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8일 (화)
(녹)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한국 교회의 단체: 가톨릭 세계 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6-05 ㅣ No.1698

[한국 교회의 단체 · 9] 가톨릭 세계 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

 

 

탄생 배경과 창립 : 교회사적 맥락에서의 의미

 

‘선교사’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이들은 사제나 수도자를 생각한다. 평신도도 선교를 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고 교리 신학원에서 공부하며 선교사를 준비하는 신자들도 있지만 여전히 평신도 선교사는 낯선 존재이다. 그러나 교회 안에는 평신도 선교사들로 이루어진 단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ICPE(International Catholic Program of Evangelization) 선교회다.

 

ICPE는 몰타(Malta)의 마리오 카펠로(Mario Cappello)가 1985년에 창설한 국제 청년 선교 단체로, 2002년 교황청 인가를 받았다. 불과 38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독일, 폴란드, 가나, 뉴질랜드 등 전 세계 15개국으로 퍼져 나갈 정도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대 초반이었던 카펠로는 기도 모임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주님께 봉헌하였고, 이를 계기로 복음적 선교에 대한 갈망이 커져 ICPE를 창설하게 되었다. 그는 2006년 제1회 세계 젊은이 성령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와서 한 인터뷰에서, 평신도의 역할은 복음 전파가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복음 전파를 위해서는 체험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체험을 통해 선교하는 것. 그것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부르십니다. ICPE 모든 구성원들은 그분의 부르심을 따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주님을 선포한다면 그분께서는 은총을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ICPE 구성원들은 모든 신자들이 주님 사업의 증인이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1)

 

ICPE의 목표는 ① 세계 복음화를 위한 선교, ② 제자 양성 및 훈련, ③ 공동체 건설, ④ 청년 재복음화 등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선교학교(SM, School of Mission), 사목 상담학교(PCS, Pastoral Care School) 등을 열고 있다.2)

 

ICPE 한국지부는 2004년 최봉근(티토) 선교사가 뉴질랜드에서 선교사로 생활하다가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동료 7명과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시작되었다.3) 그는 1993~1995년에 독일에서 ICPE 양성 과정에 참여하였고, 과정을 마친 후 뉴질랜드에 선교사로 파견되어 13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거리 선교부터 중고등학교 피정, 본당 프로그램, 냉담자에게 신앙을 전했으며 한인 공동체를 위해서도 봉사하였다.

 

 

 

최봉근 선교사는 국내에 들어와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였는데 특히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하여 2007년에 서울대교구로부터 인가를 받고 공식 활동에 돌입하였다. 당시 최 선교사가 한 신문 인터뷰를 보면 “직장인 기도 모임, 찬양학교, 선교학교, 상담학교, 평신도 지도자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 청년 신앙생활 활성화와 재복음화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게 될 ICPE 선교회 활동에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 하였는데 이를 통해 이 단체가 한국 교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려 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4)

 

 

현재 활동 : 현재 세상과 교회의 상황에 대한 응답

 

ICPE는 젊은이들이 신앙을 증거해야 한다고 믿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믿음 심기’ 피정이다. 이는 청년(20~30대)을 대상으로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피정은 신앙의 기본이 되는 핵심적 내용에 대한 강의와 나눔, 전례, 그리고 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기도 시간인데 이는 각자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피정 참여자와 선교사가 일대일로 함께하면서 피정자의 이야기를 듣고 선교사가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 함께 기도해 주는 시간이다. 많은 참여자가 이 시간을 통해 하느님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부르심, 식별력에 대해서도 강의를 하다보니 혼인과 가정을 준비시키는 여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후 몸 신학(Theology of the Body)5)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 최봉근 선교사는 몸 신학을 공부하는 과정을 호주 요한 바오로 2세 대학과 국내에서 가졌고, 이후 이를 피정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다양하게 실행하였다.6)

 

