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외할머니~이 이빨 여기있어요~♬(은이성지)

스크랩 인쇄

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21-06-29 ㅣ No.99827

 

 

 

"엄마! 이번주 성지순례갈때엔 우리가족도 모두 따라가고 싶은데..."

대뜸에,

"싫다! 정신산란하게 오데로 올라꼬?.. 아부지하고 조용하고 편하게 갔다올끼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그것도 참 기특한 생각이다 싶어

"생각 좀 해보자..."

 

2주전 다녀온 용인 한덕골 성지는 골짜기 외진 언덕받이에 덩그라니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 과 성모상. 그리고 양쪽 옆으로 김대건신부님과

최양업신부님 상 만이 잡초무성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관리소도 없고, 주차장 못들어가게 쳐놓는 쇠줄 한가닥만이 들어가는

입구 경계를 알려주고 있는 물어물어 돌고돌아 찾아간 골짜기 산자락 아늑한 곳엔

그옛날 박해의 칼날을 피해 모여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던 척박의 땅 그대로의

모습처럼 .... 오늘도 참 고즈녁히 침묵속에 외로이 앉아있다.

 

땡볕에 앉아 잠깐 기도하고 돌아서 나오는 길가 저쪽 기슭에 오디열매가 수두룩히

떨어져 있어 옥잠화의 기억도 잠깐 잊어버린채 또 주섬주섬 줏어담고, 나무에

달려있는 오디열매를 한봉다리 따고있으려니

 

"아니, 또 경찰서 끌려가면 어쩔려고 ,,, 놀려대는 할배도 높다란 나뭇가지 길게

잡아당겨 주곤 어서 따보라고 격려? 해가며 우리부부는 또 신나게

한바탕 오디서리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저만치 높은 산자락에 빨강 열매 주렁주렁 달고있는 앵두나무를 보곤

또 기어올라가 두손이 모자랄 지경으로 봉다리봉다리 따들곤 내려오며

"세상에~ 하느님이 우리가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골짝까지 찾아왔다고

이리 좋은 선물을 주시는 가봐요. 아부지... 참 고맙습니데이~"

 

그날은 아침일찍 출발해서 용인 수지구에 위치한 맷돌로 만든

십자가가 있는 도리신부님과 무명의 순교자들이 잠들어 있는 손골성지를 들렀다가

처인구의 골짝 한덕골을 찾았다가. 또 길 떠나가는 골배마실 성지인데

이 또한 만만치않은 길이다.

 

네비가 일러주는 대로 열심히 갔는데 길이 끊어진 도로부턴 목적지에

다 왔다는데 . 사람들 하하호호 웃어대는 소리만 들려오는 광활한 골프장만

펼쳐진 언덕배기 들판과 잔잔한 수풀들 뿐... 

 

"여긴 또 왜 이래? 도대체 김대건신부님이 뛰어놀았다던 생가동네는

오데야?.. "

할머니 한분과, 딸? 같은 두사람도 골짝까지 올라가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도로 내려가며 아쉬워 하신다.

 

등산길 끝나고 내려오던 아저씨 한분을 만나

"아저씨.. 저기 김대건신부님 생가터성지가 어디있는지 아세요?"

했더니

"아이구~ 너무 올라오셨네요. 저 아래 입간판 서있는 바로 뒤에 작은

계단으로 내려가면 잠겨있는 철문이 있는데 아마도

그곁에 우체통같은데서 뭘 꺼내는걸 보면 열쇄인것 같은데...

한번 가보세요."

 

얼씨구나! 여기서도 그냥 돌아가야하나 했는데 또 천사 한사람을

보내주신 우리주님께 감사하며 내려갔더니..

"참 ~내 보통사람들은 우찌 알겠노? 서있는 간판 뒤에 보일듯말듯

돌계단 몇개 놓인채 그 앞에 철문이 굳게 잠겨 안쪽 잔디밭만 쪼매 보이니.

아까 지나쳐 갈땐 무슨 골프장 뜨락인줄만 알았제..."

 

은이성지 관할 터라 은이성지 사무실에 전화걸어 자물쇠 비번을 알아

열고 들어가본 골배마실성지 땅엔 옆으로 작은 개천이 흐르고.

바윗돌 몇개와 신부님 상과 연혁들이 모셔져 있었다.

 

7살때 이곳 골배마실로 부모님 따라 피난살이온 꼬맹이 가 온 개천을

돌아다니며 가재도 잡고, 송사리떼들 잡고 뛰노는 광경을 생각하니

엄마인 고우르술라님의 따뜻한 미소속에 한줄기 위로와 함께

고난의 성가족이 겹쳐온다.

 

15살에 은이공소에서 세례를 받고 모방신부님의 권유로 멀리 마카오로

사제의 꿈 품고 길 떠나셨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유년의

꿈을 그리던 골배마실 땅이다.

 

지금의 우리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놈들도 비슷한 또래나이라

이놈들이 이 아늑하고 포근한 개천숲을 휘젓고 뛰어다니는

그림을 그려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져오는 것을 느껴본다.

이곳을 못찾고 그냥 돌아왔으면 꿈한자락 날아가버릴 뻔 했다고

할배는 또 놀려댄다.

 

"나중 에 우리 미카엘 놈들이 커서 텔레비에라도 나올라치면

'어렸을 때 할매들이랑 온 식골공원 날아다니며 청솔모도 보고

도토리도 줍고, 매실 따다 옥잠화 이파리도 다 쓰러뜨렸다는

기억이 있다'며 인터뷰라도 할지 알아? 리노할매 유명해지겠네~~"

 

한참 글을 쓰고 있는데...

 

"외 할머니~ 이빨 여기 있어요~오"

막내 라파엘놈의 고사리손위에 얹혀져 달려오는 외할미의

틀니 한자락을 내려다보며

"잉? 할매이빨이 와 거게 있노?..오데서 났노?"

"외할머니~ 으~ 치카통에 물에 담겨있었어요."

"에고~ 고마바라~ 우리 라파엘... 쪽!!"

 

ps) 옛날에 나 젊었을 땐 우리 할머니 틀니한번 보곤

소스라쳐 놀라 멀리 도망쳐 갔는데.... 싶던 기억이 떠올라

어린 놈이 기특도 하다 싶더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4,200 1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