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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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결국은 아줌마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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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peterpan65] 쪽지 캡슐

2002-07-28 ㅣ No.36650

날씨가 몹시도 무덥습니다.

 

매년 겪는 더위임에도 아직 면역체계가 안잡혀서리 더위에 적응을 잘하는 편은 못됩니다.

 

낮에 나탈리아와 명동을 나갔습니다.

 

여름휴가를 떠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물을 사러 남대문시장을 한바퀴 돌겸 해서죠.

 

먼저 명동성당을 가서 미사를 드린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대문시장을 헤매기 시작했지요.

 

결혼한지 이제 겨우 6개월이 조금 넘은 관계로 아직 서로가 더 알아야할 버릇들이 남아있습니다.

 

살다가 살다가 깨우치는 상대방의 장, 단점들로 인하여 행복하기도 하고 때론 너죽고 나살자!며 전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전 다시는 그녀와 쇼핑을 가지 않기로 결심했었지만 뭔 조화인지 마법에 걸린듯 자꾸 같이 다니게 됩니다.

 

이 무더위에 저를 개 끌고 다니듯 끌고 다니며 이 가게 저 가게 전전하며 이것저것 만져보며 값도 물어보고 깍아도 보지요.

 

하지만 아까 그 가게에서 본 똑같은 물건 집었다 놨다 해대는데 옆에서 보는 저도 짜증이 날 정도입니다.

 

말려도 보지만 막무가내 입니다.

 

하긴 장모님도 인정한 깍쟁이의 고수랍니다.

 

한번도 제 물건값에 물건을 구입하는것을 본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혹간 고기집에서 외식이라도 한번 하면 내프킨에 남은 야채며 고추까지 싸오는 통에 전 무슨 도둑질이라도 하는것 마냥 얼굴이 화들짝 놀래 주위를 살피거나 아니면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내빼기도 합니다.

 

한번은 그녀의 시어머니...아! 그러고 보니까 우리 어머니이군요...제 장모님의 안사돈이기도 하지요.(어려울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아주 간단합니다.)

 

하여간 식당에서 고기먹다가 남은 고기를 점원 아주머니에게 싸달라고 저의 모친께서 주문하자 그녀는 때는 이때다 싶은지 남은 마늘까지 싸기 시작했지요.

 

저의 어머니 아주 흐뭇한 미소로 자고로 여자는 저래야 하느니라! 하며 흡족해 하시더군요.

 

아버님은 그저 허허~하시지만 저는 얼른 내빼고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수 밖에요.

 

어쨌거나 이집, 저집 전전하며 더 싼집 더더 싼집을 찾아 헤매어 저는 이 무더위에 거의 초죽음이 된 상태에서야 물건을 구입한후 남대문 시장밖으로 나올수 있었습니다.

 

그런데...퍽이나 많이 산것 같은데 막상 비니루 봉투에 담겨져 있는 물건은 고작 한두개...이 무슨 고생이란 말입니까?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줄에 묶이어 완전히 무더위에 초죽음이 되었는지 사람이 지나가건 말건 그냥 널부러진채 날 잡아잡수~하는 포즈로 누워 있자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지나가며 어머~어떡해!하고 안타까워 어쩔줄 몰라 합니다.

 

그런데 그 고양이한테 한 말인지 저보고 한 말인지 분간이 안갑니다.

 

그 널부러진 고양이 옆, 나무 기둥에 혀 쭉빼고 진이 다 빠져 헉헉 거리고 있는 저를 본 할머니들도 딱한 눈으로 쳐다보시며 지나가니 말입니다요.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저를 달래보지만 이럴땐 세상 다 귀찮은것...아시죠?

 

그저 집에가서 찬물 끼얹고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채 큰대자로 쭉 뻗어 누워 자는게 최고입니다.

 

심통이 난 저를 겨우 달래어 집으로 유인한 그녀는 저보고 얼른 샤워하라고 보챕니다.

 

샤워를 한후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 선풍기를 돌리니...아아~세상 천지 부러울것 없습니다.

 

등산복을 새로 산 그녀는 한번 입어봅니다.

 

그리곤 헤벨레~ 아까 그 고양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포즈로 뻗어있는 저에게 와서는 묻습니다.

 

"어때? 어울리지? 이쁘지?...공주 같지 않아?"하며 한바퀴 비~잉 돕니다.

 

그 옛날 삼월이가 우물가에서 물동이 이고 삼돌이 앞에서 저렇게 한바퀴 비~잉 돌았을까?

 

안 이쁘다고 하면 이 더운날 또 설전을 벌여야하니 그게 귀찮아서 그냥 건성으로 예쁘다고 대답해 줍니다.

 

다음주에 고백성사보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만족한 그녀는 저쪽방으로 가서는 다시 옷을 갈아 입더군요.

 

전 잠이 솔솔 오는 관계로 눈꺼풀이 가물가물 감기며 막 잠이 들려는 그런 황홀한 타임이 다가오는데...앗! 못볼걸 봤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패션이 졸린 제눈을 휙 스치고 지나칩니다.

 

이젠 내 아내도 영락없는 아줌마 다 되었구나...전 그만 눈을 질끈 감은채로 하느님 맙소사!를 외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뭐라 외치고 싶은데 졸려서인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속으로 계속 절규했습니다.

 

도대체 뭘 목격했냐구요?

 

다음 저의 절규를 보시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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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걸 네가 입고 있냐??? 내 빤쯔 당장 못내놔...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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