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성모님 마음 닮아, 주님의 뜻 실천합시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3 ㅣ No.319

[레지오 영성] 성모님 마음 닮아, 주님의 뜻 실천합시다



A4 용지 1~2장이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이 정도의 분량으로 책을 출판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아주 적은 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에 A4 용지 1~2장씩 10년 넘게 쓴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저는 2001년 6월14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라는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A4 용지 1~2장. 매일 새벽에 쓰는 글의 양입니다. 그런데 13년 넘게 쓰다 보니 지금 현재 A4 용지 8,000장이 넘는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쓴 글들을 모아서 현재 7권의 책을 출판하는 영광도 얻게 되었지요.

A4 용지 1~2장. 별 것 아닌 양이지만 오랜 시간 모아지니 엄청나게 많은 양의 글(글들의 ‘질’은 잘 모르겠습니다)을 썼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 부분만을 봐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말이지요. 한 부분, 한 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것을 볼 수 있는 밝은 혜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한 순간만을 바라보면서 쉽게 포기하고 또 좌절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역사는 지금 한 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모아져야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우리들은 지금 한 순간만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온갖 불평불만을 간직한 채 힘들게 삽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은 마치 퍼즐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퍼즐 조각 하나만으로는 퍼즐을 맞췄을 때의 그림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 퍼즐을 맞춰가는 가운데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은 지금 한 순간의 퍼즐 조각 하나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삶의 모든 퍼즐 조각들을 다 맞췄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내 자신의 마음 모양이 어떠한가가 중요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성모님께서도 지금 한 순간만을 보시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들었을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인간적인 기준을 내세우면 지금 현재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갖게 된다는 것.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만 믿는 세상의 사람들이 성모님께서 받으셨던 계시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사회의 통념상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서둘러 잉태 소식을 거부하는 것이 옳은 행동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우리와 달리, 지금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상황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 전체를 보시고, 그 안에서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순명을 보여주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이렇게 인류 역사 전체 안에서 움직이는 주님의 손길을 깨달아야 성모님처럼 겸손한 마음을 갖고 주님의 뜻에 맞춰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즉, 내 자신의 마음 모양이 어떠한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물의 모양을 생각해 보십시오. 딱 집어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곳에 담기느냐에 따라서 물의 모양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동그란 컵에 담기면 동그란 모양이고, 사각형 컵에 담기면 사각형 모양이 됩니다. 이처럼 어떤 모양으로 물을 담느냐에 따라서 물의 모양이 바뀝니다.

주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마음이 어떤 모양이냐에 따라서 주님의 뜻이 세상 안에 펼쳐지는 모양이 바뀌게 됩니다. 내 마음이 크고 아름답다면, 주님의 뜻도 세상 안에서 크고 아름답게 펼쳐질 것입니다. 반대로 내 마음이 조그맣고 밉다면, 주님의 뜻 역시 세상 안에서 별 볼 일 없는 모습으로 보이게 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주님의 뜻을 이 세상 안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게 펼치셨던 분이셨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크고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을 성모님의 마음으로 바꾸도록 노력

이렇게 주님의 뜻에 맞게 사는 삶, 주님 안에서 살아가는 삶은 중요합니다. 나의 삶을 더욱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살라는 주님의 부르심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계속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욕심과 이기심으로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하는 이 삶을 귀하게 여기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면서 자신의 신앙을 숨기려고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다룰 때도 그렇지 않습니까? 내 자신이 귀하게 여기는 물건이면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게 다뤄줍니다. 즉, 함부로 어디에 놓지도 않고, 행여 먼지가 쌓일까봐 항상 잘 덮어두고, 또 수시로 닦으면서 귀하게 여기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함부로 대하겠습니까? 반대로 내가 스스로 천하게 여긴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하면서 똑같이 천하게 여길 것입니다.

주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주님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 역시 주님을 그렇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주님이 항상 중심에 계셨습니다. 그렇게 철저히 주님의 뜻을 따랐고, 주님과 함께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아왔고, 그 모습을 통해 참 행복을 얻는다는 것을 볼 수 있었기에, 우리들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떠한 것들을 깨달을까요?

성모님의 군대로 살아가는 레지오 단원 여러분. 다시금 성모님의 삶을 묵상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성모님의 마음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모님의 그 마음을 통해서만이 귀한 주님을 만날 수 있으며, 그 귀한 주님을 통해서 행복한 신앙인의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11월호,
조명연 마태오(신부, 인천교구 성소국장)]



1,007 1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