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5일 (토)
(녹) 연중 제10주간 토요일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

강론자료

연중 28 주일(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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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eliapark] 쪽지 캡슐

2000-10-15 ㅣ No.204

연중 제28주일(나해)

2000. 10. 15.(수색)

. 제1독서 : 지혜서7,7-11./ . 제2독서 : 히브리4,12-13./ . 복음 : 마르코10,17-30.

 

"그러면 구원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말은 오늘 복음에서,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제자들이 한 말입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고 했는데, 왜 제자들은 이런 푸념을 하는 것일까요? 제자들이 부자이기 때문일까요? 사실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보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이 많은데, 구원받을 사람이 없다니..., 왜 제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부자는 오직 돈이 많은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신 그 부자는, 자기가 가진 것이 많든 적든, 그것만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믿고, 집착하는 사람들..., 지금 자기가 가진 것을 서로 나누려 하지 않고, 계속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이기적인 욕심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진 것이 많은 사람부터, 가장 가진 것이 없는 사람까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 이기적인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나고 싶은 욕심...,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 이런 욕심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느정도는 다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어떨 때는 이렇게 욕심을 가져야만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이 세상에서,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사는 것처럼 살려면, 나도 욕심을 가지고, 내가 가진 것을 목숨바쳐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잃는다면, 나는 나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그 욕심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들은 푸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이렇게 본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구원받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자들의 이런 푸념을 들으시고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느님은 하실 수 있는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무슨 일이나 다 하실 수 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가 이 세상을 이기적인 욕심을 가지고 아귀다툼을 벌이며 살아가도, 하느님께서는 무슨 일이나 다 하실 수 있는 분이니까,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고 오해될 수도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느님은 하실 수 있는 일'이란, 우리가 욕심과 집착을 가진 채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게 하시는 일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그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회개하여 온전한 사랑의 삶을 살게 하여 구원에 이르게 하시는 일인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회개의 기회를 주십니다. 세상의 힘겨움과 어려움 때문에,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욕심과 집착...,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런 우리에게 항상 당신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우리를 그 욕심과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니다. 당신 스스로 인간이 되어서 우리에게 오셔서, 서로의 욕심과 집착이 얼룩진 이 세상을 함께 사셨으면서도 그 굴레에 묶이지 않으시고, 스스로의 목숨을 십자가위에서,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바치셨던 하느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진 이 사랑은, 욕심과 집착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우리 부자들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가 그 굴레를 벗어던지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사랑을 나눔으로써 구원될 수 있도록, 우리를 회개하게 하고, 하느님 나라의 삶을 벌써부터 살게 하는, 하느님의 은총인 것입니다.

 

"너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를 따라 오너라."

 

오늘 복음에서 부자청년에게 하신 이 말씀은, 바로 인간의 모든 욕심과 집착을 벗어버리고 당신의 십자가의 길을 따르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구하는 부자청년은, 하느님과 인간의 계약인 십계명은 너무도 잘 지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십계명은 하느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일 뿐입니다. 그것만을 다 지키면, 겨우 낙제를 면한 것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그 십계명과 모든 율법의 근본 정신인 사랑...,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나의 목숨까지도 바치는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그곳은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은 이 세상을 분열시키고 불의가 판치게 만들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살기 위해서라도 욕심과 집착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인간이 다시 하느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그래서 이 세상이 다시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넘쳐나는 원래의 본모습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바로 지금의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버리고, 당신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재산뿐만이 아니라, 나의 모든 지식과 경험, 나의 취향과, 내 이름과 성별까지도..., 이 모든 것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만, 이것들 중 그 무엇도 나의 모든 모습을 대변해 주진 못합니다. 더군다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나의 본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드러내주지 못하는 것들일 뿐입니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버릴 때, 나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나의 본모습..., 하느님의 사랑을 행할 수 있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내가 가진 재산을 버릴 때, 나는 진정으로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버릴 때,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또 나의 취향을 버릴 때,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을..., 내 이름을 버릴 때,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내 성별을 버릴 때, 나와 다른 성을 가진 사람을..., 아무런 차별과 구분없이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내서 아직도 그 굴레에 허덕이게 하는 모든 차별과 구분을, 바로 내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버림으로써 벗어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의 이 말은, 모든 제자들을 대표한 말입니다. 당신의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 사랑에 감동 받아, 나도 그런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귀하다는 신앙고백이기도합니다. 베드로의 이 말이 우리의 말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신앙고백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이 말을 입이 아닌 우리의 삶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저마다의 욕심과 집착이 만들어낸 수많은 차별과 구분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아무런 차별과 구분없이 교회 안에 모여서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며..., 내가 버린 것의 백배나 되는 것들을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으로 가지고..., 영원한 생명을 지금부터 살게 하는 것, 그것은 바로 베드로의 이 말을 우리의 삶으로 드러냄으로써만 가능한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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