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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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오늘의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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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3-03-09 ㅣ No.49491

 오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와 일선 평검사들의 전무한 토론자리가 마련되었고 많은 국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워 모처럼 찾아온 일요일 한낮의 낮잠 특수를 물리치고 TV앞에 모여들었다.

 

부장검사도 아니고 고검장도 아니고 검찰총장도 아닌, 말 그대로 평검사들이다.

 

다시말해 새파랗게 젊은...일선의 말단인 평검사들이 마이크를 마주잡고 대통령과 대화를 한것이다.

 

결론이 어떻고 경과가 어떠한지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늘 그 역사적인 광경을 두눈을 통해 지켜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음에 저윽이 놀랄수 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우스운 코미디 같은 예일지는 몰라도 한번 상상해보자.

 

만일 오늘 그 자리에 노무현이가 아닌 전대가리...아! sorry!...전두환이가 앉아 있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말도 안되는 경우이지만 만일 정말 그랬다면 어떠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오늘 참석한 평검사들은 너나 할것없이 토론이 끝난후 당시 안기부나 국가 보안대에 끌려가 뒈지도록 맞거나 운명을 달리 했을것이다.

 

설마? 하는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주욱 살아온 사람이라면 설마?라는 의문을 결코 달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행정수반이라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감히 상대도 되지 않을 평검사들과 마이크를 마주 잡은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우린 인간 노무현의 개혁의지가 어떠한지를 가늠할수가 있다.

 

그동안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인식되어온 검찰의 이미지란 어떤것이었나를...

 

대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지을땐 어처구니 없다란 표현을 뛰어넘어 한편의 코미디 버라이어티쇼를 본것 같은 수사발표를 한 후 부랴부랴 자리를 뜨려는 검사에게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지만 그들은 그 마이크를 이리저리 피하며 검은 썬팅이 되어있는 자동차에 몸을 싣고 급하게 도망가듯 빠져 나가는 모습...이러한 모습이 결코 생소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누구도 검찰을 믿지 않았고 시중의 거지들조차 그들에게 권력의 시녀들이라고 비아냥 거리며 소주잔의 안주거리로 삼아 조롱거리기 일쑤였다.

 

그랬던 그들이 오늘 난데없이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수퍼맨처럼 날개를 펼치고 두주먹 불끈쥐고 날아든 것이다.

 

어처구니 없고 뻔뻔한 그들의 행동에 난 오늘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물론, 과거 조선시대의 과거급제에 비유될 만큼 어려운 사법고시를 패스한, 말 그대로 사회의 엘리트들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존경의 대상이 바로 검사들이다.

 

내가 살던 곳에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곳에 사법 연수원이 있고 또 이른바 매파들이라고 일컬어지는 무리들이 그 연수원 근처에서 훌륭한 신부감의 이력서를 들고 오늘도 호수공원 근처를 배회하고 있을 정도로 그들은 선망의 대상이요, 대한민국 일등 신랑감들이다.

 

그점에선 같은 남자로서 부러운점도 없지 않아 있음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러나 오늘 그들의 모습에서 그간 존경이나 부러움의 대상에서 정말 한심하고 어찌할수 없는 가벼운 존재임을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소리 하지않고 오늘 그들의 얘기를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보자면 아주 간단하다.

 

첫째는, 저 女+ㄴ 누구냐? (강금실에 대한 거부감.)

 

둘째는, 우리 밥그릇은 우리가 챙기겠다. 당신 누구냐? 내 밥 돌리도~!

 

이 두가지가 오늘 그들이 그렇게 빙빙 돌려가며 한 말의 핵심이다.

 

[그간 권력의 충실한 시녀로서 귀여움을 받으며 꼬랑지 알아서 흔들고 개 뼉다귀 알아서 얻어 먹었건만 왜? 우리를 이렇게 못살게 구느냐?]...이 말이 핵심이다.

 

오늘 TV토론에 나왔던 대부분의 검사들은 소위 나와 같은 세대인 386세대들이었다.

 

386이 전부일순 없지만 엄연히 그들은 이 사회에서 이미 무시할수 없는 집합체인 것만은 분명하다.

 

과거 6,25세대가 주류였다면 현재의 주류는 386이고, 물론 다음 세대의 주류는 월드컵세대(?)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간 많은 비평과 호평이 엇갈렸던 현시대의 1등 항해사격인 386세대들은 그 분야가 어디이건가를 떠나서 젊은날 그 피 끓었던 초심을 잃지 말고 스스로 개혁의 대상에 자신을 묻어둘 줄 알아야 할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화염병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불명예를 대신할 수 있는 역사에 분명한 지장을 남겨둘수 있는 가장 용기있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내가 오늘 TV토론을 보면서 제일먼저 떠올린 단어는 격세지감이요, 두번째는 대오각성이요, 세번째는 사필귀정이었다.

 

역시 시간차는 있을지언정 하늘은 옳음에 대한 배신이 없다란 확신을 준 변함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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