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5일 (토)
(녹)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

강론자료

연중 15 주일-가해-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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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1999-07-09 ㅣ No.131

연 중  제  15  주 일 ( 가 해 )

 

  이사야 55,10-11  로마 8,18-23 마태 13,1-9 (또는 13,1-23)

1999. 7. 11.

주제 : 내가 뿌린 씨앗이 자라는 것을 보는 즐거움

 

군대를 제대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편한 곳에 있었던 원인도 있었지만, 군대에 있을 때 밭을 만들고 방우 아저씨들을 시켜 오백원 짜리 상추 씨앗 두 봉지를 사다가 힘들게 만든 밭에 뿌리고, 저녁마다 물을 주고 약 3개월간 점심과 저녁으로 상추잔치를 벌린 적이 있습니다. 소속돼 있던 곳은 경비중대였는데, 거기에 들인 노력과 돈 천원의 효과로 남다른 기억을 갖기도 했습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누구나 다 아는 진리를 한번 더 확인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양동에 와서는 어렵사리 땅을 조금 빌리고, 잔디밭을 찢고 째서 같은 일을 시작해 놓고 지금은 아무런 손도 대지 않고 자라는 것을 보기만 하는 중입니다. 10년 정도만에 마음이 옛날보다 더 늙었는가 봅니다. 마음이 늙었는데 왜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 그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다. 오늘은 7월의 두 번째 주일, 연중 15주일입니다.

조금 전에도 거짓말 이야기를 꺼내긴 했습니다만, 세상에는 거짓말과 허위증언이 판을 치는 때가 있습니다. 저도 가끔씩 거짓을 말하면서 ’선의(善意)’라고 항변은 합니다만, 좋든 나쁘든 간에 이런 거짓이 살아있는 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올바로 나아가야 할 길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것입니다.  세상이 그러한 길로 나아가지 않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정도는 다 알지만, 그렇게 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때로는 우리의 땀을 훨씬 더 많이 요구하기에 쉽게 호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듣는 성서에 나오는 말씀은 그곳 사람들의 삶의 습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올바로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우리가 사는 곳도 아닌 사람들의 생활습성을 알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삶의 습성을 통해서 뭔가를 이야기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우리 삶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에 의존해서 농사를 짓는 곳을 가리켜 ’천수답(天水沓)’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는 그 말 그대로 실천하는 곳은 드뭅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기술이 발전하여 우리가 다른 것을 사용할 줄 알게 된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 본당의 수도꼭지를 통해서 나오는 지하수도 먹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철분이 많아서 그대로 먹으면 탈이 난답니다. 얼마 전에 물을 본다고 하는 사람을 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하는 말 성당의 마당에도 지하 120미터만 파면 무한정 먹고 마셔도 괜찮을 만큼의 놓은 물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돈을 들여서 그것을 퍼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을 극복할 기술을 아는 우리에게 오늘 첫 독서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누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만 기대하겠는가하고 묻을 것입니다. 하지만 드러난 현실들을 과학의 힘을 동원하여 바꿀 수는 있어도, 사람이 바꿀 수 없는 일들도 있는 법이고 그것을 바꾸고자 시도한다면 우리에게 재앙으로 다가오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것을 가리켜 자연의 진리라고 합니다.  자연의 진리를 어긴 결과로 드러나는 많은 문제들이 요즘 세상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환경 호르몬에 따른 기형적 동식물의 탄생, 오존층 파괴에 따른 오존 주의보, 유전자 조작에 따른 미래의 불안은 사람이 과학적인 지식을 지나치게 신봉하기에 생긴 일들입니다.

 

이런 복잡한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하느님이 주시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오늘 연중 15주일을 지내며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개인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사람은 현명합니다. 그렇기에 세상을 다스리고 지배할 줄 아는 것입니다.  이 지혜에 하느님의 힘이 더해진다면 사람은 참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외침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지혜와 지식만을 믿지 말고 좀 더 겸손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인간의 세상이 좀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분은 당신의 뜻을 이루려고 하시는데 사람이 거부한다고 우리를 비켜 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은 당연히 뿌리는 씨앗의 양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바랄 것입니다. 당연한 삶의 자세입니다. 그러나 그 늘어나는 양이 삼십배일지, 육십배일지, 아니면 백배일지의 구별은 우리가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고 올바로 대처할 때 달라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아마도 우리가 백배의 열매를 맺기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그 다음 문제는 우리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유를 올바로 누리고 실천하여 하느님도 기뻐하시고, 우리도 더불어 기뻐할 수 있는 열매를 맺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미사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봉헌하면서 세상을 향해서 걱정하시는 하느님의 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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