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
(녹) 연중 제11주일 어떤 씨앗보다도 작으나 어떤 풀보다도 커진다.

강론자료

공현 대축일-가해-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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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1999-01-10 ㅣ No.14

주의 공현 대축일 ( 가해 )

        이사 60, 1-6    에페 3,2-3a.5-6     마태 2,1-12

     1999. 1. 3.

 

교우 여러분, 한해를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셨습니까?  오늘은 새해 첫 번째 주일, 주님의 공현<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왔던 날> 축일입니다.  한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그 부모님은 대단히 기뻐합니다.  사랑의 정붙이를 할 수 있는 생명이 그 가운데 태어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생명이 작게는 부모님들에게 삶의 기쁨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 오늘 공현 대축일은 그 기쁨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드러날 수 있게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어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곧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기를 위한다는 생각에서 ’저항력이 없어 혹시 감기라도 들까 걱정이 돼서 그렇게 할’ 것입니다.  교회의 전례력에서는 1월 6일을 전후하여 공현 대축일을 지냅니다.  아무도 우리의 눈으로 본 사람은 없지만, 다른 민족의 세 동방박사가 예수님을 찾아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린 날입니다.

 

교회의 전례력은 새해 첫 번째 주일을 공현 축일로 기억합니다.  그것은 우리 삶에 숨겨져 있는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살라고 하는 요청으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엊그제에는 장흥 유원지에 있는 어떤 찻집에 갔었습니다. 먼저 들어와 있던 우리 일행을 보고, 뒤따라 들어온 개신교 전도사를 비롯한 몇 명의 사람들이 인사하기를 ’수녀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인사하는 그네들의 모습이 한편으로 재미있기도 했지만,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민감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사람도 있는데, 왜 못 알아보지...’  그 인사를 받은 수녀님의 반응이 그것이었습니다.

 

오늘은 공현대축일입니다.  여러분들이 제대 앞에 준비된 인형으로 보이는 구유 모형에 지난번과는 달리 선물을 든 동방박사 세 사람이 더 서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높고 높으신 분이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내려 오셨음을 그들은 하늘의 징조를 통하여 알아듣고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오늘 축일을 맞아, 여러분은 어떤 선물을 예수님께 봉헌하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혹시라도 ’주일에 오면 맨날 헌금도 내고 이 돈 저 돈 다 내는데, 뭘 또 내라고 하지 하는 분’이 있다면, 오늘 공현대축일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라고 해야 합니다.  

 

구약성서 신명기 16,16-17(구약성서 300면)에 보면 "아무도 빈손으로 야훼의 얼굴을 뵈러 나오면 안된다. 모두들 너희 하느님 야훼께 복 받은 만큼 예물을 들고 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은 이방인들로써 구약성서를 몰랐을 때도, 하느님을 향하여 나갈 때 선물을 들고 나갈 수 있는 정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보다도 훨씬 현명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압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합당한 예물을 드리기 위해서는 먼저 무슨 복을 받았는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공현대축일은 하느님께 우리가 뭔가를 바치는 것을 이야기하는 날이 아니라, 한해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받은 복을 지키고 늘려가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필요한 날입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선물을 들고 예루살렘에 들어왔을 때, 그곳의 왕 헤로데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혹시라도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내가 빼앗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을 것입니다.  저도 충분히 같은 입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은 때때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도 흘러갑니다. 내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을 때 당황하여 서두른다면 우리는 삶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고, 헤로데가 광기에 차서 난리를 쳤던 삶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명하게도 어떻게 처신해야 하느님 앞에서 올바른 삶인지 알고 있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실천해 왔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 가는지에 따라서 우리 삶의 모습은 달라질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 여러분들은 어떤 인물을 따르고 싶으십니까?

 

우리가 하느님의 지혜를 받아 올바르게 살고자 노력한다면, 우리의 삶은, 참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으로 비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야훼의 영광이 너를 비춘다. 온 땅이 아직 어둠에 덮여, 민족들은 암흑에 싸여 있는데 야훼께서 너만은 비추신다. 네 위에서만은 그 영광을 나타내신다." 이사야 예언자의 선언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 삶이 되어야 하고, 이것이 우리 미래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아간다고 하는 것도 우리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생활을 하려고 한다면 한이 없는 것이 그 삶이고, 바람에 날리는 새 털처럼 가볍고 기쁘게 우리의 생활을 만들고자 한다면 또한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생활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시겠습니까?  분명한 것은 새해 첫 주간을 시작하고 맞으면서 우리가 갖는 첫 마음에 따라서 올 한해의 삶의 모습은 달라질 것입니다.

 

올 한해는 기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기쁜 일이 있어야 기쁘게 살지’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의 순서를 바꾸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기쁘게 살고자 한다면 기쁨은 우리에게 찾아오는 법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 알려주십니다. 우리를 통하여 ’아직 하느님을 모셔들이지 못한 이방인들도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면서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되게 하는데’ 있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없어도 당신이 계획하신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삶을 이용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또한 당신이 마련하신 축복에서 우리를 제외시킬 것은 당연합니다.  

오늘 공현대축일은 하느님이 당신의 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주신 날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 모습을 보고 기쁨을 느끼며 돌아갔습니다.  오늘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여러분들은 어떤 기쁨을 갖고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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