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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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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아버님은 2011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제가 본당 신부로 있을 때였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본당 교우들이 정성껏 연도를 바쳐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과 주교님들, 많은 사제도 장례미사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제가 혹시라도 기일을 잊을까 염려하셨는지, 기억하기 좋은 어린이날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어머니는 2020년 9월 10일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제가 뉴욕에서 사목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가 가장 심각했던 시기였습니다. 거리두기가 엄격했고, 한국에 갈 수도 없었기에 저는 어머니의 장례미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연도를 바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장례미사에도 많은 분이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곁에서 지켜 드리지 못한 아쉬움은 지금도 제 마음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아버님은 많이 배우셨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시대를 잘못 만나서 많이 배우지는 못하셨지만,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늘 가족을 위해 일하고 희생하시는 모습입니다. 작은 마트도 하셨고, 쌀가게도 하셨고, 구청에 밥을 배달하는 일도 하셨고, 다른 사람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도 하셨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큰 누님과 작은형을 먼저 하느님의 품으로 보내야 하는 고통도 겪으셨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먼저 보내는 고통보다 더 큰 아픔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어머니가 그 모든 고통을 견디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신앙의 힘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기도하고 활동하셨습니다. 많은 대녀를 두었고, 그들을 친딸처럼 사랑으로 돌보셨습니다. 수도자가 된 여동생과 사제가 된 저를 위해서도 늘 기도하셨습니다. 제가 1999년에 처음 본당 신부가 되었을 때에는 3년 동안 저를 위해 기꺼이 식복사도 해 주셨습니다. 조카를 맡아 키워 주셨고, 조카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가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본당에 가게 되면 어머니는 저보다 먼저 그 성당을 찾아가 기도하셨습니다. 아들이 사목을 잘하고, 교우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성모님께 청하셨을 것입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려움에 놓인 사람을 모른 척하지 않고, 그 사정을 예수님께 전해주셨습니다. 저의 어머니도 비슷하셨습니다. 대녀의 아들과 딸이 혼인하면 혼인미사의 주례를 부탁하셨고, 누군가 아프면 병자성사를 부탁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의 부탁을 들으시고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 주셨듯이, 저도 어머니의 부탁을 기쁜 마음으로 들어 드리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저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보고, 다른 사람의 기쁨을 축복해 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고,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으며, 하늘에 오르시는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영광에 이르기까지 성모님의 삶에는 수많은 고통이 있었습니다. 교회는 성모님께서 겪으신 고통을 ‘성모칠고’라고 부릅니다. 아기 예수님 때문에 칼이 마음을 찌르리라는 시메온의 예언을 들으셨을 때,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 가셨을 때, 어린 예수님을 잃고 사흘 동안 찾아 헤매셨을 때,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을 만나셨을 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셨을 때,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의 시신을 품에 안으셨을 때, 그리고 아들의 시신을 무덤에 모셨을 때의 고통입니다. 성모님께서는 고통을 피할 수 있었던 분이 아닙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으셨고, 아들을 버리지 않으셨으며, 끝까지 그 곁을 지키셨습니다. 성모님의 위대함은 고통이 없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십자가 위의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에게 말씀하십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그리고 성모님께는 말씀하십니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그때부터 사랑받던 제자는 성모님을 자기 집에 모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도 홀로 남겨질 어머니를 염려하셨습니다. 동시에 사랑하는 제자와 우리 모두에게 성모님을 어머니로 맡겨 주셨습니다. 우리의 삶은 때로 고통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와 같습니다. 예기치 못한 질병이 찾아오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며, 관계의 갈등과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고통이 곧바로 사라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십자가를 조금씩 들어 준다면 고통의 바다를 건널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제자가 성모님을 자기 집에 모셨듯이, 우리도 고통받는 이웃을 우리의 마음과 삶 안에 모셔야 합니다.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고, 외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힘든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는 일도 십자가 아래에 함께 머무는 사랑입니다. 고통을 없애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줄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울고,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면 비록 힘들어도 고통의 바다를 건너 희망의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사는 동안 십자 고통, 성모님과 함께 아파하며 같이 울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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