2009년 처음 몸 신학 피정을 시작할 때에는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주교)에서 주 관한 ‘청년 생명 피정’7)에서 강의를 하는 것으로 출발했으나, 이후에는 독립적인 피정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연 2회 진행되고 있으며 대상은 상반기는 청년, 하반기는 기혼자도 포함한다. 매번 20~25명이 참여하여 2박 3일 동안 몸 신학에 기반한 성(性), 사랑, 혼인, 독신, 생명에 대해 강의를 듣고 전례에 참여하며 선교사들의 경험도 함께 듣게 된다.8)  참석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던 개념과 달라진 생각을 밝히면서 “가치관이 새롭게 정립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잘못 알고 상처를 받아 왔던 남성성, 여성성의 의미를 깨닫고 회복되었다고 하였다.9)

 

몸 신학 피정에 참여한 이들은 주로 청년이지만 결혼 이후 부부들도 성과 사랑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지금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ICPE는 새로운 복음화학교 SONE(School Of New Evangelization) 피정을 진행한다. 이 피정은 하느님 사랑 체험을 통한 내적 치유, 영적 쇄신과 신앙의 성장, 찬양과 경배, 선교의 삶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10)

 

또한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부부들을 위한 온라인 성경 강의를 진행하였다. 이는 다른 성경 강의와 달리 부모들이 성경을 토대로 가정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수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특징이 있다.11)

 

이 밖에도 다양한 피정을 했으며,12) ‘가톨릭 천안 청소년사목 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른 단체와 연대하여 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히 하였다.13)

 

ICPE는 평신도 선교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만 18세 이상의 젊은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직장을 가지지 않고, 오직 선교 활동에 주력하는 회원과 직장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선교하는 회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결혼할지, 아니면 독신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선택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ICPE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단기 선교학교(SOM)를 통해 자질을 검증받고, 이후 2년 과정의 SF(Staff-Formation)를 거쳐야 한다.14) 2년의 과정은 가장 먼저 6개월 선교학교를 수료하고, 6개월~1년 정도 공동체 생활을 체험한 후 여러 지역에 있는 양성소에서 교육받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서 회원이 되려면 1년 동안 이루어지는 제자 교육 과정부터 거쳐야 한다. 제자 교육은 6개월 선교학교를 압축한 과정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교리와 신학적 내용을 공부할 뿐 아니라, 하느님을 흠숭하고 공동체를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교에 대해 배움으로써 선교사로의 기본을 다진다. 제자 교육 과정이 끝나면 선교사로 살고자 하는 원의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소를 식별하며, 공동체 역시 그 지원자를 회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식별한다. 이 같은 상호 식별을 거친 후 지원자는 서약을 한다. 서약한 회원은 다시 2년 동안 자신이 공동체에 맞는지 성소를 식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2년, 다시 3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5년 동안 선교사로 살면서 성소를 식별한 후 평생 선교사 성소로 살아간다.

 

선교사 회원들은 공동체 생활을 함께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고, 이런 여건이 되지 않아서 각자의 삶을 살면서 선교회 정신을 살아내고자 하는 사람은 협력 회원으로 구별되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ICPE 창립자가 모든 회원의 정체성을 선교사 회원으로 통일하였다.

 

공동체 모임은 월 1회 전체 회원이 ICPE 센터에서 함께 식사하고, 찬양하고, 외부 강사를 비롯한 다양한 강사들로부터 교육받고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모임의 마지막은 공동체 미사로 마무리된다. 2024년 현재 한국에는 39명의 서약자가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 : 하느님의 뜻을 따라 나아갈 방향

 

2007년 공식 출범 이후 ICPE는 청년들의 신앙을 고취시키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들은 또 다른 사명을 느끼고 있다. 바로 청년들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신앙적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ICPE에서 최근 주목하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신앙과 그들이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해주는 것의 중요성이다.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해 1년 과정의 로고스 아카데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비대면(zoom)으로 진행되는데, 1년을 하고 나서 1년 더 하는 것이 가능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엄마들은 육아 과정에서 생기는 큰 스트레스를 신앙 안에서 풀고, 자신들의 나눔 안에서 힘을 받는다. 이렇게 받은 힘이 아주 중요하다. 그 힘으로 아이들도 성경을 접하고 기도하게 이끈다. 집에 있는 엄마들이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낮은데 이런 시간을 통해 육아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고 한다.

