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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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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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4:39 ㅣ No.192689

군인에게 ‘훈련’은 매우 중요합니다. “훈련에서 흘린 땀 한 방울은 전투에서 흘릴 피 한 방울과 같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군대에서 가장 힘든 훈련 가운데 하나가 유격훈련입니다. 높은 곳을 오르고 내려오며, 기구를 타고 계곡을 건너고, 흔들리는 출렁다리에 의지해 장애물을 통과합니다.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조교들은 훈련병들에게 ‘PT 체조’를 시킵니다. 여기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열 번을 하라고 하면 아홉 번째까지는 구호를 외치지만, 마지막 열 번째에는 구호를 외치지 않아야 합니다. 만일 한 사람이라도 마지막 구호를 외치면 모두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힘든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훈련병들은 서로에게 집중하고 함께 호흡하며 일치와 단합을 배웁니다. 저도 용인에서 안양까지 행군하며 유격훈련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심 운동인 ‘꾸르실료’의 체험도 영적인 유격훈련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3박 4일 동안 신앙인이 지녀야 할 삶의 자세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봉사자들은 체험자들이 진지한 마음으로 교육에 참여하도록 세심하게 돕습니다.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체험자들이 앞날을 계산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자신을 내려놓고 공동체를 신뢰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평소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었던 기도를 충분히 하도록 돕고, 그룹 안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나누며 일치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체험을 시작한 분들도 다섯 시간이 넘는 기도를 잘 마쳤다고 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참된 신앙인의 자세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꾸르실료의 과정은 때로 힘들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라는 말처럼 말씀과 기도와 형제애가 조금씩 마음을 적십니다. 그렇게 3박 4일의 체험을 마치면 체험자들은 유격훈련을 끝낸 훈련병처럼 환하게 웃으며 기쁨과 감격을 간직하게 됩니다. 육체의 훈련이 위기의 순간에 군인을 지켜 준다면, 영적인 훈련은 유혹과 시련의 순간에 우리의 믿음을 지켜 줍니다. 예전에는 “서울에서는 눈을 뜨고도 코를 베어 간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악의 세력도 우리가 방심하는 틈을 노립니다. 우리가 기도를 게을리하고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면, 어느새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참된 신앙의 길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끊임없는 영적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도 1992년에 꾸르실료를 체험했으니 어느덧 34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을 지내는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도 예수님의 영적 훈련을 받은 제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신 뒤 열두 제자를 뽑으셨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열혈당원’이라고 불린 시몬과 야고보의 아들 유다도 있었습니다. 시몬은 민족의 해방을 꿈꾸던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유다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 “주님, 저희에게는 주님 자신을 드러내시면서 세상에는 드러내지 않으시겠다니 무슨 까닭입니까?”라고 질문했던 제자입니다. 두 사람은 성격도 생각도 달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한 공동체 안으로 부르셨고, 함께 걷고 듣고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도록 훈련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은 자신의 뜻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며,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모퉁잇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건물이 튼튼해지려면 돌 하나하나가 모퉁잇돌을 중심으로 제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PT 체조에서 한 사람의 실수가 모두에게 영향을 주듯이, 신앙 공동체에서도 나의 말과 행동은 이웃에게 영향을 줍니다. 반대로 한 사람의 기도와 희생, 따뜻한 격려는 공동체 전체를 굳건하게 세웁니다. 꾸르실료 체험의 목적도 특별한 감동을 얻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삶의 모퉁잇돌로 모시고, 서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며, 가정과 본당과 세상 안에서 복음의 사도로 살아가는 데 있습니다.

 

신앙의 훈련에는 졸업이 없습니다. 꾸르실료 체험이 끝났다고 모든 과정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미사와 기도, 말씀과 봉사, 용서와 나눔을 통하여 우리는 매일 주님의 제자로 훈련받아야 합니다. 시몬과 유다 사도는 이름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복음을 전하며 주님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우리도 화려한 성과보다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충실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부르신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일치하고, 예수님을 중심으로 굳게 결합되어 살아가야 합니다. 꾸르실료 체험자들이 남은 시간을 잘 보내고 기쁨과 감격을 안고 세상으로 돌아와 복음의 사도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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