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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 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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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인공지능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인공지능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 가까이에 들어와 있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자료를 정리하고, 언어를 번역하는 데도 인공지능이 사용됩니다. 어떤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인공지능 사용 빈도가 절반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우리 일상의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한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인 젠슨 황은 인공지능을 ‘5단 케이크’로 설명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가장 아래에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전기가 있어야 합니다. 안정적인 전기가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램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다음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의 머리와 같습니다. 특별히 한국이 잘 만드는 HBM 메모리 반도체는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부품이라고 합니다. 그다음에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축적된 정보를 학습하고 연결합니다. 인터넷과 플랫폼이 없었다면 오늘의 인공지능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데이터 센터’가 있습니다. 방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그 위에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에너지, 반도체, 플랫폼, 데이터 센터, 프로그램이 함께 있어야 인공지능은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한민국을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땅이 넓은 나라는 아닙니다. 자원이 많은 나라도 아닙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났고, 가난을 견디며 배웠고, 땀 흘려 일했습니다. 에너지를 만들고, 반도체를 만들고, 빠른 인터넷을 구축하고, 플랫폼과 데이터 산업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세계의 중요한 인공지능 기업들이 대한민국을 찾아옵니다. 대한민국이 인공지능의 5단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어느 한 나라나 한 기업만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기술은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약한 사람을 밀어내는 힘이 아니라,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많이 가진 사람을 더 많이 갖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소외된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공정과 정의를 잃어버리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새로운 바벨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공정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여라. 나의 구원이 가까이 왔고 나의 의로움이 곧 드러나리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은 힘 있는 사람만 잘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세상은 모든 민족과 모든 사람이 주님의 집에서 기도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이방인들도 하느님의 산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어느 한 민족,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계층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바로 그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다가온 사람은 가나안 여인이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유다인들의 눈으로 보면 밖에 있는 사람, 경계 밖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예수님께 간절히 청했습니다. “주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처음에 예수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여인을 귀찮게 여겼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은 거절당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물러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다시 예수님 앞에 엎드려 말했습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십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이 말은 듣기에 참 힘든 말입니다. 그러나 여인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이 말은 비굴한 말이 아닙니다. 이것은 깊은 믿음의 고백입니다. “주님, 저는 큰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작은 은총의 부스러기만으로도 제 딸은 살 수 있습니다.” 여인의 믿음은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여인의 딸이 나았습니다. 오늘 저는 이 가나안 여인에게서 신앙생활의 ‘5단 케이크’를 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에너지, 반도체, 플랫폼, 데이터 센터, 프로그램이 필요하듯이,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다섯 가지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믿음, 희망, 사랑, 나눔, 희생입니다. 가장 아래에는 ‘믿음’이 있습니다. 믿음은 신앙생활의 에너지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기도도 멈추고, 봉사도 지치고, 사랑도 쉽게 식어 버립니다. 가나안 여인은 예수님께서 자기 딸을 고쳐주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이 여인을 예수님께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희망은 거절당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입니다. 여인은 처음에는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귀찮은 사람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여인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희망은 상황이 좋아서 생기는 낙관이 아닙니다. 희망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끝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믿음의 열매입니다. 그다음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여인이 그토록 간절했던 이유는 딸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사랑은 체면을 내려놓게 하고, 자존심을 내려놓게 합니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신앙생활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이 없는 믿음은 차갑고, 사랑이 없는 희망은 자기만을 위한 바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나눔’이 있습니다. 여인은 자신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예수님께 내어놓았습니다. 신앙 안에서 나눔은 단순히 물질을 나누는 것만이 아닙니다. 내 아픔을 하느님께 내어놓는 것도 나눔이고, 누군가의 아픔을 들어 주는 것도 나눔입니다. 받은 은총을 공동체와 나누는 것도 나눔입니다. 마지막에는 ‘희생’이 있습니다. 희생은 신앙생활의 꽃입니다. 가나안 여인은 딸을 위해 체면도 내려놓고, 자존심도 내려놓았습니다. 희생은 억지로 손해 보는 것이 아닙니다. 희생은 사랑 때문에 기꺼이 내 것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자가 공동체를 위해 시간을 내어놓고, 신앙인이 하느님의 뜻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희생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가장 큰 희생이었고, 그 희생은 부활의 영광으로 이어졌습니다. 인공지능의 5단 케이크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면, 신앙생활의 5단 케이크는 우리의 영혼을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그 변화된 영혼은 가정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고, 세상을 살립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결코 우리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이 받은 능력이 세상을 위한 책임이듯이, 우리가 받은 믿음도 세상을 위한 사명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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