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화)
(백) 부활 제4주간 화요일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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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 우리끼리 만의 폐쇄적인 교회가 아니라, 춥고 고달픈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린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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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석 [pys2848] 쪽지 캡슐

2021-03-06 ㅣ No.145074

우리끼리 만의 폐쇄적인 교회가 아니라, 춥고 고달픈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린 교회!

 

젊은 형제들이 떠나간 공동체다보니, 나름 여기저기 청소한다고 하지만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참 많습니다. 제일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할 성전인데, 어느날 청소가 너무 소홀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랜만에 성전 창문을 활짝 열고 바닥을 쓸고 닦으면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시는 예수님의 노기띤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 도착하신 예수님께서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큰 충격을 받으셨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습니다. 성전 안팎은 수많은 환전상들과 소나 양, 비둘기 파는 상인들이 즐비했고, 그들은 큰 목소리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좌판에서는 흥정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세요! 싸게 해드릴께요! 오늘 들어온 물건이라 싱싱합니다!”

 

 

짐승들은 울어대지, 악취는 진동하지, 경건하고 성스러워야 할 예루살렘 성전은 시장터를 방불케했습니다. 이렇게 예루살렘 성전은 순수했던 초심을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상업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성전을 잠식해버렸습니다.

 

 

유다인들의 신앙에서 사랑은 사라지고 제사만 남았습니다. 마음, 영혼, 진심이 담긴 제물 봉헌이나 진지한 예배는 사라지고, 형식과 율법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속화되고 타락한 예루살렘 성전을 보신 예수님께서 분노와 슬픔 가득한 얼굴로 성전 정화 작업을 실행하십니다.

 

 

동물들을 성전에서 쫓아내십니다. 환전상들의 돈을 쏟아버리십니다. 탁자들을 엎어 버리셨습니다. 다른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가장 거친 예수님의 모습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이것들을 여기에서 치워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마라.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복음 2장 16절, 19절)

 

 

평소와는 다르게 아주 과격한 예수님의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분노가 폭발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기 전 당신 성전을 정화(淨化)시키십니다.

 

 

더럽혀진 성전을 정화하신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 교회에 바라시는 바가 무엇일까 묵상해봅니다. 이 시대 우리는 어떻게 성전을 정화시켜야 할까 고민해봅니다.

 

 

우리끼리 만의 폐쇄적인 교회가 아니라 춥고 고달픈 세상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린 교회가 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전 정화 작업이 아닐까요?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좌지우지되는 공동체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와 구성원 상호간에 적극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교회를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성전 정화작업이 아닐까요?

 

 

상상을 초월하는 건립기금으로 건립되는 성전이 아니라 방황하는 양떼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겸손하고 예의바른 사목자의 희생과 헌신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전을 건설하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요?

 

 

우리 시대 사회적 약자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도 크게 환영 받고 아무런 차별도 느끼지 않는 환대의 교회,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따뜻이 보듬어줄 수 있는 치유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전 정화가 아닐까요?

 

 

나만 혹은 우리 가족이나 우리 본당만 생각하지 않고 더 큰 사랑을 실천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보편적인 교회 건설이 이 시대 바람직한 의미의 성전 정화가 아닐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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