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3일 (화)
(녹)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6:02 ㅣ No.190240

살면서 신기한 체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1983년입니다. 여름 행사를 마치고 보좌 신부님과 주일학교 교사들과 안면도로 단합대회를 갔습니다. 30명 정도가 같이 갔습니다. 안면도 해수욕장에서 잠시 쉬면서 있었습니다. 저와 교사 한 명이 돌아와 보니 버스는 떠나고 없었습니다. 저와 교사는 수박 하나를 사 먹고 아카시아 잎을 하나씩 떼어내는 게임을 하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논두렁에 버스 한 대가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타던 버스였습니다. 바퀴가 논두렁에 빠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난다.’ 주님께서는 제가 힘들까 봐서 버스를 세워 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해 안면도에서는 또 다른 추억도 있었습니다. 교사들과 함께 바닷가로 랜턴 건전지를 사러 갔습니다. 오늘 길에 성가도 부르고 즐겁게 오는데 그곳 청년들과 만났습니다. 청년들이 시비를 걸어서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교사 중의 한 명이 어둠을 뚫고 민박집으로 가서 일행을 데려왔습니다. 청년들은 우리를 보호해 주려고 했다면서 조용히 물러갔습니다. 지금도 어둠을 뚫고 용감하게 탈출(?)했던 교사가 생각합니다.

 

지난 511일에 북미주 사제 협의회모임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신기한 체험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표 사제이기에 아침 일찍 떠나는 비행기 표를 구했습니다. 떠나기 전날 비행기가 취소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항공사에서 대체되는 항공편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달라스,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노선이었습니다. 오후로 일정이 정해져서 오전에 운동도 하고, 좀 쉬다가 공항으로 갔습니다. 개막 미사도 부회장 신부님께 부탁했습니다. 샌디에고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또 비행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탑승했던 비행기에서 내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때 출발을 알리는 전광판에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노선이 보였습니다. 저는 서비스 센터로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직원은 컴퓨터를 검색하더니 딱 한 자리가 남았다고 하면서 티켓을 주었습니다. 하루에 두 번 비행기가 취소되었지만, 주님께서는 저를 위해서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념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인기를 질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예수님께 향하는 것을 서운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더욱 작아져야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신은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살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게 만듭니다. 더 성공한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인정받는 사람이 부러워집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비교의 삶이 아니라 사명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흔들리기보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겨 주신 길을 충실히 걸어가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건강의 십자가를 집니다. 어떤 사람은 가족의 십자가를 집니다. 어떤 사람은 이민 생활의 외로움과 경제적인 부담이라는 십자가를 집니다. 또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의 아픔과 오해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를 혼자 두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넘어질 때 함께 일으켜 주시고, 길이 막힌 것 같을 때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십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탄생 대축일을 지내면서 세 가지 은총을 청하면 좋겠습니다. 첫째, 겸손의 은총입니다. 세례자 요한처럼 나는 그분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겸손입니다. 둘째, 충실함의 은총입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에게 맡겨진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충실함입니다. 셋째, 신뢰의 은총입니다. 비행기가 두 번 취소되어도 결국 길을 열어 주셨던 것처럼, 내 삶도 주님께서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주신다는 믿음입니다.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를 이끌어주십니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처럼 보여도, 때로는 계획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우리를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십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처럼 겸손하게, 충실하게, 그리고 믿음 안에서 주어진 십자가를 기쁘게 지고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희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그분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9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