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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가계치유, 사목적으로 어떻게 배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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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3 ㅣ No.260

[경향 돋보기] 가계치유, 사목적으로 어떻게 배려할까?

 

 

최근 가계치유 문제가 가톨릭 교회 전반에서 부각되어 일부에서는 심각한 피해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 교구별로 직간접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또 시행하고 있지만 더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가 속한 대구대교구에서도 2007년 12월에 반포된 교구장 서한과 자료를 통하여 교구장님께서 교구민 모두가 가계치유 문제에 대해 주의하도록 환기시키셨고, 특히 교구 사제들이 사목적 배려를 다하도록 촉구하셨다. 나아가 사목국에서는 가계치유 피해사례를 수집하여 적절한 조치와 예방 노력을 하고 있다.

 

가계치유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의 열쇠는 결국 사목자들의 손에 있다고 판단된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목적 배려를 제안하고 싶다.

 

 

1. 건전한 신심운동 감독

 

가계치유 문제의 직접적인 발단은 성령쇄신운동이었다. 가계치유는 고통을 겪는 신자들을 도와주고자 성령기도회를 지도하던 미국 사제들과 봉사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목적 배려는 언제나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되어야 한다. 잘못된 사목적 배려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신교계 신흥종교에서 드러난 피해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고통을 벗어나게 해준다는 구실로 교주들이 신도들에게 감금과 구타,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신체적 손상과 함께 가산을 헌납하게 하는 재산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사목자들은 성령쇄신운동과 같은 신심운동의 올바른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성령기도회에 관련되어 있는 사제들과 봉사자들은 고통을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신앙행위를 조장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어떤 신심운동 단체가 교구에서 활동하려면 교구장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교구장의 인준을 받은 교구의 모든 신심운동 단체는 그 활동상황을 구체적으로 교구에 보고하고 지도를 받아야 한다. 보통은 교구의 지도신부를 통해 정기적으로 회칙과 임원선임, 재정, 활동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지도 받는다. 마찬가지로 어떤 신심운동 단체가 본당에서 활동하려면 본당신부의 인준을 받은 다음, 그 활동상황을 구체적으로 본당신부에게 보고하고 지도를 받아야 한다. 보통은 본당신부를 통해 정기적으로 회칙과 임원선임, 재정, 활동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지도 받는다. 이러한 사목자들의 철저한 감독이 신심운동을 바르게 이끌어줄 것이다.

 

 

2. 지속적인 신앙교육과 교육기회 확대

 

가계치유와 같은 신앙적 일탈의 재발을 방지하고 예방하려면 지속적인 신앙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계치유와 관련하여 사목자들은 무엇보다도 다음 두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해설해 주어야 한다.

 

첫째, 죽은 조상들에 대한 미사와 기도가 필요하지만 그 근거가 가계치유에서 말하는 조상들에 대한 미사와 기도와 어떻게 다른 지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연옥영혼에 관한 가톨릭 교리는 이러하다. “죄 없이 죽은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지만,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이 영원한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죽은 다음에 정화를 거쳐야 한다.” 초대 교회 때부터 교회는 산 사람들의 미사와 기도가 죽은 이들의 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였고 지금까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이러한 죽은 조상들에 대한 미사와 기도는 가계치유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지만 큰 차이가 있다. 가계치유에서는 죽은 조상들의 죄가 후손에게 이어져 후손이 고통을 받게 되기에 죄의 속박을 끊기 위해 미사와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우리가 죽은 조상들을 위해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는 것은 죽은 조상들이 정화를 거쳐서 하루빨리 구원을 얻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지, 죽은 조상들로부터 후손에게 이어지는 죄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 아니다. 곧 죽은 조상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미사와 기도를 드리는 것이지, 조상들한테서 비롯한 내 고통과 불행을 없애려고 미사와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다.

