정말 올바른 길을 가는 왕으로서 기억되는 방법과 그런 사람으로 내가 남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습니까?



1,45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