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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의 의의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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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9 ㅣ No.157

[경향 돋보기 - 아시아 교회와 평신도]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의 의의와 평가

 

 

가톨릭 평신도대회란?

 

가톨릭 평신도대회는 교황청 평신도평의회에서 특정 지역이나 대륙에서 개최하는 대회로, 그 지역이나 대륙에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의 과제와 도전 등을 살펴보고 평신도의 역할과 중요성을 고찰하는 자리입니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는 “평신도대회를 2010년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아시아의 대한민국 서울에서 ‘오늘날 아시아에서 예수 그리스도님을 선포하기(Proclaiming Jesus Christ in Asia)’라는 주제로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와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협조하여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에는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의 회원국과 준회원국의 담당 주교와 가톨릭 평신도 대표들, 교황청에서 인정한 협회, 교회운동과 새로운 공동체가 초대되었고, 대회장이자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인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을 비롯해 FABC 평신도가정위원회 의장 로날도 티로나 주교, 인도네시아 주교회의 의장 시투모랑 주교 등 고위 성직자와 아시아 각국 평신도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하였습니다.

 

아시아 대표로 참석한 국가는 총 18개국으로 카자흐스탄, 네팔, 대만, 홍콩, 태국, 투르크메니스탄,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몽골, 인도네시아, 마카오, 한국이 참석하였습니다. 또 협회나 교회운동, 공동체로 참가한 단체는 36개로 한국에서 이미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포콜라레, 빈첸시오, 성령쇄신봉사자회, M.E. 등과 아직은 그 이름이 친숙하지 않은 교황 요한 22세, 오푸스 데이, 네오까떼꾸메나또 등이 참석하였습니다.

 

 

왜 한국에서 지금 열렸나?

 

교황청은 한국 교회가 평신도 활동이 가장 활발한 교회이면서 종교의 자유와 종교 간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점에 주목, 지난해 3월 리우코 추기경 명의의 서신을 통해 대회를 한국에서 유치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의장 스타니스와프 리우코 추기경은 한국에서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가 열리게 된 이유로 한국 교회의 역동성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평신도들에 의해 교회가 탄생한 특별한 역사와 순교자들이 흘린 피로 성장한, 강한 교회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이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선교대회’가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촉진하려는 의미도 함께 담겨있습니다.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교회를 세우고, 100년이 넘는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증언하며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성장을 이룬 한국 교회가 아시아와 전 세계 교회에 모범이 되기를 교황청은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이번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의 주제는 ‘오늘날 아시아에서 예수 그리스도님을 선포하기’였습니다.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주관자인 교황청 평신도평의회가 이러한 내용을 주제로 정한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우선 아시아 교회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면, 복음화율 10%를 넘어선 우리나라와 달리 아시아 대륙은 필리핀을 제외하면 평균 복음화율이 1%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 68억 6,000만여 명 가운데 아시아 인구는 42억여 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복음화율은 약 3%로, 아프리카 대륙과 비교해도 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아시아 교회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종교간 분쟁 등으로 복음을 전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아시아 교회는 가부장제와 남녀차별을 비롯해 저출산과 고령화, 이민과 다문화 가정의 문제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가부장제와 신분 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 등은 아시아의 전통 안에서 발견되는 부정적인 요소들입니다. 특히 가정 안에서 여성 차별은 고스란히 사회적인 차별로도 이어져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아시아 각국이 근대화 과정에서 추진한 산아제한 정책도 현재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를 야기한 주요 원인입니다. 산아제한은 인공피임과 불법낙태 등 생명 파괴를 심각하게 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시아 지역에서 이주민과 난민 문제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긴밀한 연대가 요청되는 분야입니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결혼으로 인한 이주뿐 아니라 경제적 빈곤과 세계화의 영향으로 이주현상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이주는 노동력 착취와 차별뿐 아니라 가정 파괴까지도 양산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경제발전으로 인한 쾌락주의와 소비주의의 확산, 문화적 식민주의 파급 등도 그리스도인들이 당면한 과제들입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은 아시아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 큰 영향을 미쳐 혼인과 가정 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에 큰 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교회는 이러한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문제점에도 놀라운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구사회의 복음화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신앙적 활력도 감퇴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복음화율과 성소자 증가율은 아시아 교회뿐 아니라 가톨릭교회 전체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아시아 교회의 사제와 성소자 증가율은 여타 대륙과 비교해 최고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와 주제는 아시아 교회가 이런 현실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아시아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선포하고, 희망을 전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대회 기간 중에 각 국가별 발표와 평신도 단체들의 발표를 통해 각 국가가 처한 현실과 사도직 단체들의 활발한 활동과 성과 등을 공유함으로써 복음 선포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회기간 중 명동성당 별관에서 선교사 마테오 리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탈리아 선교사 예수회 마테오 리치(1552-1610년) 신부는 아시아 복음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천주실의”를 집필해 한국 교회 창설에도 영향을 끼친 마테오 리치 신부의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교황청이 성 베드로 광장에 전시했던 작품들이 명동성당 별관에서 전시되었고, 또한 대회 기간 중 마테오 리치의 생애를 담은 영화를 참가자들이 함께 보는 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 정치가 아닌 문화로, 강요가 아닌 이해로 중국인들과 대화를 통해 가톨릭을 전파한 마테오 리치 신부의 선교는, 아시아 선교에 시사하는 바가 클 뿐 아니라 아시아 교회의 복음 선포에 가장 큰 지침이 될 것입니다.

