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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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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요한 20,2-8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오늘 우리는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의 삶과 신앙을 기념하는 축일을 지냅니다. 그는 예수님으로부터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제자로 알려져 있고, 스스로도 자신이 주님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분명한 자의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쓴 복음서에서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고 굳이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말이지요.
그런데 그런 사랑에 대한 분명한 자의식은 요한 사도의 머리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요한 복음서의 여러 부분에서 자신이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분명한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먼저 자신이 주님께 제자로 부르심을 받던 첫 순간의 일입니다. 그는 자신이 주님의 제자로 뽑혔다는 사실을 얼마나 큰 기쁨으로, 자기 삶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순간으로 여겼는지, 자신이 부르심 받은 그 시간을 잊지 않고 복음서에 기록합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두번째는 주님께서 수난과 핍박을 당하시는 상황입니다. 주님께서 성전경비병들에게 체포를 당하시자 수제자인 베드로는 ‘예수님을 모른다’며 그분과의 관계를 부정했고, 다른 제자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황급히 도망쳤습니다. 말로는 예수님을 ‘주님 주님’하고 따랐지만 정작 마음으로 그분을 진정으로 믿고 사랑하지 못했기에,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되자 그분께 등을 돌렸던 겁니다. 하지만 요한은 반대자들의 핍박과 위협, 죽음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떠나지 않고 그분께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십자가 아래에서 그분 곁을 지켰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그의 믿음과 사랑을 보시고 당신의 어머니를 부탁하시자 주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성모님을 사랑으로 보살폈습니다.
세번째는 주님께서 돌아가신 다음의 상황입니다. 주님의 시신이 무덤에서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요한은 베드로와 함께 그분의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보다 먼저 도착하였지요. 요한이 베드로보다 젊었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달리기 실력이 꼭 나이에 비례하는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요한이 예수님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그 마음만큼 빨리 달린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한은 자기보다 늦게 도착한 베드로가 주님의 무덤 상태를 먼저 확인하도록 양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기가 먼저 도착했으니 그냥 들어가서 확인했어도 될 일인데 그러지 않은 것은 주님께서 교회 공동체의 반석으로 세우신 베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베드로를 수제자로 정하신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사랑으로 기꺼이 그분 뜻에 순명하는 모습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습니다.(<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권두언) 요한이 주님의 빈 무덤을 보고 그분께서 부활하셨음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머리가 총명해서가 아니라 그가 주님을 깊이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님을 가장 사랑하여 부활하신 주님을 가장 먼저 목격하는 증인이 된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러니 내 신앙생활이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봐야겠습니다. 머리보다 마음으로, 생각보다 행동으로 주님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