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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새벅의 종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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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종소리
윤홍선 1. 지쳐가는 일상 모든 풍랑이 지나간 자리에 평화가 찾아왔지만, 수연의 일상은 또 다른 의미의 무게로 굳어지고 있었습니다. 남해에서 돌아온 지 1년, 수연의 공방 ‘등불’은 자리를 잡았고 딸 유진이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기다리는 반복되는 작업, 손가락 마디마디를 아리게 하는 목공 일, 매달 찾아오는 임대료와 생활비의 압박은 은근하게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위기와 시련의 순간에는 하느님을 절박하게 찾았건만, 평범하고 무던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 속에서 수연의 영혼은 도리어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기도는 형식적이 되어갔고, 공방 문을 열 때마다 깊은 한숨이 나지막이 새어 나왔습니다. --- 2. 새벽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새벽 5시, 머릿속을 짓누르는 조급함에 잠을 깬 수연은 홀린 듯 옷을 껴입고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동이 트기 전, 푸르스름한 어둠이 깔린 성당 마당은 조용했습니다. 미사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성전 문은 닫혀 있었고, 마당 구석의 오래된 종탑만이 은은한 새벽빛 아래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수연은 차가운 성당 마당 벤치에 앉아 무릎을 감싸 쥐었습니다. "주님, 무너진 삶을 구해주셨는데… 왜 이제는 이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마저 이토록 무겁고 지칠까요?" 풍랑을 견뎌낸 배가 정박해 있는 동안 이끼가 끼듯,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정적 속에서 수연은 자신의 신앙이 무뎌지고 있음을 고백했습니다. --- 3. 종소리 그때, 성당 종탑 위에서 세월의 흔적을 담은 묵직한 새벽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댕… 댕… 댕… 성당 밖으로, 새벽을 깨우는 세 번의 삼종기도 종소리가 맑고 단단하게 공기를 진동시켰습니다. 종소리는 조용한 성당 마당을 지나, 자고 있는 마당의 나무들과 새벽길을 지나가는 미화원 아저씨의 어깨, 그리고 굳어 있던 수연의 가슴 한가운데를 울렸습니다. 맑고 유려한 종소리의 파문이 영혼의 묵은 먼지를 깨끗이 쓸어내리는 듯했습니다. 종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수연은 깨달았습니다. 저 종은 특별한 기적이나 화려한 축제 날에만 울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세상이 잠들어 있는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세상을 향해 신앙의 안부를 묻고 있었던 것입니다. --- 4. 울림 종소리가 잦아들고 다시 감돈 정적 속에서, 수연의 내면에 따뜻한 울림이 차올랐습니다. "수연아, 바다가 갈라지고 거대한 시련을 넘어서는 것만이 거룩한 것이 아니다. 오늘도 네게 주어진 평범한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고, 나무를 깎으며 땀 흘리고, 딸아이의 밥상을 차리는 그 소박한 일상 자체가 나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미사란다." 그것은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수연의 영혼을 다정하게 깨우는 새벽 종소리와도 같았습니다. 하느님은 거창한 고난의 현장에만 계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 그 지루함과 피로함 속에서 겸손하게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내는 하루하루야말로 주님이 거하시는 성스러운 땅이었습니다. --- 5. 땀방울의 기도 성당 문이 열리고 새벽 미사를 바친 후, 수연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공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공방 문을 열자 서늘한 목재 향기가 수연을 맞이했습니다. 수연은 작업대에 놓인 나무 판재를 가만히 쓸어내렸습니다. 전에는 단순한 노동으로 느껴졌던 사포질 소리가, 이제는 내면의 성전에서 바치는 나지막한 기도 소리로 들려왔습니다. 쓱, 싹, 쓱, 싹… 나뭇결을 다듬는 손길마다 정성을 담았고, 손가락 마디에 전해지는 통증조차 감사로 승화되었습니다. 딸 유진이의 아침밥을 지으며 보글보글 끓는 찌개 소리 속에서, 수연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깊은 성찰과 평화를 느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더 이상 지루한 굴레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매일 새로이 건네받는 하느님의 선물이자 거룩한 신비였습니다. --- 6. 미소 시간이 흘러 겨울이 오고, 눈 내리는 새벽이 되어도 수연은 아침마다 울려 퍼지는 새벽 종소리에 마음을 모읍니다. 이제 그녀는 특별한 표징이나 기적을 구하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울리는 소박한 종소리처럼, 자신이 서 있는 일상의 자리에서 변함없이 따뜻한 빛과 나무 향기를 내뿜는 사람으로 살아갈 뿐입니다. 공방 창문 너머로 새벽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져 나갈 때, 수연은 가만히 두 손을 모으고 나지막이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주님, 오늘도 제게 이 거룩하고 소박한 하루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묵상 포인트 & 핵심 메시지 📝 ㅇ일상의 거룩함 : 위대한 기적만이 은총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감사히 살아내는 것 자체가 하느님께 바치는 거룩한 기도입니다. ㅇ제자리를 지키는 영성 :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같은 시간에 울리는 종소리처럼, 나의 소소한 일상을 변함없이 살아가려는 자세가 진정한 신앙입니다. --- 💬 이 글을 읽은 이웃분들께 드리는 질문🌿 > 오늘 여러분의 지루하거나 고된 일상 속에서, 마음을 가만히 깨워준 '나만의 종소리'는 무엇이었나요?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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