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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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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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choyeon48] 쪽지 캡슐

2015-12-18 ㅣ No.11903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크리스마스, 대화가 필요해

 

성탄 소원 하나 들어주이소… 연말 망년회는 딱 1차만! 
젊은 처자 어깨 걸고 다독이다 인생 종친 사내 여럿 봤지예
절제, 또 절제… 꽃중년 되는 지름길이라예
                 

 

 

"민이 아부지예…."

"와~."

"안 잡니꺼?"

"잔다."

"내 새해부터는 성당 다닐라꼬예."

"성당? 성황당 아이고 성당? 니 대대손손 불교 아이가?"

"크로스오바도 모릅니꺼? 융합과 통섭이 시대정신이라카데예."

"통섭이 뭔 말인 중은 아나?"

"요한 바오로 교황님 오셨을 때 내 억수로 은혜 받았다 아입니꺼."

"은혜 받을라카면 번지수부터 똑바로 찾으래이. 지난번 오신 분은 바오로 아이고 프란치스코데이."

"검정 망토, 그 끝자락만 봐도 마, 가슴이 벌렁벌렁하니 이를 우짜면 좋십니꺼."

"니 바른대로 말해라. 영화 '검은 사제들' 봤제? 교황님이 아이고 교복, 사제복, 죄수복을 입어도 섹시하다는 그 강동원이한테 뿅 간 거 맞제?"

"와, 안 됩니꺼? 기왕지사 다홍치마라고, 을매나 멋집니꺼? 오뚝 선 콧날, 서느리한 눈매, 볼그레한 입술까지 워~매! 그 비스무리하게라도 생긴 신부님 옷자락이라도 한번 잡아보면 숯검뎅이 같은 이 마음의 병이 싹 나아뿔지 누가 압니꺼."

"성스런 신부님을 사내로 여겨 침을 꼴깍거리고도 니가 온전하길 바라나. 성모 마리아님이 니를 그냥 놔두시겠나."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성당에 안 갈 테니 부탁 하나 하입시더."

"일 읎다."

"망년회다 크리스마스다 해서 술판이 벌어질 것인디, 정신 똑바로 차리라꼬예."

"뭔 정신? 차려입을 양복 한 벌도 없는데 뭔 정신을 차리라꼬 잔소리고."

"술은 1차만 마시라꼬예. 노래방 가자 부추겨도 퍼뜩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란 말입니더."

"그기 맘대로 되나? 한잔 들어가면 분위기 뜨끈해지고, 서로 어깨동무 함시롱 한 해 고생한 거, 본의 아니게 상처준 거 화해하고 다독이라고 망년회 하는 거 아이가?"

"어깨 걸고 쓰다듬고 볼 부비다 신세 망친 사람 한둘이 아니지예."

"니, 내를 어찌 보고 그런 불경한 소릴 하노? 내 이래 봬도 별명이 '영국신사'다."

"영국 문 앞에도 안 가봤는데 와 영국신삽니꺼? 딴 여자랑 갔어예?"

"그만큼 점잖고 사리분별 정확하고 쿠울~한 남자란 칭찬이다 그기."

"얌전한 송아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꼬,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하고 노래에 취하면 천하의 제갈공명도 블루스를 추는 법. 일 저질러놓고 애먼 술 탓하지 말고 초장에 고삐를 단단히 잡으라 이 말입니더."

"딸 같고 동생 같응게 등도 한번씩 두들겨주는 기지, 뭘 그리 까탈시럽게 구노?"

"지나가는 언니들한테 물어볼까예. 늙은 아저씨들이 등 두들겨 주면 눈물 나게 고마워서 없던 용기가 불쑥불쑥 샘솟는지."

"그럼 그 자리서 따져야제, 술 마시고 노래할 땐 잠자코 있다가 와 술 깨고 나서 딴소리고?"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네예. 내 같은 아지매야 뺨도 때리고 다리몽뎅이도 부라뜨릴 수 있지만은, 젊은 아그들은 그리 못합니더. 해 지고 바람 불 듯 사소하다 여긴 일이 누군가의 존엄을 파괴한다는 말도 못 들었십니꺼?"

"워매~ 입 한번 야물다."

"남정네들 맘도 이해는 가지예. 내도 강동원이가 저리 이쁜디. 근디 매력이란 눔은 나이 따라 뿜어내는 방법이 다른 기라예.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 맹키로 흰머리 성성해질수록 절제하고 또 절제해야 더 중후하고, 더 섹시해 보인다 이 말입니더. 그걸 전문용어로 반전의 미학이라 안합니꺼."

"밥 안 하고 만날 영화만 보러 다니나?"

"억울하겄지예. 그래도 우짭니꺼. 세상이 남정네들 편이 아닌디. 그랑게 입단속, 손단속 철저히 하이소."

"손단속은 니나 하래이. 낼모레 장가갈 아들 궁뎅이 두드리고 조물락거리는 여자는 대한민국에 니밖에 읎데이."

"내 배로 낳은 자슥, 남이사 물든가 빨든가."

"그기 권력 아이고 뭐꼬? 싫다고 짜증 내면 반찬이 달라지고, 용돈이 줄고, 잔소리만 허벌나니 저 두꺼비 같은 눔이 꾹 참고 있단 생각은 안 해봤나."

#

"민이 아부지예."

"와~."

"이번 크리스마스엔 눈이 올까예?"

"와~ 강동원이 닮은 산타라도 오면 같이 썰매 타고 도망갈라카나."

"머리핀이라도 좋으니 선물 하나 해 주이소."

"일 &# 
65533;다."

"그럼 뽀뽀라도 한번 해 주이소."

"미칫나?"

"아이~잉."

"좋은 말할 때 다리 치아라."

"1년 동안 돈 버니라 수고 많이 했심더."

"……."

"식구들 먹여 살린다꼬, 싸나이 자존심 한강다리에 패대기치고 입에 단내 나도록 허리띠 졸라매고 달려온 거 내 다 압니더."

"시끄룹다. 고마 자자."

"민이 아부지예."

"또 와~?"

"메리 크리스마스라예."


 

김윤덕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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