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수)
(녹) 연중 제28주간 수요일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 율법 교사들도 불행하여라!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4:15 ㅣ No.192444

최근에 ‘트렌드 2026’을 읽다가 흥미로운 표현을 보았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Human in the Loop, Human on the Loop, Human out of the Loop’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Human in the Loop’은 인공지능이 일을 하지만 중요한 과정과 결정에 인간이 직접 참여하는 것입니다. ‘Human on the Loop’은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일을 하도록 맡기되 인간이 밖에서 지켜보고 필요할 때 개입하는 것입니다. ‘Human out of the Loop’은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중요한 순간에는 인간의 지혜와 판단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보면서 우리의 신앙생활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Human’을 ‘God’으로 바꾸어 볼 수 있습니다. ‘God in the Loop’, ‘God on the Loop’, 그리고 ‘God out of the Loop’입니다. ‘God in the Loop’은 우리의 삶과 선택안에 늘 하느님을 모시는 것입니다.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 기도하고,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묻고, 말씀 안에서 답을 찾는 것입니다. ‘God on the Loop’은 내가 대부분 결정한 다음 어려움이 생겼을 때 하느님을 찾는 것입니다. “주님, 이것 좀 해결해 주십시오.”라고 청합니다. ‘God out of the Loop’은 아예 하느님을 삶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나의 능력, 나의 경험, 나의 판단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God in the Loop’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세는 중요한 순간마다 하느님께 묻고 기도했습니다. 광야에서 백성이 불평할 때도, 길을 잃었을 때도 하느님께 나아갔습니다. 성모 마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사의 말을 모두 이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였습니다. 자신의 인생 계획 안에 하느님을 초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계획안으로 자신의 삶을 맡겼습니다. 이것이 참된 ‘God in the Loop’의 모습입니다.

 

반대로 하느님을 삶에서 밀어낸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울 임금은 처음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지만, 점차 자신의 판단을 앞세웠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 보다 자신의 왕권과 체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바벨탑을 쌓았던 사람들도 “우리 이름을 떨치자.”라고 하였습니다. 그들의 계획에는 기술도 있었고 능력도 있었고 야망도 있었지만, 하느님께서 계실 자리가 없었습니다. 하느님을 삶의 ‘Loop’에서 제외했을 때 인간은 더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방향을 잃고 서로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연을 날리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이 높이 날기 위해서는 바람도 필요하지만, 연줄도 필요합니다. 연줄은 얼핏 보면 연을 붙잡고 자유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 줄이 있기 때문에 연은 바람을 타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만일 연이 “이 줄만 없으면 나는 더 자유롭게 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해서 줄을 끊어 버린다면 잠시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방향을 잃고 떨어지고 맙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하느님과 우리를 이어 주는 기도와 말씀과 성사는 우리를 구속하는 줄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의 바람 속에서도 우리가 더 높이 날아갈 수 있도록 붙들어 주는 생명의 끈입니다. ‘God out of the Loop’이 자유처럼 보일 수 있지만, 참된 자유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과 연결되어 있을 때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바로 그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던 분입니다. 성녀에게 기도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어려운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시는 분과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 친밀한 우정이었습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하느님께 무엇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쁜 일에도, 어려운 일에도, 선택의 순간에도, 평범한 일상에도 하느님과 함께 걷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생을 멀리서 바라보시는 ‘God on the Loop’이 아니라 우리의 기쁨과 눈물, 실패와 희망 속에 함께하시는 ‘God in the Loop’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인에게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는가? 나는 하느님과 함께 가고 있는가?”입니다. 내 계획을 모두 세운 뒤 하느님께 축복만 청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생각하고, 함께 선택하고,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연이 줄에 연결되어 있을 때 바람을 타고 더 높이 오를 수 있듯이, 우리도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을 때 세상의 거센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높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성녀 데레사의 전구를 청하며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제 삶의 한가운데 함께하여 주십시오. 제가 주님과 연결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게 하시고, 언제나 주님과 함께 걷게 해 주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4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