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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정주의 모범: 마리아 성모님 “관상, 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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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12월20일
이사7,10-14 루카1,26-38
정주의 모범: 마리아 성모님 “관상, 환대, 순종”
요즘 날마다 계속되는 ‘오 후렴’이 참 장엄하고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오늘 대림 제2부 12월20일 네 번째 ‘오 후렴’ 역시 참 좋습니다.
“오 다윗의 열쇠여, 이스라엘 집안의 홀이시여, 주께서 여시면 아무도 닫지 못하고, 닫으시면 아무도 열지 못하오니, 오시어 죽음의 땅과 어둠속에 앉아 있는 우리를, 결박에서 풀어 주소서.”
매후렴 마다 반드시 들어있는 “오시어”입니다. 인류가 존속하는한 계속될 대림시기입니다. 예나 이제나 앞으로도 오시어 죽음의 땅과 어둠속에 앉아 있는 우리를 구원해 달라는 애절한 탄원의 기도는 계속될 것입니다. 한결같이,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 오시는 겸손한 사랑의 주님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동정 성모 마리아입니다. 참으로 눈밝으시고 겸손하신 주님은 당신 천사를 통해 나자렛 시골의 마리아 처녀를 찾아 나섭니다. 마리아 성모님이야 말로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따라야 할 정주의 모범입니다. 오래전 써놨던 ‘정주’란 글이 생각납니다.
“마음의 중심 늘 고요히 깨어 있어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 곧 집중 몰두하되 휘말리지 않는다 언제나 새벽의 고요와 평온을 산다.”(2000.9.11)
그대로 정주영성을 사셨던 마리아 성모님처럼 생각됩니다. 역사의 획기점 전환점이 된, 역사의 중심이 된 오늘 하느님의 나자렛 방문 사건입니다. 깨어 침묵중에 환대하는 마리아에 대한 주님 천사의 찬사의 축복입니다. 이 두 구절은 제가 참 많이 고백성사중 보속시 '말씀처방전'으로 써드리는 성구입니다. 마리아 대신 당사자의 이름을 넣습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이 말씀을 받았을 때, ‘보속이 아니라 보석입니다!’ 환호하던 수녀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어느 선배 노사제에게 “신부님은 보물입니다.” 했을 때 “아닙니다. 고물입니다.”라 대답하던 노사제의 겸손한 유머도 더불어 생각납니다. 새삼 우리 하나하나가 주님의 보석이요 보물같은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이어 거듭되는 말씀도 마리아에게 큰 격려와 힘이 됐을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제자리의 정주의 침묵과 관상에 충실할 때 주시는 주님의 축복입니다. 제자리, 제정신을 잃고 제대로 살지 못하는 극단으로 치닫는 이들을 보면 정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많은 학식에도 불구하고 이념에, 종교에 중독되어 맹신이, 광신이 될 때 백약이 무효임을 깨닫습니다. 이에 대한 최고의 처방이 바로 정주의 관상과 환대입니다.
주님 천사의 축복의 전갈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지만 침착을 회복하여,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했으니 관상가로서의 마리아의 진면목이 잘 드러납니다. 엊그제 주님의 천사를 맞이하던 요셉과 흡사한 마리아의 응답입니다. 요셉의 태몽에 이은 오늘 마리아의 태몽처럼 생각됩니다. 마리아를 얼마나 신뢰하고 사랑했는지 주님은 당신 천사를 통해 속내를 다 밝히시며 대화의 소통이 시작됩니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 불릴 것이다...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 아들을 잉태하였다...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놀라운 사명의 축복들이 줄줄이 주어집니다. 어느 하나 생략할 수 없는, 참으로 마리아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벅찬 사명의 축복들입니다. 마리아를 설득하기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하느님의 겸손과 인내의 사랑이 감동적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파트너인 마리아의 자발적 협조없이는 절대로 일하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새삼 주님의 말씀에 귀기울여 경청하고 순종하는 환대의 관상이 얼마나 본질적이자 절대적인지 바로, 마리아가 그 빛나는 모범입니다. 주님의 천사의 말에 마리아의 순종의 응답은 늘 들어도 새로운 감동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서 떠나니 말그대로 해피엔딩입니다. 역사의 전환점이 된 마리아의 순종의 응답입니다. 이 응답이 나오기전 산천초목이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적막에 잠겨 있었다는 성 아우구스티누의 주석말씀도 생각납니다. 마리아의 순종으로 하느님의 구원여정도 계속되고 이사야의 예언도 실현될 수 있었으니, 정말 한없이 기뻐하셨을 하느님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도교 전통은 이 신탁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적용시켰습니다. 놀랍고 감사한 것은 우리 마리아 성모님께서는 시종여일, 아드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순간까지도 “예스맨(Yes-man)”으로 “순종의 비움(케노시스)의 삶”에 충실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리아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라 고백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주님의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마리아 성모님의 순종의 믿음을 닮게 하시며 다음 말씀대로 또 하나의 임마누엘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