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강론자료

사순 2 주일-나해-2000

스크랩 인쇄

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0-03-18 ㅣ No.193

사순 제 2 주일 (나해)

 

        창세기 22,1-2.9.10-13.15-18 로마 8,31ㄴ-34  마르코 9,2-10

 

    2000. 3. 19.

 

주제 : 영광을 향하여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사순 시기 두 번째 주일입니다.  첫 번째 주일을 지내고 두 번째 주일을 지내면 점차로 가까워지는 것은 하느님이 약속하시는 축복, 부활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세상에 사는 우리가 갖는 꿈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것은 행복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을 실현하겠다고 생각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말로써 우리의 바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우리가 알고 생각할 수 있는 행복과 반대의 길을 가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복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로 행복은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얻는 것이 쉽지 않고, 둘째로 생각만 가졌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호락호락한 것이 행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귀한 것일수록, 그리고 그것이 얻고 싶은 것일수록 우리가 치뤄야 할 대가는 상대적으로 많을 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가 듣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에 가까이 다가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을 주는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정한 생명을 다 살고 나면 우리에게 다가 올 결실은 어떤 것인지 질문해보고 응답해 보신 분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아니기에 답을 얻으신 분들은 드물 것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는 해도,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살지는 못합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영향을 받아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도 하고, 그 힘 때문에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사순 두 번째 주일에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행복에 그리고 영광에 다가가려면 어떤 삶을 지내야 하는지 그 응답을 알려주고 있읍니다. 영광과 행복을 찾아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그 영광에 참여할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별 이의를 달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성실했다는 보답으로 아브라함은 아들 이사악을 어렵게 얻읍니다. 그런데 그 귀한 아들 이사악이 성장하자 하느님은 갑자기 아브라함을 새로운 시련으로 초대합니다.  그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아들 이사악을 ’불에 태워 제사의 제물로 바치라’는 것입니다. 번제는 당시 사회에서 통용되던 제사 봉헌의 방식이었고, 아들과 딸을 불에 태워 바치는 제사로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을 향해서 진노하던 신(神)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읍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민족이 행하던 것과 같은 제사를 요구하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요구가 당시 사회에 만연돼 있던 제사를 금지시키려고 그렇게 하셨다고 성서학자들은 말합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창세기 독서의 내용은 아브라함이 얼마나 성실한지를 알아보자는 것이었고, 아브라함에게서 그 성실을 확인한 하느님은 이제 준비된 축복을 내려주시겠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삶의 축복은 그렇게 오는 것입니다. 한자성어에도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읍니다.  쓴맛이 다하고 나서야 느낄 수 있는 것이 단 맛이라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에게서 축복을 약속받는 아브라함의 모습을 살펴보면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같은 생을 살면서 인생에서 서로 다른 결실을 맺게 되고 일을 그르치는 가장 큰 원인은 조급하게 서두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에게서 특별한 사랑을 받던 세 명의 제자들은 스승과 함께 산으로 올라갑니다. 거기에서 하느님이 주시는 행복과 영광을 미리 맛본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그들 눈앞에 드러난 황홀한 모습에 취해서 하느님 나라의 모습과 현실을 잠시나마 구별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만큼 하느님이 주시는 행복은 놀라운 일이었읍니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는 엉겁결에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난다면, 참된 영광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영광이란, 행복이란 우리가 꿈을 멋있게 꾼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모습에서 그런 소홀한 점을 읽은 하느님은 그들 앞에 보여주셨던 영광의 모습을 사라지게 하고 현실로 돌아오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온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밑도 끝도 없는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를 하시고 그 말씀 때문에 제자들은 혼란스럽게 됩니다.

 

오늘은 사순 2 주일입니다.

사순 2주일의 말씀은 우리에게 영광을 약속하고 희망을 주는 말씀이고, 거기에 참여할 방법을 일러주고 있읍니다. 우리가 하느님이 준비해주시는 축복에 가 닿으려면 현실 삶에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에 성실해야 하는 것이 창세기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가르침이고, 현실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어려움을 극복하여 이겨내는 것이 행복과 영광에 도달할 수 있다는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떠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떼어놓을 것은 없다고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셨읍니다.  사순 시기 두 번째 주간을 지내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가져야 할 마음은 하느님을 향한 신뢰의 마음입니다.

 

잠시 침묵 가운데서 우리에게 진정한 힘이 돼 주시는 하느님을 올바른 마음으로 맞아들일 준비를 했으면 합니다.

 



66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