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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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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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4-30 ㅣ No.172004

[부활 제5주간 화요일] 요한 14,27-31ㄱ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예수님 시대에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 제국은 “로마의 평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널리 선전하였습니다. 로마 제국이 강력한 힘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여러 나라를 하나로 통일한 덕분에 분쟁이나 다툼이 발생하지 않는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선전하는 평화는 참된 평화가 아닙니다. 힘으로 다른 이를 억누르고 억지로 굴복시켜 만든 일시적인 소강상태, 약한 자의 희생과 눈물로 강한 자만 ‘호의호식’하는 약육강식의 논리일 뿐이지요.

 

성경에서 ‘평화’란 단지 외적으로 갈등이 없고 내적으로 고요한 상태를 뜻하지 않습니다. 또한 서로의 힘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어 누구도 섣불리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어쩔 수 없이 유지되는 안정상태를 뜻하지도 않습니다. 작은 나뭇잎 하나가 연못 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듯, 그런 불완전한 고요나 안정은 작은 변수에도 쉽게 깨질 수 있기에, ‘평화’라는 고귀한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하십니다. 세상은 그런 불완전한 고요나 안정을 ‘평화’라고 부르지만,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고자 하시는 참된 평화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오는 것입니다. ‘밖’에서 강한 힘으로 억눌러 억지로 만드는게 아니라, 내 ‘안’에 있으면서 나로하여금 욕심내고 집착하며 걱정하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것들을 모조리 비워냄으로써 이르게 되는 일종의 ‘해탈’상태인 것이지요. ‘내 것’으로 여기며 집착하는게 없기에, 다시 말해 ‘잃을 것’이 없기에 무엇도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 그런 담대한 마음으로 오직 하느님만 굳게 믿으며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맡기는 전적인 신뢰와 의탁이 바로 ‘평화’입니다. 마음이 그런 수준에 도달한 사람은 세상의 자잘한 변수에 당황하지 않고, 그 어떤 고통과 시련에도 절망하지 않으며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거센 풍랑이 이는 호수 위에서도 ‘꿀잠’을 주무셨던 예수님처럼 말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이 마음 속에 그런 평화를 지니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세상의 작은 일들을 걱정하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나와 온 세상을 위해 하시는 큰 일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순명하기를 바라십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라는 말씀이 바로 그런 의미로 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참된 믿음을 지닌 사람은 자기 뜻이 이루어지는 것보다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품으신 큰 뜻이 이루어지는게 더 큰 기쁨과 행복을 가져옴을 알기에, 내 뜻과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분께서 나를 통해 더 큰 뜻을 이뤄주시리라고 희망하며 기뻐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마음 속에 그런 참된 믿음과 희망을 간직하고 싶다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 말씀을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나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너희에게 미리 말하였다. 일이 일어날 때에 너희가 믿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가지 변수들과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시는 말씀입니다. 그 일을 내 뜻과 계획대로 안되는, 그래서 나에게 어떤 위험이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불안합니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신 ‘섭리’로 바라보면, 그리고 그분께서 섭리하시는 원칙과 방향성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면,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변수'가 아닌 '기회'라는걸 깨닫고, 두려워하기보다 기대하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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