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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새로운 복음화를 준비한다 (상) 교황은 왜 시노드를 소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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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0-29 ㅣ No.209

새로운 복음화를 준비한다 (상) 교황은 왜 시노드를 소집했나?


세속화 물결에 잃어가는 '믿음' 회복

 

 

전 세계 주교들의 대표들이 한데 모여 교회의 최대 관심사를 논의하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제13차 주교 시노드는 내년 10월 7일부터 28일까지 로마에서 열린다. 이 시노드가 벌써부터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라는 주제 때문이다. 시노드 개최 배경과 「의제개요」(주제 토론자료)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교황 베네틱토 16세는 내년 10월에 열리는 주교 시노드를 통해 새 복음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 사진은 지난 9월 독일 사목방문 중 신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 [CNS 자료사진]

 

 

신앙의 전수(Transmission of the Christian Faith)와 새로운 복음화(The New Evangelization).

 

이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현재 가장 고심하는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격한 세속주의 영향으로 현대인들, 특히 그리스도교 전통이 뿌리 깊은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이들에게 다시 신앙을 심어줘 그 전통과 원천을 회복시키려면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다.

 

그리스도교 전통이 뿌리 깊은 지역이란 그리스도교가 자신의 정체성인 유럽과 500년 복음화 역사를 자랑하는 라틴아메리카를 말한다. 특히 유럽은 그리스도교를 빼놓고 그 역사와 문명을 논하기 어려운 대륙임에도 세속화로 인한 탈 그리스도교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

 

 

교황의 새 복음화 비전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라는 주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동방 가톨릭교회를 포함해 세계 각국 교회 의견을 수렴해 직접 정한 것이다. 교황이 지난해 9월 바티칸에 새복음화촉진평의회라는 기구를 신설한 것도 새로운 복음화 구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새로운 복음화는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3년 라틴아메리카 주교 총회에서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오래 전에 복음화된 지역(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이 세속주의와 탈 그리스도교 영향으로 신앙의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교회는 새로운 열정과 방법, 표현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9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도 유럽이 그리스도교 유산을 부활시키기를 권고하고, 공산주의 몰락 이후의 새 복음화 준비를 촉구한 바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새로운 복음화 바람이 필요한 때라는 전임자 판단을 그대로 계승했다. 새 복음화 초점을 외견상 유럽 대륙에 맞춘 것도 마찬가지다. 교황의 사목적 행보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은 2005년 즉위 이후 지금까지 이탈리아 밖으로 21번 사목방문을 했는데, 그 중 15번이 유럽 내 국가였다.

 

교황은 거대한 흐름의 세속화 영향으로 유럽이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잃어가는 것을 심각한 위기로 보고 있다. 젊은이들의 탈 그리스도교화, 신앙의 약화, 문화상대주의로 인한 이슬람 인구 급증 등이 모두 정체성을 잃어가는 데서 초래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교황 자신이 태어난 1927년 무렵만 해도 지구상의 가톨릭 신자는 3분의 2가 유럽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25%로 뚝 떨어졌다. 또 그가 신학교에 입학할 때만해도 유럽 신부들이 세계 각지로 복음을 전하러 나갔다. 그러나 교황은 지금 사제가 부족해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젊은 신부들로 충원되는 현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교황은 유럽이 전통과 근본을 회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사도적 사명감이다.

 

교황의 이같은 의중은 즉위 때 이름을 베네딕토 16세라고 정한데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 당시 바티칸 주변에서는 그가 전임자의 가르침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이름을 '요한 바오로 3세'라고 정할 줄 알았다. 그러나 유럽의 수호성인 베네딕토(480?~550?)로 정했다. 그에게 성 베네딕토는 이민족 침입으로 무질서와 혼란에 빠진 유럽 대륙에 영적, 종교적 응집력을 새롭게 부여한 인물이다.

 

"누르시아의 베네딕토는 그리스도교가 전 유럽 대륙에 전파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유럽의 일치를 위한 하나의 근본 기준을 마련했으며, 유럽 문화와 문명에 나타나는 그리스도교적 근원을 확실히 기억하게 만들었다."(2005년 4월 27일 알현 중)

 

 

유럽의 뿌리와 근본은 무엇인가?

 

교황은 지난 9월 하순 독일 사목방문 중에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회복하자"며 새 복음화를 거듭 강조했다. 즉위 이후 세 번째 고국 방문이었다. 현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독일을 새 복음화 바람의 진원지로 만들고 싶어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리스도교는 팔레스타인에서 태동했지만 유럽을 통해 그 전통과 문화가 확산된 만큼 유럽교회 위기는 보편교회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유럽교회의 새로운 봄은 보편교회의 새로운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교황의 대체적 생각이다. '완고한 전통주의자' '유럽의 교황'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유럽의 그리스도교 정체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교황은 새로운 복음화의 우선적 과제로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꼽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설된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시노드 결과를 기초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이 시노드가 한국교회와의 관련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는 급격한 변화와 압축 성장으로 대변되는 사회환경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속주의, 신자유주의, 다원주의의 시대 조류에 밀려 복음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잃어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교회 현실과 이 시노드에서 다뤄질 새 복음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평화신문, 2011년 10월 16일,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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