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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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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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0-10-05 ㅣ No.1853

  간밤에 꿈속에서 어머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병석에 누워계신 어머님을 찾아 뵈었을 때에 어머님께서는 "애야, 나는 네가 보고싶었다."는 한마디 말씀만을 남기시고 더 이상 아무런 말씀을 않으셨읍니다.  새벽녘 잠자리에서 일어나 한동안 잊고 지냈던 어머님에 관한 추억을 되새겨 보았읍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0년전 설날을 맞아 고향에 내려 갔다가, 몸이 불편하셨던 어머님을 상경길에 모시고 둔촌동 아파트로 돌아왔읍니다.  그 때부터 병원 다니는 일이며 집안에서 보살펴 드리는 일은 둘째 며느리인 엘리사벳의 몫이 되었읍니다.  회사일로 귀가가 항상 늦었던 나로서는 기껏해야 퇴근후 식사는 잘 하셨는지 여쭈면서 어머님의 양손을 잡아보는 게 고작이었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늦게 돌아온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얘야, 이제 병이 다 나았으니 시골로 내려가야겠구나.  논밭에 김도 메고 거름도 주어야 하며, 산소도 돌아보면서 시원한 샘물을 마시고 지내는 게 더 편안할 것 같구나."하시는 것이었읍니다.  서울에도 아들딸과 손자손녀들이 있었건만 어머니의 마음은 고향에 가 있었고, 형님도 세상을 일찍 하직한지라, 못자리는 했는지, 봄씨앗은 뿌렸는지, 소 여물은 주었는지, 장손자는 잘 크는지......어머님의 생각은 시골집 걱정으로 가득찼었나 봅니다.

 

  어머님의 청에 못이겨 모신지 100일 만에 시골로 향했읍니다.  충주와 수안보를 지나 산세가 험한 문경새재를 앞둔 산골에 접어들자, 갑자기 어머니께서는 "텔레비를 보니까 요즘 자녀들이 늙은 부모를 많이 버리더구나.  너희는 나를 버리러 가는 것이 아니겠지."하시는 것 이었읍니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읍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난후 조금 더 가면 높은 고갯길이 있고 산마루를 넘어가면 문경이 나옵니다.....하면서 시골길을 안내하였읍니다.  고향집에 도착했을 때 새롭게 생기돋아 나신 어머님의 모습을 바라보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읍니다.

 

  그로부터 석달가량 지나고 나서 갑작스런 비보를 접하였읍니다.  지병이었던 고혈압으로 채소밭에 나가셨다가 쓰러지신 후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소생하시지 못하셨읍니다.  더욱 가슴 아픈 사연은 공무에 시달리는 아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보신 터라 "서울 아들네 가고싶다."고 혼잣말을 자주 하셨다는데도 전화로 안부를 물을 때면 "나는 잘 있다."고만 대답하시던 어머니셨지요.  어린시절처럼 정다운 얘기도 제대로 한번 나누지 못하고 마지막 말씀 한마디도 듣지 못한체 저는 어머니를 다시 뵐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박봉의 공직생활에 집 한칸 마련하느라 옆도 돌아보지 못하고 고작 석달 열흘밖에 진지상을 올리지 못했던 저희가 지금에 와서 불효자식이었다고 고백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결혼후 그렇게 오래도록 어머님을 버려두었던 저희가 남은 여생동안 어머님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를 바친들 이 가슴에 서린 후회감을 어찌 떨쳐 버리겠읍니까.  이 이른 새벽 중등학교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사람되라 일러주신 시조 한 수가 떠오릅니다.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길란다 하여라  

          두분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생겼을까  

          하늘같은 가없은 은혜  어디 대어 갚사오리

 

 주님, 꿈결을 통해서도 깨닫게 해주시니 감사 합니다.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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