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6일 (월)
(녹)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안식일일지라도 속박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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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0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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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5:14 ㅣ No.192668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실 때였습니다. 갑자기 거센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게 되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겁에 질린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우며 외쳤습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라고 말씀하시고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습니다. 제자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풍랑이 거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풍랑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풍랑 속에서도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는 것입니다.

 

저도 가끔 풍랑을 만난 제자들처럼 걱정할 때가 있습니다. 봉사자가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탈 때입니다. 대부분은 안전하게 운전하지만, 가끔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 있는데도 오래된 습관 때문에 스마트폰을 보면서 운전하는 분이 있습니다. 몇 번을 함께 타 보니 별문제 없이 운전을 잘하지만, 저와 운전하는 방식이 다르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익숙한 방식과 습관이 있습니다. 내가 익숙한 방식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상대방의 방식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반드시 틀린 것도 아닙니다. 물론 안전을 위해 고쳐야 할 습관은 서로 이야기해야 하지만,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믿어 주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지난번 꾸르실료에 갈 때는 15인승 승합차를 타고 네 시간이 넘는 길을 떠났습니다. 가는 도중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마치 풍랑에 흔들리는 배에 탄 것처럼 차 안의 교우들도 불안해하며 운전 봉사자에게 속도를 줄여 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도 속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교우들에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안전하게 잘 도착할 것입니다.” 운전 봉사자는 속도를 조금 줄였고, 우리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함께 길을 간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아니고, 내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의 말을 듣고, 필요한 것을 배려하며, 믿음으로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남편은 아내를 자기 몸처럼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을 존경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부부라 하더라도 생각과 성격, 생활 습관과 일상의 리듬이 모두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은 일찍 일어나고 다른 사람은 늦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미리 계획하고 다른 사람은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은 말로 사랑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은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나와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모습 안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고, 그의 방식과 속도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와 누룩에 비유하십니다. 겨자씨는 아주 작지만, 땅에 심으면 자라서 새들이 머무는 나무가 됩니다. 누룩도 아주 적지만 밀가루 속에 들어가면 온 반죽을 부풀게 합니다.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건네는 작은 배려, 따뜻한 말 한마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인내도 겨자씨와 누룩과 같습니다. “왜 나와 다르게 하는가?”라고 판단하기보다 “저 사람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랑의 씨앗이 심어집니다. “내 방식대로 하라.”고 요구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할 때 사랑의 누룩이 공동체 전체를 부풀게 합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면 불신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작은 만남에서도 하느님 나라의 풍성한 열매가 맺힙니다.

 

우리는 한배를 타고 인생의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때로는 거센 비가 내리고 풍랑이 일기도 합니다. 서로의 성격과 습관이 달라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 안에는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품어 주고, 필요한 것은 사랑으로 이야기하며, 상대방을 믿고 존중한다면 우리는 두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가정과 공동체 안에 사랑이라는 겨자씨를 심고, 존경이라는 누룩을 넣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작은 사랑과 존경이 우리의 가정과 공동체를 하늘의 새들이 머무는 넉넉한 하느님 나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마다 자기 아내를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고, 아내도 남편을 존경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그것이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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