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강론자료

연중 04 주일-다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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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1-01-28 ㅣ No.260

연중 4 주일 (다해)

        예레미야 1,4-5. 17-19       1고린 12,31-13,13     루가 4,21-30

    2001. 1. 28.

 

주제 : 우리 삶에 정말로 중요한 것

 

예로부터 어른들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여름에 가물지는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에는 눈이 너무 헤퍼서 물의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걱정이 될 것만 같습니다. 어제는 아침 일찍 눈이 왔기에 운동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눈을 치웠는데, 어린이 미사가 끝날 때쯤 되니 또 눈이 쏟아졌습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어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침에 온도도 낮아서(일기예보: -5℃이하) 성당 오시는 길이 적잖이 힘드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연중 4 주일, 사회복지주일입니다.

사회복지주일은 내가 사는 생활도 힘들지만 나보다 좀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누자고 교회에서 정한 날입니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나누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요즘 정치판처럼 몇 억씩 받아 챙겨도 아무런 탈 없이 버젓이 돌아가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세상에는 실망하기 딱 좋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많은 것이 베풀어지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꽁꽁 얼어버린 마음을 보면 세상이 참으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고, 하느님의 나라는 자꾸만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게 실망할 수는 있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일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각자가 처한 입장과 환경에 따라서 그 응답은 여러 가지 일 것입니다.  건강, 행복, 돈, 사람들의 관심, 자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듣는 첫 번째 독서에는 두려움 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두 번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가장 필요한 것을 사랑이라고 강조하며 그 사랑의 특성을 14가지 모양으로 이야기합니다. 복음에는 자신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좀 더 넓은 마음과 생활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바오로 사도가 열거하는 사랑의 모양은 14가지입니다만, 그 사랑의 얼굴은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주보에도 싣기는 했습니다만, 올해 2001년 다른 것보다도 먼저 시행할 본당의 사목계획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계획은 제가 세웁니다만,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이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할 것입니다. 교회는 사제의 것이 아니고 신자들의 것이며, 본당에 사제가 머무는 일이 의미 있으려면 그가 필요한 일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라며 관심 끄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도 그저 의무를 채우는 수준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의무는 실천하지 않으면 벌칙이 따르고 손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의무로 하는 일에는 기쁨이 따르지 않습니다. 그 일은 다해도 허탈한 마음만이 자리할 뿐입니다.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슬픔의 예언자였던 예레미야에게 다가왔던 하느님의 말씀은 더 이상 인간적인 일로 고민하고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따랐던 예레미야에게 다가왔던 일은 인간의 눈으로 보면 실패한 인생이었습니다. 예레미야는 별다른 성공없이 죽었고, 그가 큰소리쳤던 하느님의 뜻은 그의 생애에 실현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돕고 사는 일은 힘듭니다. 내 것을 나누어 다른 사람에게 퍼주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힘든 사람들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그렇게 어려울 때 하느님을 찾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원망도 곁들입니다. 도대체 하느님은 내가 이렇게 힘든데 왜 도와주시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하느님을 향하여 항의하고 안타까움을 퍼붓는 것은 우리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의 책임도 져야 합니다. 그 결과가 어떤 모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눈이 휘둥그래질 만한 기적을 바랐던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은 실패한 인생을 만들 수 있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눈으로 본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믿을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갖는 힘은 아주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익이 걸리는 일이면 한번 했던 판단도 또 바꾸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우리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고,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뿌리를 확인하는 것이며, 그 뿌리는 올바른 믿음이요 신앙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이 자신의 생애가 기쁘지 않다면, 다른 누구에게도 기쁨이 되는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잠시 우리 삶을 돌이켜 참으로 중요한 것을 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사는지 기억해봐야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도 기쁨이 되는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잠시 우리 삶을 돌이켜 참으로 중요한 것을 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사는지 기억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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