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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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을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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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래 [imdr1336] 쪽지 캡슐

2003-05-18 ㅣ No.52338

언젠가 계룡산 자락에서 첨 뵙는 신부님과 삼겹살에 소주를 대작하며

대취한 적이 있었다.

취중에도 떠듬떠듬 기억나는 것이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죄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이 있다면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 죄이다라고-

그러나 정말 무섭고 큰죄는 남을 판단하는 죄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신부님은 낡은 옷에 다 떨어진 구두와 해진 수단을 입어야하고

쓰러져 가는 움막같은 사제관에 기거해야 하고 피골이 상접해야만 된다라고-

그냥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외모에서 감히 신부님을 판단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후 연세드신 신자분들,성당 활동에 열심한 신자분들이

가장 좋은 것을 갖다 드리며 계면쩍어 하면서도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부님이 강론을 잘하시던 못하시던,고급스럽던 덜 검소하던 판단하지 않고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뭔가 잘해 드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혹시 미사시간에 좀 늦으시더라도 찰고를 엄격하게 하셔도 그저 신부님 잘되시라고

사제를 위한 기도 바치시고 이해하고 감싸시는 어른들도 많이 뵈었다.

내가 알기 이전에 신부님께서는 이미 스스로를 너무나 잘 알고 계셨다.

흔한 말로 사제는 신자들이 만들고,기도로 사신다고 알고 있다.

 

다음 신부님을 위해서 아니 그 다음 다음 신부님을 위해서 좀더 넓고 쾌적한

방을 꾸미시고 사목활동하시는데 조금도 불편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에서 결코 근시안적으로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겉으로 거룩한척 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강론과 함께 표양을

보이며 우리네 삶속에서 서로 어우러져 살수 있는가를 고민하신다.

잠깐 잠깐 밖으로 드러나는 외적이고 사소한 감정적인 일에 함부로 사제를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 성인은 사제이시면서도 이런 말을 남기셨다.

"인격적 결함이 있다하더라도 사제라는 그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그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이 얼마나 고귀한 성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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