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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2002년 성모승천대축일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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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02-08-12 ㅣ No.876

성모 승천 대축일 담화문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렙니다”

(루가 1,46-47)

  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구세주의 어머니시요 모든 그리스도인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천상에 오르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동시에 일제의 압제에 시달리던 우리 민족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해방을 맞이한 광복절입니다. 이 미사를 봉헌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자신과 가정, 교회와 사회 공동체의 성화와 구원을 위해서 기도합시다. 나아가 남북으로 갈라진 채 고통받고 있는 우리 민족이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 하루 빨리 하나될 수 있기를 간청합니다.

 

  지난 세기를 돌아보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식민 제국주의와 전쟁에 휘말려 있었고 이념의 대립과 빈부의 심화로 많은 갈등을 겪었습니다.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폭력과 불의가 그쳐지길 소망하며 화해와 상생의 시대가 도래하길 기원하였습니다. 그러나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은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이념의 대립으로 분단된 채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지난 세기의 유산을 짊어진 우리는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화해와 일치를 염원하지만, 동시에 서해교전과 같은 돌발사태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류 역사 안에 반복되는 불의와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어떻게 참된 평화를 실현할 수 있겠습니까?

 

  2. 성모승천 대축일은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생활을 마치시고 영혼과 육신이 하늘나라로 올려지신 날입니다. 성모님은 현실의 온갖 고통과 부조리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과 함께 도래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셨던 분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낳는 일은 당시 사회에서는 죽기를 각오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예”라고 응답하면서 당신의 온 몸과 마음을 내놓으셨습니다. 성모님은 인류의 역사 안에 하느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분입니다.

 

  루가 복음에는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한 성모님이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가 부른 찬미의 노래가 실려 있습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루가 1,51-53). 이 세상은 권력(勸力)과 무력(武力) 그리고 금력(金力)으로 다스려지는 곳이지만, 하느님께서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돌보시는 분임을 이 찬미 노래 안에 고백하고 있습니다. 신앙인이라면 세상의 권세에 휘둘리지 말고, 무력으로남을 억압하지도 말며, 불의로 재산을 축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동시에 가난한 자를 돌보고 힘없는자를 배려하며 이웃을 사랑하라는 요청으로 다가옵니다.

 

  3.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7년전 오늘은 일제의 압제에 시달리던 우리 민족이 광복을 맞이한 날입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 남북 분단과 동족간의 전쟁, 혼란과 격동의 시기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광복절은 여전히 미완성인 축제로 머물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온전히 하나되는 통일의 그 날이야말로 진정한 광복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북한 동포를 위해서 많은 지원을 하였습니다.우리와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지만 지금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이웃을 모른 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북한 동포들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우리의 관심과 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북한 당국도 하루빨리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의 권리가 신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남북 화해와 일치를 도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를 청산하고 잃어버린 양심과 도덕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새로운 천년기에 걸맞는 삶을 가꿔나가기 위해 모든 국민이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물질적이며 이기적인 삶을 극복하고 정신적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이타적인 삶을 가꿈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이 세상에 실현시켜야 합니다. 특히사회 여러 분야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윤리와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지도층이 모범을 보일 때, 비로소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으며 그 힘을 바탕으로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누구나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 평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겨레의 진정한 해방도 이평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이는 동서화합과 남북화해를 통한 평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려운일입니다. 멀고도 험난한 길이 가로놓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느님께 자신을 투신하고 정의를 실현해 나간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보호자이신 성모 승천 미사를 봉헌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철저히 따르신 성모님을 더욱 닮을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성모님께서 우리 자신과 가정, 교회와 겨레를 위하여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전구하심에 힘입어 우리 민족이 화해와 일치를 이루고 마침내 참 광복인 통일의 날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성모님이 부르셨던 구원의 노래를 다함께 부릅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렙니다”(루가1,46-47).

 

                          2002년 8월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   진   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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