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자유게시판

한우송님께...(마지막으로 올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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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2-01-22 ㅣ No.28917

1.

님이 말씀하시는 일치와,

제가 말하는 일치가 다르다는 것만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님이 말씀하시는 일치는

개신교가 가톨릭화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며,

제가 말하고자 하는 일치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함께 가는 것이었으니까요.

 

2.

콩과 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요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콩과 쌀, 두 가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하나로 보이는 요리는 콩죽 뿐입니다.

콩이 쌀을 감싸거나, 쌀이 콩을 감싸거나,

혹은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음식들은

송편, 콩밥 등이 있습니다.

님은 콩죽같은 교회를 원하고

저는 콩밥 같은 교회를 원하는 것 뿐인가 봅니다.

 

3.

저는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왔습니다.

천주교신자들의 적극적인 전교로?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천주교신자들의 개신교에 대한 우월하다는 글을 보고?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러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가톨릭을 접했고,

억지로 전교하지 않는 가운데 보여지는 그 무엇....

그것은 개신교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가톨릭의 우월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톨릭을 제 최후의 종교로 선택한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의 부르심을 절대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4.

그렇다고 하나,

저는 개신교가 이 땅에서 영영 사라지고

제가 선택한 가톨릭만이 남아있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원할 몫이 아닙니다.

가톨릭신자는 개신교가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가톨릭이 좀더 온전히 제대로 서기를 바래야 할 것입니다.

나도 아프면서 다른 사람 아픈 꼴 보기 싫다고 죽기를 바래서야 되겠습니까?

 

5.

하느님은 다양함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니

그분의 뜻은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 사람들이 그분을 찬양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어우러져 사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불교가 수천년동안,

그리스도교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고,

힌두교가, 회교가 이 땅에 존속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신교 역시

갈라진 믿음의 형제로

우리와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그분을 찬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우리의 방법만이 옳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예수님조차 하시지 않은 일입니다.

 

6.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너를 반석으로 삼아 그 위에 자신의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른 교회들 싸그리 다 없애버리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내가 하나이듯 이들도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만,

이들도 개성이나 차이 없이 모두 쌍동이들처럼 되게 해달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루가복음 10장 1절에 보면

예수님도 제자들을 둘씩 짝지워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이 주로 짝지워 등장하는 것입니다.

허풍세고 속없는 소리 잘 하는 베드로와

다혈질이지만 그분이 어머니를 부탁할 만큼 섬세하고 자상한 요한이

짝이 되어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승천하시고 교회가 형성되며

베드로가 점차 수장이 되어가자

그를 제어할 만한 바오로를 보내주셔서

두 사람이 서로 보완관계로 복음을 선포하게 하신 것입니다.

베드로가 바오로에게 자신과 똑같아지라고 했습니까?

자신이 반석이니 모두 자신만을 따라야 한다고 했습니까?

바오로가 베드로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습니까?

 

7.

새는 두 날개로 날아다닙니다.

사람은 두 다리로 걸어다닙니다.

 

교회가 일치되면 달라지는 것은 다른 것일 겁니다.

상대방을 욕하는 지저분한 입과

나쁜 쪽밖에 보지 못하는 애꾸눈과

욕하는 소리밖에 듣지 못하는 한쪽 귀....

이런 것들이 온전히 치유될 것입니다.

 

8.

님이 제게 보내신 글 끝에

이혼, 교회 정리, 자녀들 문제를 말씀하신 것은

아마도 개신교가 가톨릭화하면서

개신교 목사들이 독신제가 되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전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사제 독신제는 예수님으로부터 초대교회 이후 내려오는 전통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기혼자였고,

그후에도 사제와 주교님, 교황님들 중 가족을 가진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교회에도 결혼한 사제들이 있습니다.

성공회에서 여성사제를 임명하면서

적지 않은 성공회 사제들이 가톨릭으로 넘어왔고,

가톨릭교회는 그들의 수품을 인정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성공회 사제들은 결혼을 합니다.

그들이 가톨릭교회의 사제가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들의 서품을 인정해준 가톨릭교회가 마귀의 앞잡이가 된 것입니까?

아닙니다.

사제 독신제는 님이 말씀하시듯

우리 교회의 구원을 위한 그다지 핵심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교회도 융통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님이 바라시는 대로 만약 개신교가 가톨릭화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목사독신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톨릭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9.

아마도 님은 끝내

현재 가톨릭교회가 보여주고 있는 일치운동을 이해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흡수통일, 무력통일을 주장하는 것처럼

님 역시 가톨릭교회가 개신교를 흡수통일하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그것이

하느님 뜻에 얼만큼 부합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려는 추세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본인이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님의 뜻처럼 개신교를 내 발 아래 꿇어앉히기보다는

최기산 주교님 이하 일치운동하시는 분들처럼

함께 손잡고 형제가 되는 편을 선택하겠습니다.

노예보다는 형제가 든든하기 때문입니다.

 

10.

타인을 인정하는 자는 자신도 인정받지만,

타인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는

자신도 인정하지 못하는 자입니다.

저는 이 세상이 저와 똑같은 사람들로만 가득차면 미쳐버릴 것입니다.

저는 다양한 것이 좋습니다.

 

아마 이 글이 님께 보내는 마지막 글이 될 것입니다.

저를 님과 똑같이 만들고 싶으실 것이 분명한데

그런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은 혐오하거든요...

 

이 글을 올리고나서

개신교 전도사님 홈페이지에 가봐야 겠습니다.

님보다 훨씬 열린 분이라

그분 글을 보면

제가 가톨릭신자인 것이 자랑스럽거든요...

물론 그분도 자신이 개신교 신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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