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5일 (일)
(녹) 연중 제30주일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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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0 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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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2:20 ㅣ No.192659

오늘은 10월 26일입니다. 4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커다란 분수령이 된 날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사람들은 대통령의 정책과 업적뿐 아니라, 국민을 대하는 모습과 태도도 오래 기억합니다. 시골의 모내기 현장에서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누는 모습, 국밥집에서 직장인들과 소박하게 식사하는 모습, 영결식장에서 유가족을 바라보며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치적인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지도자의 모습에서 진심과 성심이 느껴질 때 국민은 마음을 엽니다. 우리가 찾는 대통령은 능력과 언변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기쁨과 슬픔을 진심으로 함께 나누는 사람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들국화의 노래 가운데 ‘내가 찾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노래에는 “넓은 세상 볼 줄 알고, 작은 풀잎 사랑하는”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넓은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발밑의 작은 풀잎을 소중히 여기고, 미운 사람의 손을 잡아 주며, 빈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 주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찾는 대통령도, 우리가 찾는 사제도, 우리가 찾는 신앙인도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잊지 않고, 큰일을 하면서도 작은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사람입니다.

 

교우들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제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언변이 좋고 외모가 반듯한 것도 도움이 됩니다. 능력이 뛰어나고 재능이 많은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과 교우들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미사를 정성껏 봉헌하고, 고백성사를 성심껏 주며, 영성체 때 한 분 한 분을 바라보면서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하는 모습입니다. 아픈 교우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슬픔을 겪는 가정을 찾아가 함께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교우들은 사제의 화려한 말보다 그 태도에서 정성과 성심이 느껴질 때 마음을 열고 존경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라고 권고합니다. 이어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라고 말합니다. 신앙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얼마나 유창하게 말하는가로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얼마나 큰일을 이루고, 얼마나 많은 재능을 가졌는가로 평가되지도 않습니다. 참된 신앙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실수한 사람을 품어 주고,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소외된 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 때 우리의 믿음은 살아 있는 복음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여덟 해 동안 병마에 시달리며 허리가 굽은 여인을 보십니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그 여인을 보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의 아픔을 보셨습니다. 여인이 먼저 청하지 않았는데도 예수님께서는 그녀를 가까이 부르시고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라고 말씀하시며 손을 얹어 고쳐 주십니다. 회당장은 안식일의 규정을 앞세웠지만, 예수님께서는 규정보다 먼저 고통받는 사람을 바라보셨습니다. 회당장은 옳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실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능력은 병을 고치는 기적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오랜 고통을 헤아리고 먼저 불러 주시는 정성과 성심에서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라자로의 죽음 앞에서 함께 우셨고, 굶주린 군중을 보시며 가엾은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부활하신 뒤에는 지친 제자들을 위해 호숫가에 숯불을 피우고 빵과 물고기를 준비하셨으며, 마지막 만찬에서는 몸소 무릎을 꿇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과 복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의 놀라운 능력과 뛰어난 말씀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을 끝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의 정성과 성심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찾는 대통령, 우리가 찾는 사제, 우리가 찾는 신앙인은 능력보다 성심을, 언변보다 진심을, 재능보다 정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도 넓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작은 풀잎을 사랑하듯, 가까이 있는 한 사람을 정성과 성심으로 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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