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5일 (일)
(녹) 연중 제30주일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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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인사를 나누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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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모 [kanghmo7] 쪽지 캡슐

2020-10-16 ㅣ No.98121

찬미예수님!

 

뒤늦게 만나 사랑하다
인생을 알고 신앙을 선택한 작가 8인의 가톨릭 입문 이야기


박완서 - 나는 왜 가톨릭을 믿게 되었나
아들이고 딸이고 가리지 않고 우리 집에 태어난 새로운 생명을 그렇게 기쁘고 극진하게 모시는 시어머님은 지금 생각해도 특별한 분이셨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다가

내가 먼저 세례를 받고 남편은 나보다 일 년 늦게 받았다. 남 편이 세례 받은 후 손잡고 같이 성당에 가서였다. 영성체 전에 다 같 이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였다. 그때 옆의 사람이 남편이란 걸 깜박 잊고 무심히 평화의 인사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사람이 누구지? 나는 내 남편의 얼굴이 처음 보는 이웃보다 더 낯선 데 경 악을 금치 못했다. 보통 때 나란히 앉은 교우끼리 또는 앞뒤로 앉은 교우끼리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은, 미사만 끝나면 뿔뿔이 흩어 져 남이 되는 교우끼리지만 그때만은 서로 친애감을 확인하고 축복 을 교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나처럼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봉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은 교우들 얼굴을 익힐 새도 없 기 때문에 그때만이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고 또 좋은 표정과 만나고 싶어 한껏 부드러운 미소를 짓다 보면 상대방도 조금도 낯설 지 않고 어디서 본 듯한 착한 이웃으로 다가온다. 비록 잠깐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도 서로 낯설지 않게 맺어 주는 귀한 친교의 시간에 평생을 같이 산 사람에게 느닷없이 낯가림을 한 것은 무슨 조화일 까. 아니, 저 사람이 누구지? 저 초라한 중늙은이는 누구란 말인가? 나는 내 남편의 낯섦에 놀라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난 줄 알고 살아 왔다. 그는 뭐든지 나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가족을 위해 고 달프게 돈을 벌고, 아이들에게는 믿음직스럽게 굴어야 하는 가장이 었다. 그가 번 돈은 내 돈이었고 내 생각은 그의 생각도 된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순간적인 돌연한 낯섦이 이런 나의 관습적인 생각에 충격이 되었다. 내 몸과 동일시하는 데 익숙해져 있던 남편 을 독립된 타자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가톨릭 신자가 되고 유일하게 경험한 신비 체험이다. 개인에게뿐 아니라 가톨릭에는 관습을 뚫고 새로워지는 어떤 힘 이 있는 것 같다. 성령의 힘이랄까, 2000년이 넘게 이어져 내려오는 종교가 관습화되지 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거듭하는 힘에서 가톨 릭의 위대성을 느낀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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