 

가계치유의 주장은 미신적인 무속신앙과도 구별하기 어렵다. 마치 죽은 조상이 지은 죄가 후손에게 유전되어 나쁜 영향을 주니 그 속박을 끊어야 하고, 죽은 조상의 귀신이 후손들을 괴롭히니 그 원혼을 달래야 한다는 무속의 미신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내가 겪는 고통은 결코 조상의 죄 탓이 아니기에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힘을 얻고 내가 스스로 이겨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가톨릭 교회의 미사와 기도가 기복적인 신심으로 흐르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신앙을 통해서 바라는 가장 우선적인 소망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고통에 처한 사람이 고통의 상태를 이겨내고 극복해야 하겠지만, 고통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신앙의 전부는 아니다.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 더욱 신앙적인 태도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최우선시하고 현실의 복만을 특히 강조함으로써 신앙의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미사와 기도를 그 횟수와 과다한 예물과 연관시키지 말아야 한다. 가계치유는 특히 미사 예물과 미사 횟수를 강조함으로써 거룩한 예물의 의미를 속화시켜 기복적인 신심을 조장하고 미사와 기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올바른 신앙은 미사의 횟수나 예물의 양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마음자세와 태도에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세상풍조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계치유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본당에서는 무엇보다도 강론, 훈화와 같은 통상적인 신앙교육 기회, 특강이나 연수, 피정과 같은 특별한 교육기회를 가능한 자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구 차원에서도 평신도 신앙교육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래에 교구별로 다양한 신앙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성경과 관련된 교육을 비롯하여 신학, 영성강좌 등의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교구의 여러 인준단체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각종 연수나 피정, 교육이 제공되어 신자들의 신앙적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 각 교구에서는 계속해서 신앙교육의 다양한 기회를 적절히 제공하는 한편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 나갈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한다.

 

 

3. 신앙상담 활성화로 신자들에게 위로를

 

신자들은 본당공동체에서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함께 나누면서 영적인 힘을 얻는다. 특히 어려움을 겪을 때 신자들은 미사나 기도뿐만 아니라 영적인 상담을 통해서 큰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고해성사는 신자들이 내적으로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귀한 성사다. 현실적으로는 촉박한 시간으로 고해성사의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통해 진정한 내적 치유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신자들은 신앙상담을 통해서 그 어떤 정신과 의사와 상담 치료하는 것보다도 더 큰 내적 치유를 얻을 수 있고 삶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사목자들은 신앙상담의 기회를 더욱 늘려가야 한다. 독일 가톨릭 교회처럼 정기적인 신앙상담의 기회를 정해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수도자들과 나누어서 한다면 사목자들에게 부담을 줄이고 신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말 못할 어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여러 가지 연유로 소외되어 극심한 외로움과 무력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타고난 병으로 고통 받거나 후천적인 원인으로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고통을 겪는 신자들은 대개 심리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흔히 정신병적인 증세에 시달리기도 하고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간절히 교회에서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교회의 제도화된 틀에서 해법을 찾기가 어렵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통의 치유에 매달리게 되고, 맹목적으로 고통의 치유와 관련된 단체를 찾게 되는 것이다. 사목자들은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교구 차원에서는 신앙상담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멘토링 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과 같이 어떤 분야든 전문가들의 조언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특히 인생과 신앙의 경험이 풍부한 평신도는 교회의 큰 자산이다. 이러한 평신도를 신앙상담의 전문가로 양성하고 활용하는 것은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의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복음의 빛으로 삶의 희망을

 

우리의 삶은 하느님의 신비 안에 있다. 우리 삶의 최종 목표는 하느님이다. 세상에서 우리의 모든 삶을 하느님의 신비에 맡겨드리고 순간마다 적극적으로 사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현세적인 소망에 치우쳐 정당한 신앙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1항은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라고 말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와 봉사를 천명하고 있다.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복음의 빛으로 위로하고 삶의 희망을 주는 일이 사목자들의 거룩한 봉사직이다. 그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가 가계치유와 같은 신앙적 일탈을 미연에 방지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 전광진 엘마노 - 신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 가톨릭 대학교 교수겸 대구대교구 사목기획 실장으로 일한다.

 

[경향잡지, 2008년 5월호, 전광진 엘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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