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4일 (금)
(녹)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그들도 신랑을 빼앗기면 단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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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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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애 [ji5321] 쪽지 캡슐

06:35 ㅣ No.191666

 

소박한 소망

아침에 눈을 뜹니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아이고 작은 신음이 먼저 나오지만
그래도 내 두 다리가 나를 받아 줍니다.
이불을 밀치고 바닥을 딛는 그 순간
나는 오늘도 기적 위에 서 있습니다.

젊은 날에는 몰랐습니다.
걷는다는 것이 숟가락을 드는 일이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이 

이렇게 고마운 축복인 줄
돈이 많으면 다 가진 줄 알았고 
자식이 잘되면 다 이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수백억 통장보다 오늘

내 발로 동네 한 바퀴 도는 일이 
더 값지다는 걸 나이 들어 알았습니다.

작은 집이라도 좋습니다.
비가 새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내가 눕고 싶을 때 눕고 

웃고 싶을 때 웃을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내 천국입니다.
내 리모컨이 있고 내 밥그릇이 있고
내 이름으로 들어오는 

작은 연금이 있다면 나는 이미 

당당한 사람입니다.
혼자 걷는 길이 처음엔

쓸쓸했지만 이제는 압니다.
바람이 말을 걸고 햇살이 등을 

토닥이며 잘 버텼다 라고 

속삭여 준다는 것을친구가

없어도 약속이 없어도 하루를

내 힘으로 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내 다리가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내 손이 나를 먹여

살리고 내 심장이 묵묵히 뛰어 준다면

나는 이미 부러울 것 없는 사람입니다.

행복은 멀리 날아가는 파랑새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두 다리로

서 있는 나 자신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걷고 있다면
조용히 스스로에게 말해 보십시오.
나는 참 복 많은 사람이다.

두 다리로 걷는 오늘 그것이 세상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속도만큼 삶이 빠르게 

달라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옮겨온 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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