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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두 할머니의 묵주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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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두 할머니의 묵주기도
벌써 퇴원하지는 않으셨겠지 하며 병실을 기웃거리는데 저만치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로사 할머니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은 기름을 발라 단정히 빗어 올리고, 옷매무시 역시 어디 한 군데 흐트러짐이 없다. 주변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작고 앙상해진 몸은 등에 쇠막대를 댄 것처럼 꼿꼿하다.
할머니 앞엔 기도서가 펼쳐져 있고 희고 야윈 손엔 알이 큰 나무묵주가 들려 있다. 병들고 쇠약한 노인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한 폭의 정물화 같다! “로사 어머니!” 하고 기척을 보내니 화들짝 놀라신다. “이젠 묵주기도도 생각이 잘 안 나. 혹시 틀릴까 봐 이렇게 책을 보면서 기도해.”
일 년 열두 달, 팔에 묵주는 끼고 다니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덤벙덤벙 기도하거나 하루에 한 꾸러미도 바치지 못할 때가 수두룩한 자신이 문득 부끄럽다. “잘 죽어야지. 오늘이라도 하느님이 부르시면 가야잖아?” 아, 이렇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보나 할머니를 처음 만난 것은 저녁 미사가 있는 화요일 아침나절이었다.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성당에 나왔는데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계속 중얼거리고 계셨다. 미사 시간이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분간 못 하시고 그저 습관처럼 나오셨던 모양이다. 벌써 11시인데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그러고 계셨던 걸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어머니, 오늘 미사는 저녁에 있어요. 그러니까 얼른 집에 들어가시고 이따가 저녁 7시에 나오세요.” 또박또박 말씀드렸지만 못 알아들으신다. 아, 보나 할머니가 귀를 잡수셨지. 재차 더 크고 간결하게 말씀드린다. “어머니, 저녁에 오세요.” 하지만 당최 못 알아듣겠다는 듯 눈만 끔벅거리신다.
이젠 손짓까지 해가며 악을 쓰듯 말씀드린다. “어머니, 집에 가.” 그제야 알아듣고는 뾰로통해서 일어서신다. 집에 가라는 말이 서운하셨던가 보다. 화분에 물주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보나 할머니를 만나는 시간도 일정치 않았다. 그런데 저녁 미사가 있는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시간이면 어김없이 보나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계단 다섯 번째쯤에 앉아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며 성당 문이 열리기를 하염없이 고대하고 계시는 것이다.
보나 할머니의 중얼거림이 아무 뜻 없는 말들인 줄 알았다. 치아가 없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듣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치매 노인이시니. 그런데 어느 날 가만히 들으니 묵주기도를 외고 계시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어쩌고저쩌고하다가 난데없이 성모송으로 넘어가신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태중에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무한 반복이다.
성모송 앞부분도 일부 빼먹었지만, 뒷부분은 아예 잘라 잡수셨다. 아, 이도 빠지고, 귀도 먹고, 기억까지 잃어버려 순 엉터리로 바치는 보나 할머니의 묵주기도도 우리 주님께서는 들어주시겠지?
이경숙 로사리아(인천교구 원종2동본당) <평화신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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