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3일 (일)
(녹) 연중 제21주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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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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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5:20 ㅣ No.191373

휴가 중에 알래스카에서 빙하를 보았습니다. 한 번은 크루즈 배를 타고 보았고, 다른 한 번은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보았습니다. 배를 타고 가까이에서 바라본 빙하는 압도적이었습니다. 거대한 얼음이 바다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빙하가 굉음을 내며 떨어지자 큰 파도가 일어났고, 사람들은 모두 감탄하였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감히 어찌할 수 없는 대자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바라보니 빙하는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배 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게 느껴졌던 빙하가 하늘에서 보니 지구라는 별에 붙어 있는 작은 얼음 덩어리처럼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옛 시조가 생각났습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아무리 높은 산도 하늘 아래에 있고, 아무리 거대한 빙하도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작게 보입니다. 같은 빙하이지만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함께 간 신부님은 그 모습을 보면서 겸손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누리는 권력과 재물과 명예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과 같습니다. 반대로 세상의 눈으로는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우리를 하느님께 인도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 로고스뮈토스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로고스는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이성과 논리의 세계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숫자와 자료를 통해 세상을 이해합니다. 근대 이후의 과학혁명은 로고스의 발전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로고스는 인류에게 많은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로고스라는 어항에만 갇히면 자신이 보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질과 자본, 효율과 성과만으로 사람과 세상을 판단하게 됩니다. 뮈토스라는 더 큰 바다로 나가면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것은 직관과 깨달음의 세계이며,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세계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며, 소유보다 존재가 더 중요한 세상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의미와 가치를 바라보는 세상입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바르톨로메오 사도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요한복음에서는 그를 나타나엘이라고 소개합니다. 필립보는 나타나엘에게 말했습니다. “와서 보시오.” 나타나엘은 처음에는 의심했습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경험의 틀 안에서 예수님을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직접 만나면서 그의 눈이 열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바르톨로메오 사도는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자기의 생각과 판단을 넘어서는 더 큰 세상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로고스와 뮈토스를 모두 품으시는 더 큰 바다였습니다. 바르톨로메오는 예수님을 만나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보다 더 크고 깊은 하느님의 나라를 보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삶으로 실천했습니다. 예수님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했고, 복음을 전하며 마침내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사도는 단순히 예수님을 눈으로 본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가 아닙니다. 사도는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자신의 삶으로 증언하고, 죽기까지 충실하게 따라간 사람에게 주어지는 영예입니다. 신앙인은 세상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먼저 공감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고통 중에 있는 사람, 슬픔 중에 있는 사람,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을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아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공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셨습니다. 병든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셨고, 굶주린 사람을 불쌍히 여기셨으며, 죄인과 세리와 함께하셨습니다. 또한 겸손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섬김을 받으실 자격이 있으셨지만 섬기러 오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고,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희생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순명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배 위에서 바라본 빙하와 하늘에서 바라본 빙하는 같은 빙하였습니다. 그러나 바라보는 자리가 달라지자,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눈으로만 바라보면 고통은 실패이고, 가난은 불행이며, 희생은 손해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면 고통은 사랑을 배우는 자리가 되고, 가난은 하느님께 의탁하는 길이 되며, 희생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 씨앗이 됩니다. 우리가 공감의 눈으로, 겸손의 눈으로, 희생의 눈으로, 순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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