 

 

 

ICPE는 신앙 안에서 청년들이 인생의 짝을 만나게 하는 피정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이혼자들을 위한 피정의 필요성도 느끼고 시작했다고 한다. 이혼자들도 치유가 많이 필요하기에 피정을 통해 신앙인 정체성 회복과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게 돕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ICPE 선교사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5세~초등학생까지)의 신앙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위한 과정도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며 최봉근 선교사는 무신론적 가치가 득세하는 오늘날,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데는 무엇보다도 신앙 체험을 서로 나누는 대화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신앙과 현실이 떨어진 것이 아님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누구보다 더 주부들이 이런 체험을 많이 하고 있음을 최근 배웠다고 한다. 그는 또한 ICPE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여기서 배운 체험을 자기 것으로만 남기지 말고, 좀 더 자발적으로 다양한 선교를 지향하는 평신도 단체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고 했다.

 

2017년 ICPE 한국지부 설립 10주년 기념미사에서 그는 선교사로서 삶이 “우리 삶, 인생의 주도권은 하느님께서 갖고 계심을 깨닫는 여정이었다.”면서 “우리는 예수님 자비의 얼굴과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15) ICPE 선교사들은 이런 여정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

 

1) 『가톨릭신문』 제2511호(2006년 7월 30일).

2) 『가톨릭신문』 제2563호(2007년 8월 26일).

 

3) 이 글의 주요 내용은 2024년 3월 6일 ICPE 한국지부에 최봉근 선교사와 인터뷰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세계 ICPE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가 개선 작업 중이라 내용을 볼 수 없고, 한국지부는 네이버 까페(http://cafe.naver.com/icpekorea)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문서들을 올려 놓지는 않고 있다. 최 선교사로부터 공식 문서로 발간된 것이 달리 없다고 해서 인터뷰를 통해 글을 작성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다. 최 선교사는 2024년 1월 22일~2월 12일 CPBC 가톨릭 둘레 특강(https://program.cpbc.co.kr/tv/

dulle/vods/615946)에 출연하여 자신의 선교사로서 삶을 강연한 바 있다.

 

4) 『가톨릭신문』 제2564호(2007년 9월 2일).

 

5) 몸 신학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79년 9월 5일부터 1984년 11월 28일까지 수요일 일반 알현 때 연설한 내용의 모음이다. 당시 교황은 129회에 걸쳐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 사랑’에 대해 교리 교육을 하였고, 이를 ‘몸 신학’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가톨릭신문』 제3192호, 2020년 4월 26일, 5면 참조).

 

6) 2021년 ICPE는 6월 11일부터 ‘2021 온라인 청년 몸 신학 강의’를 하였고, 이 내용이 『가톨릭신문』에 연재되었다(『가톨릭신문』 제3250호, 2021년 6월 20일, 34면 참조).

 

7) 『가톨릭신문』 제2669호(2009년 10월 25일), 1면.

8) 『가톨릭신문』 제3171호(2019년 11월 24일), 13면.

9) 『가톨릭신문』 제3205호(2020년 7월 26일), 4면.

10) 『가톨릭평화신문』 제1423호(2017년 7월 16일), 3면.

11) 『가톨릭신문』 제3254호(2021년 7월 18일), 18면.

12) 『가톨릭신문』 제2801호(2012년 6월 24일), 3면 ; 제2904호(2014년 7월 20일), 4면.

 

13) 수원교구 가정사목 세미나는 『가톨릭신문』 제2801호(2016년 6월 26일), 3면, 가톨릭 천안 청소년사목 센터 참여는 『가톨릭신문』 제3134호(2019년 3월 3일), 5면, 한국 가톨릭 젊은이 성령쇄신연합과 협력하는 것은 『가톨릭신문』 제3345호(2023년 5월 28일), 8면 참조.

 

14) 『가톨릭신문』 제2563호(2007년 8월 26일).

15) 『가톨릭신문』 제3054호(2017년 7월 23일 자), 3면.

 

[교회와 역사, 2024년 4월호, 현재우 에드몬드(한국교회사연구소 특임연구원)] 



1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