 

 

대회에 대한 평가와 과제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를 앞두고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는 교황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선교사명”을 비롯해 “아시아 교회”, “주님이신 예수님” 등의 문헌을 숙지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권고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회 참가자들이 지난 5월 대전 정하상교육회관에서 1박 2일 함께 모여 교회의 중요 문헌들을 함께 읽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모여 교회의 중요 문헌들을 함께 읽고 그 의미를 깨달으려고 노력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시아 교회의 사회문제들을 함께 공유하였던 것도 참가자 모두가 하나의 교회로서 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신비체의 지체들임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각국 참가자들이 앞으로 각자의 터전에서 또는 서로 연대하여 기도하고 고심하며 실천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아낼 것입니다. 그와 같은 노력을 지난 11월 6일에 있었던 2010년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세미나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의 전망과 과제”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평신도사도직에 대하여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하였던 노력들이 조금씩 모여 한국의 교회를 그리고 더 나아가 아시아 교회를 넘어 세계 교회에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9월 3일 저녁에 절두산 순교성지 방문과 9월 4일 한국의 밤 행사는 외국 참가자들에게 한국 교회와 문화를 가슴 깊이 느끼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절두산 순교성지 마당에서 염수정 안드레아 주교님의 집전으로 봉헌된 야외미사는 한국의 전통악기와 국악미사곡과 함께 참가자 모두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온전히 이끌어주었습니다. 절두산 순교성지 미사는 400명이라는 인원이 함께 미사를 드리려고 야외에 준비되었는데, 오전까지 비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미사 전에 비가 그쳤고 참가자 모두 의미 깊은 순교성지에서 야외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있었던 한국의 밤 행사에서 우리나라 민속놀이패와 어우러졌던 각국의 장기자랑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따스한 친교의 장이 되었습니다. 주교님께서 기타를 치시고 평신도 대표들이 함께 어울려 노래를 불렀고, 부부가 함께 나와 춤과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함께 기념품 소고를 치며 박자를 맞췄고 큰 소리로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원장이신 염수정 안드레아 주교님께서는 이번 대회를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시고 그 준비의 여정에 함께하셨습니다. 준비위원회는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총무 민병덕 비오 신부님을 주축으로 자문위원으로 사제들이 포함되었고,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최홍준 회장님과 평신도 대표들께서 주축이 되어 대회의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였습니다. 또한 대회 준비 위원장이었던 신임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인 한홍순 님은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가 끝나는 시점으로 부임을 미루며 성실히 역할을 마치셨습니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염수정 안드레아 주교님을 비롯한 이와 같은 분들의 놀라운 헌신과 기도 덕분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 작은 아쉬움이 있다면, 이토록 의미있는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이와 봉사자의 연령층이 다양하지 못한 점입니다. 물론 대회에 참석하려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였을 때 의전을 맡았던 스카우트 대원들, 날마다 대회 첫 시간에 아름다운 노래로 하루를 열어 주었던 합창단들이 있었습니다.

 

또 가톨릭 대학교 성신교정 신학생들이 대회에 함께 참석하고 대회 진행까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로 또는 봉사자로 대회 기간에 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한 청소년과 청년들은 신학생들이 전부였습니다. 대회의 기간이 2학기가 막 시작된 시점이기에 청소년과 청년들의 참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의 현재이며 미래인 청소년, 청년의 참여가 많았다면 아시아 교회의 현재의 모습과 미래에 대하여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회가 끝난 지금 그 시간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가 주님께서 한국 교회에 주신 아름다운 선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 안의 평신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기회와 방향을 알려주셨고, 한국 교회가 스스로만을 바라보기보다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들이 더 풍성한 열매를 맺어 주님께 영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한국 교회의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 이정준 식스토 - 서울대교구 사목국 차장 신부. 아시아 가톨릭 평신도대회 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

 

[경향잡지, 2010년 12월호, 이정준 식스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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