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홍)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강론자료

연중 09 주일-나해-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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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00-03-04 ㅣ No.191

연중 제 9 주일 (나해)

          신명기 5,12-15  2고린토 4,6-11  마르코 2,23-3,6 (또는 2,23-28)

     2000. 3. 5.

 

주제 : 쉬는 것과 노는 것의 구별

 

웬만한 사람들은 하루에 한 차례 혹은 여러 차례 잠을 잡니다. 잠자는 시간 없이 열심히 움직인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무슨 말못할 고민 있어? 얼굴이 많이 부었네!’ 혹은 ’무척 피곤해 보이네!’하는 걱정의 소리를 합니다.  그런 소리가 듣는 사람의 피곤을 물리적으로 없애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걱정의 소리를 듣게 되면 ’내가 사는 세상은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하는 안도의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피곤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걱정의 소리를 듣게 되면 우리는 마음이 상쾌해지는 경우도 있읍니다.

 

고민과 걱정이 있어서 밤은 새운 사람과 컴퓨터 게임이나 한잔을 너무 진하게 하느라고 밤을 새운 사람의 모습에는 구별되는 차이가 있읍니다.  이 말을 달리하면, 쉬는 것과 노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 말씀의 주제는 ’쉬는 것과 노는 것’대한 내용입니다.

자칫하면 우리는 쉬는 것과 노는 것을 구별하지 않고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읍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쉬는 것이 노는 것이고, 노는 것이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분명한 차이가 있읍니다. 그것을 구별하지 않는 사람은 ’왜 주일에는 꼭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해야 하느냐?’고 묻읍니다. 말씨름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놀면서 다른 일을 하지는 못해도 쉬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자세를 가질 수는 있읍니다.

 

어느 쉬는 날, 예수님의 제자들은 뒤에 사람들이 따라오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길을 가다가 배가 고팠는지, 밀 이삭을 잘라 먹읍니다. 그 일이 따라오는 사람들 눈에는 잘못된 일로 보였던 것입니다. 남의 것을 함부로 먹었다는 사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놀아야 하는 날에 왜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 질문이 있고 난 다음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풀어주시는 해석을 들을 수 있읍니다.  제자들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 질문에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과 기적의 행위는 제자들의 행동에 대한 변명이나 옹호로 알아들을 것이 아니라, 세상을 올바로 살려면 새로운 마음자세를 가져야 하며 그 새로운 마음 자세에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쉬는 날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날이니까 그 뜻을 올바로 알아듣고 움직인다면 법에 구속되어 기를 펴지 못하는 것보다는 하느님의 뜻에 일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은 사람이 만듭니다. 그 법을 가리켜서 인정법(人定法)이라고 합니다. 그 인정법이 본래의 법 정신에 어긋나지 않으려면 ’신법(神法) 혹은 자연법(自然法)’에 위배됨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 위에서 그들을 지배하며 군림하였던 안식일(安息日) 법(法)은 하느님의 법에 어긋난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예수님의 판단입니다. 우리 나라에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국가보안법’도 그런 법의 하나입니다.

예수님의 말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씀도 올바른 삶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쉬는 것과 노는 것을 구별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앙갚음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그런 못된 마음자세의 한가지는 선거 때만 되면 드러나는 ’지역감정’입니다.  남을 높여주면 자신도 덩달아서 높아지는 것인데, 쉬는 것과 노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남을 깎아 내리면 내가 높아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고, ’나 혼자 산꼭대기 높은 데에 올라가 있으면 혼자만이 행복할거라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노는 것과 쉬는 것을 착각하는 마음 자세를 벗어나야 한다고 예수님은 오늘 마르코 복음을 통하여 우리에게 부탁하시는 것입니다. 안식일, 즉 쉬는 것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하느님이 먼저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시고 난 다음, 그와 같은 본보기를 보이셨다는 것은 신명기의 말씀을 여러 차례 들은 우리도 이제는 아는 사실들입니다.  세상살이에서 고단한 몸을 이끌고 우리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하느님이 주시는 안식, 하느님이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평안함에 대한 그리움은 커지는 것입니다.  휴식을 취할 때 나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쉬는 날의 의미이고, 그 정신을 실현하라고 신명기 독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밤이 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휴식을 올바른 모습으로 취해야만 내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아무런 탈 없이 내일도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사람의 몸이 신기하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짧은 세월을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그 사람은 세상에 살면서 엄청난 일들을 해 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지혜와 보물을 담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지혜와 그 보물을 사용하여 세상의 어떤 어려움이든지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려움은 어떤 것이든지 우리가 하기 나름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능력을 계발하고, 그 능력을 발휘할 때 하느님의 생명력을 이웃에게 드러내어 그들도 행복한 삶으로 초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쉴 때는 쉬고 놀 때는 놀 줄 아는 지혜’는 우리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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