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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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 복음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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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21-03-06 ㅣ No.145076

 

파스카 축제는 이스라엘 민족의 최대 명절입니다. 예루살렘에서 15마일 반경 안에 사는 성인 유대 남자들은 누구나 다 축제에 참여해야만 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았던 유대민족들이 가졌던 평생의 소원이 일생에 한번이라도 파스카 축제에 가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축제 때는 예루살렘 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합니다이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성전정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왜 화가 나셨을까요? 하느님의 성전을 장사소굴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15세 이상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성전세를 내야만 했습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보통 다른 나라의 화폐도 자유롭게 통용이 되었지만 오직 성전세만은 외국 화폐로는 바칠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파스카 축제 때만 되면 성전에는 외국 화폐를 유대인 화폐인 세겔로 바꾸어주는 환전상들로 만원을 이루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돈을 바꾸어 줄 때 엄청나게 큰 액수의 이득을 챙겼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종교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예수님은 이와 같은 장사꾼들의 부당한 이윤추구에 침묵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다 쏟으시고 상을 둘러 엎으셨던 것입니다.

 

성전에는 돈 바꾸는 환전상들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양이나 소나 비둘기 파는 장사꾼들 역시 가득 찼습니다. 왜냐하면 성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하느님 앞에 감사의 제물을 드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제물을 드릴 때 아무 제물이나 바칠 수 없었습니다. 오직 흠이 없고 완전한 제물만 허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성전에서는 제물만 검사하는 사람이 있어서 성전에 출입하는 모든 제물들이 흠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를 했습니다. 만일 성전 밖에서 들여오는 제물이 있을 경우 십중팔구 퇴짜를 맞았습니다. 믿을 수 없고, 거룩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성전 안에서 짐승 제물을 사서 들어가야지만 합격이 되었는데 그 가격이 보통 비싼 것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성전을 장사꾼의 소굴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런 흥정을 거쳐서 바쳐진 제물은 향기로운 제물이 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본다면 우리의 미사 전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의 제물에 해당하는 봉헌 제물은 주일헌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한 주일 동안의 우리의 마음이나 행동도 하느님 제단에 올라가는 봉헌도 제물일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단순히 주일헌금에 국한하여 생각할 수가 있을 겁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느님을 어떻게 보면 돈을 추구하는 신으로 우리가 하느님의 신성함을 낮은 위치를 격하시킬 소지가 많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우리가 주일 미사 때 안식일을 지키는 계명을 준수해야 할 때 그 계명 속에 안식일을 지킨다는 의미에는 우리의 정성이 들어가는 것까지 포함할 겁니다. 다만 그 정성의 부분적인 표시가 주일헌금일 겁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이 성전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아무리 자비로우신 분이라도 거룩한 분노를 드러내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분노는 죄를 미워하는 분노였습니다. 어린양과 같이 양순하기만 하셨던 예수님께서 끈으로 채찍을 만드셔서 양이나 소를 성전에서 다 쫓아 내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한번 생각해봐야 할까요? 실제 예수님께서 화를 내신 건 이런 이유도 일면 있지만 근원적인 것은 눈에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전이 아니라 예수님의 몸이신 성전을 언급하시면서 성전을 허물고 나면 사흘 안에 다시 재건하시겠다고 하시는 말씀을 하시면서 죽으심을 당하시고 다시 부활하신다는 내용을 암시한 것이지만 이 의미 속에 숨어 있는 의미가 무엇일까 한번 묵상해봤습니다.

 

물론 이 의미도 있지만 또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는 우리가 하느님을 섬기는 성전이 잘못되면 그 성전은 가차 없이 허물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개인 개인도 사실 우리의 마음속에도 성령의 궁전 역할을 하는 성전이 있기 때문에 이 성전도 마치 강도의 소굴 같은 욕심과 아집으로 가득 차서 온갖 오물을 담고 있는 성전이 된다면 그 속에서 온갖 악취가 진동을 할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긴다고 한다면 그 성전을 하루라도 빨리 허물고 새로 다시 깨끗한 성전으로 재건해야 함을 알려주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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