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강론자료

연중 33 주일-나해-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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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0-11-19 ㅣ No.209

연중 제 33 주일 (평신도 사도직 주일)

        다니엘 12,1-3       히브리 10,11-14.18           마르코 13,24-32

    2000. 11. 19.

 

주제 : 세상 완성을 준비하는 마음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이제 겨울도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대학교 공부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도 끝이 났고, 시험에 임했던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점수가 높아진 것은 좋은데, 이제는 누구를 제치고 내가 먼저 대학교에 들어가야 하는가? 하고 말입니다.

 

대학교 시험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경쟁을 바탕으로 해서 그 꼴을 갖추어갑니다.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승자처럼, 먼저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기회가 많이 다가오는 세상은 한편으로는 정당해 보이는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삭막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경쟁하는 세상의 모습이 하느님이 처음부터 계획하셨던 세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올바른 모습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오늘 연중 33 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냅니다. 1962년부터 1965년까지 바티칸에서 열렸던 공의회의 정신을 계승하여 '교회란 성직자나 수도자들의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려는 신앙인들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오늘 '평신도 주일'의 의미입니다.  성직자나 수도자의 숫자보다는 일상의 삶을 살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월등히 더 많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세상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교회는 자꾸만 성직자 수도자들의 것으로 바뀌어갑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기는 하겠지만, 신앙인의 축을 이루고 지내는 우리 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다짐하고 '주인의식'을 되찾을 것을 생각하는 주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본당에서는 오늘 본당에서 일정한 직책을 맡은 분이 본당의 사정을 설명하고 신자들의 참여를 요청합니다만, 올해 우리 본당에서는 그 기회를 갖지 못하고 오늘도 제가 하고 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삶의 자세를 돌아보는 오늘, 우리는 '세상이 완성되는 날에 있을 일'을 복음과 독서를 통해서 전해들었습니다.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잃을 것이며 하늘에서 별은 떨어지고 세상 모든 천체가 흔들리는 세상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태양과 달이 움직이는 일은 사람들이 행한 행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징조들을 우리 삶과 연결시켜 이야기함으로써 사람이 자신을 돌아보고 삶에서 부족한 것을 찾아 메워야 하는 것으로 알아들었던 것입니다.

 

신앙인이 알아들어야 할 '세상 완성의 때'를 '세상 멸망의 때'로 알아듣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는 어두워지고 달은 빛을 잃고 별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며 모든 천체가 흔들릴 때'는 하느님이 뽑힌 사람들을 따로 구별해서 구원하시는 때라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사람은 눈이 보는 것대로 말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은 생각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 눈보다는 생각이 먼저 본다고 하는 편이 올바를 것입니다. 오늘 평신도의 사명을 일깨우는 주일은 우리가 받은 사명을 올바로 실천하라는 재촉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준비하시는 생명의 책에 이름이 기록된 사람, 생명의 책에 이름이 기록될 만큼 자기 삶에서 성실하게 산 사람, 세상에서 움직이는 삶의 기준이 인간 욕심과 욕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구원을 바라는 하느님의 뜻에 있는 사람에게는 세상의 변화가 두려운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나기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뭔가 남겨두고 그 남겨둔 일에 생각을 묶어 매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서글픈 세상에 우리 몸을 묶어 매는 사람들은 삶이 자유롭지 못한 길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일도 하느님이 준비하시는 구원에 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 세상완성의 날을 이야기하시는 예수님 말씀의 뜻은 우리더러 세상일에서 빨리 자유로워지라는 초대입니다. 세상에 우리가 마음과 생각을 남겨둘수록 우리의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며 그렇게 돌아보는 일로 우리는 발걸음을 떼어놓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견딜 수 있을 만큼 등에 짐 진 사람이라야만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잊지 않을 수 있는 법입니다.

 

오늘 우리 신앙인들의 사명을 일깨워주는 주일에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미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미사가 끝나면 어떤 마음으로 며 끝나면 집으로 향할 것인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가 갖는 자세에 따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으로 호응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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