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일 (수)
(녹)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나는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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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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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5:01 ㅣ No.191630

한국을 방문한 달라스 교우들과 식사하면서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우의 딸이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왔는데,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택배로 보내 주었다고 합니다. 교우 역시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왔지만, 다시 가 보니 스마트폰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잃어버린 물건이 주인에게 돌아오는 것은 단순한 행운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지닌 신뢰의 수준을 보여 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이런 모습을 보고 놀란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가방을 자리에 두고 주문하러 가는 모습, 식당이나 공공장소에 물건을 두고도 비교적 안심하는 모습, 분실물을 경찰서나 역무실에 맡겨 주인을 찾아 주는 모습은 한국 사회가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신뢰의 자산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경험하는 또 다른 문화 충격도 있습니다. 밤늦은 시간에도 편의점과 식당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가 정확하고 깨끗하며, 대중교통만으로도 대부분의 장소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주문한 물건이 하루나 이틀 만에 도착하는 빠른 택배 문화도 있습니다. 식당에서는 물과 반찬을 넉넉하게 제공하고, 부족하면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습니다. 늦은 밤에도 많은 사람이 거리를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경제 발전과 기술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질서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지 않는 양심, 공동체의 안전을 함께 지킨다는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 사회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높은 건물이나 빠른 인터넷만이 아닙니다. 서로를 믿을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의 정직한 마음이 그 사회를 아름답게 만듭니다.

 

요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신앙인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를 가르쳐 줍니다. 바오로 사도는 육적인 사람이 아니라 영적인 사람이 되라고 권고합니다. 육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익과 자존심을 앞세웁니다. 사람을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고, 자신이 가진 것을 자기만의 소유라고 생각합니다. 코린토 공동체에도 분열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는 바오로 편이다.”라고 말했고, 어떤 사람은 나는 아폴로 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서로 편을 나누고 경쟁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도 아폴로도 공동체의 주인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바오로는 씨를 뿌렸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지만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하느님 구원 사업의 협력자이며 복음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일 뿐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것이 여러분의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이 말씀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소유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왔으니,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용하라는 말씀입니다. 신앙인은 무엇을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께 받은 것을 이웃과 나누고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육적인 사람은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영적인 사람은 이것은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육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을 경쟁자로 여기지만, 영적인 사람은 함께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 갈 협력자로 받아들입니다. 육적인 사람은 사람을 편으로 나누지만, 영적인 사람은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압니다. 이러한 영적인 태도가 사회 안에 자리 잡을 때 사람들은 서로를 믿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시몬 베드로는 밤새도록 그물을 내렸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베드로는 어부였고, 갈릴래아 호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밤이 물고기를 잡기에 좋은 시간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밤새도록 애썼지만, 빈 그물만 남았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베드로의 경험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이었습니다. 이미 밤새도록 수고하였고, 지금은 물고기가 잡힐 만한 시간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내려놓고 말합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베드로가 말씀에 순종하여 그물을 내리자 매우 많은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그물이 찢어질 만큼 물고기가 잡혔고, 다른 배의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습니다. 베드로는 그 기적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예수님 앞에 엎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러자 베드로와 동료들은 배를 저어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베드로가 영적인 사람이 된 순간은 그물이 가득 찼을 때만이 아닙니다. 가득 찬 그물과 배를 뒤로하고 예수님을 따랐을 때입니다. 많은 물고기를 잡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성공으로 움켜쥐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더 큰 사명을 받아들였습니다. 물고기를 잡던 사람에서 사람을 살리는 제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빈 그물을 경험합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고, 가정과 직장과 공동체에서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얕은 곳에서 자신의 경험만을 붙잡고 머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라.” 더 깊은 믿음으로 나아가라는 말씀입니다. 나의 이익과 자존심을 넘어 이웃을 바라보라는 말씀입니다. 내 편과 네 편을 나누는 육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모두가 하느님의 협력자임을 받아들이라는 말씀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움켜쥐지 말고 하느님의 뜻을 위해 사용하라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라.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우리도 베드로처럼 주님의 말씀을 믿고 깊은 곳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것이며,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사람임을 기억하면서 주님을 따르는 영적인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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